사랑의 기술 - 출간 50주년 기념판
에리히 프롬 지음, 황문수 옮김 / 문예출판사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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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아이의 사랑이 아닌 성숙한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받는 것'보다는 '주는 것'에 능통해야 하고, 필요하기 때문이 아니라 사랑하기 때문에 옆에 있어야 한다고, 에리히 프롬은 말한다. 하지만 서른을 갓 넘긴 나는 벌써 '주는 것'은 아깝고 '받는 것'엔 환장한다. 책 한 권을 읽어냈다고 해도 별반 달라질 것 없는 나는 속물이다. 대부분 그렇잖아요 뭘.

몇 년 전, 영등포의 헌책방에서 찾아내 들고 왔는데, 97년판인 이 책의 첫장을 펼치기까지 무던히도 많은 시간이 걸렸다. 제목은 꽤 달콤한데 '에리히 프롬'이라는 저자가 만만치 않아보였기 때문. 그러나 용기내어 읽어볼 만하다. 굳이 이 책을 읽고 자신의 사랑에 대한 관념을 바꾸지 않더라도, 그래도 이상적인 사랑이 뭔지는 알고 있어야 든든할 것 같다.

사랑에 대한 '바이블'이라고까지 거창하게 말할 순 없지만, 그래도 좋은 참고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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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기술 - 출간 50주년 기념판
에리히 프롬 지음, 황문수 옮김 / 문예출판사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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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처럼 엄청난 희망과 기대 속에서 시작되었다가 반드시 실패로 끝나고 마는 활동이나 사업은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11쪽

합일을 이루는 세번째 방법은 '창조적 활동' - 예술가의 창조적 활동이든, 직공의 창조적 활동이든 - 이다. 어떤 종류의 창조적 작업이든 창조하는 자는 외부세계를 나타내고 있는 자료와 결합한다. 목공이 책상을 만들든, 금세공인이 보석 조각에 가공을 하든, 농부가 곡식을 기르든, 화가가 그림을 그리든, 모든 형태의 창조적 작업에서는 일하는 자와 그 대상은 하나가 되고 인간은 창조과정에서 세계와 결합한다.-24쪽

사랑은 수동적 감정이 아니라 활동이다. 사랑은 '참여하는 것'이며 '빠지는 것'은 아니다. 가장 일반적인 방식으로는 사랑은 원래 '주는 것'이지 받는 것이 아니라고 말함으로써 사랑의 능동적 성격을 설명할 수 있다.-29쪽

사람과 사물 등 외부의 실재는 신체의 내적 상태를 만족시키든가, 또는 신체의 내적 상태를 실망시키든가 할 때에만 의미를 갖는다. 현실적인 것은 내부에 있는 것뿐이기 때문이다.-48쪽

어린애의 사랑은 '나는 사랑받기 때문에 사랑한다'는 원칙에 따르고 있고 성숙한 사랑은 '나는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받는다'는 원칙에 따르고 있다. 성숙하지 못한 사랑은 '그대가 필요하기 때문에 나는 그대를 사랑한다'는 것이지만 성숙한 사랑은 '그대를 사랑하기 때문에 나에게는 그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50-51쪽

정신집중을 배우는 가장 중요한 단계는 독서를 하거나 라디오를 듣거나 담배를 피우거나 술을 마시지 않고 홀로 있는 것을 배우는 것이다. 사실상 정신을 집중시킬 수 있다는 것은 홀로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러한 능력은 사랑의 능력의 불가결의 조건이다. (yes. in walden pond.)-1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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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자의 만감일기 - 나, 너, 우리, 그리고 경계를 넘어
박노자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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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공부해야, 혹은 얼마나 머리가 좋아야 이런 촌철살인의 눈을 가질 수 있는 것일까.

때론 고개 끄덕이며 공감도 하고 때론 손뼉치며 아하 그렇구나 깨닫기도 하지만, 그보다 앞선 감정은 '부끄러움'일 게다. 적을 알기 전에 나를 알아야 백전백승이라고 했던가. 그 덕분에 대한민국을 한 뼘 정도는 제대로 알게 됐으니 고마운 일. 허나 '백전백승'이라는 말도 박노자의 전작 '당신들의 대한민국'에 의하면 전쟁 낱말이로구나. 아직 멀었다,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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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자의 만감일기 - 나, 너, 우리, 그리고 경계를 넘어
박노자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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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들을 '배신자'로 취급하는 일부 강경 NL에서는 파시즘의 냄새가 그대로 묻어난다. 그러면 평민에게 제 몫을 제대로 내주지 않았던 폭압적인 근대화를 피해 1950~70년대 일본으로 밀항한 제주도민들도 '배신자'인가? 오사카 쪽에 가서 음식장사로 생계를 힘들게 꾸려나가는 그분들에게 그러한 말을 한 번 해보시라.-246쪽

청년 레닌의 둘도 없는 지기로서 1890년대 중반에 그와 함께 '노동계급 해방 투쟁 동맹'을 이끌었다가 나중에 멘셰비키의 길을 걷게 된 율리 마르토프 선생은 1918년 레닌에 대해 다음과 같이 논평했다. "낮에 총살 명령에 사인해놓고 편안히 밤잠을 잘 수 있는 이 사람을, 난 이해 못한다." 마르토프의 노선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촌철살인의 평이다.-324쪽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중국의 도회지 중간 계층들에게 금전적 여유가 생길수록, 일본의 신자유주의적 재편이 심화될수록, 영어 학습 시장은 계속 넓어져 가고 있다. 그렇게 되는 요인들은 매우 복합적이라서 여기에서 전부를 상론하기 어렵지만, 분명히 그중의 하나는 동아시아인들에게 공동의 근대적인 언어가 없다는 것이다.-3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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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 먹다 - 제13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김진규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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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어느 곳에 '심경루만행'이란 다섯 글자가 있다. 마음에 만 줄기 눈물이 흐른다는 뜻.

읽는 내내 마음에, 얼굴에, 만 줄기 눈물이 흐른다.

소설과는 하 상관 없던 유부녀가 어느날 갑자기 휙 내놓은 소설. 독자에게는 어느날 갑자기 휙 던져진 책이지만 작가에게는 만 줄기 피고름과 눈물이 흘러서 탄생했을 책. 이 역시 '키친 노블'의 한 종류이겠지만, 작가의 상상력은 키친을 넘어 우주 삼라만상에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동양판 '백년의 고독'이라고 하면 너무 넘치는 칭찬일까. 읽고 나서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는 책은 정말 오랜만이다. 참 고맙고 고맙다.

(고마운 마음에 김진규 작가님에게 살짝 메일을 보냈었는데, 돌아온 답장이 또 너무나 고맙다. 자랑삼아 메일을 슬쩍 공개하자면..

감사하다는 님의 마음을 저는 더 고맙게 받겠습니다. 오늘 산에 올랐는데 우리 왈왈양이 평소와는 다르게 심할 정도로 어수선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아마도 봄의 기운을 느껴서 흥분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더불어 저도 약간 달뜬 상태로 집에 돌아왔습니다. **님의 이번 봄이 향기롭기를 바랍니다.)

서태지한테 팬레터 쓴 이후로 처음 쓴 나름의 팬레터였는데 답장이 오다니.. 메일 속 문체 하나하나가 소설의 연장인 것 같아서 나 역시 달뜬 상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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