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은 너무 오래 서 있거나 걸어 왔다 - 2000년 제31회 동인문학상 수상작품집
이문구 지음 / 문학동네 / 2000년 6월
품절


생긴 것은 꼭 이런 데서나 살면서 바가지에 밥 푸고 호박잎에 건건이를 담아 먹게 생겼어도, 두룸성 있는 구변 하나는 예배당이 큰집인지 작은집인지 모르게 사는 권사며 집사며가 되로 주고 말로 받기 십상으로 미끈덩하였다.-40쪽

나두 얼마 전에야 우연히 어떤 책에서 보구 깜짝 놀랬시다마는, 무슨 얘기냐 허면, 인간은 앉은 자리에 가마히 앉아서두 그 칠십 년을 채우기 위해서, 즉 죽음을 향해서 시속 사십 킬로루 달리구 있다 이거요.-81쪽

"이승은 선착순이구 저승은 선발순이라, 인저는 막내가 아니라 선배여."-95쪽

오늘따라 새들이 어지러이 날고 있었다. 새는 위에서 날고 그림자는 밑에서 나니 눈앞이 사뭇 어수선한 것이었다.-95쪽

파인애플은 달고 향기롭기가 그만이지만 신맛이 있는 탓에 몇 조각도 채 못 먹어서 이내 물리게 마련이었다. 그럴 때는 소금을 찍어 먹었다. 소금을 찍어 먹으면 여기서도 복숭아를 고추장에 찍어서 술안주를 삼듯이 색다른 맛이 났던 것이다.-103쪽

대가리에 들은 것 없는 것덜이 아가리에 침 고일 새가 없는 것덜이라구.-1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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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탕달의 연애론 - 새롭게 쓰는
스탕달 지음, 권지현 옮김 / 삼성출판사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읽는 중간중간 '옳타구나!', '맞아 맞아', '나도 이랬었지', '하아~ 고것 참...' 등의 추임새가 절로 나온다. 연애를 한 번 해본 사람보다는 서너번 해본 사람에게서, 다섯번 해 본 사람보다는 열번 정도 해 본 사람에게서 더욱 더 그런 추임새가 많이 나올 터. 연애를 해본 사람들의 경험이 없었다면 이 이론서도 나오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여러 연애 케이스를 수집해 '너도 이랬어? 나도 그랬는데. 그럼 이런 거구나.' 하는 사전 조사가 있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그 베이스가 두텁고, 그래서 꽤나 공감가고 믿음직하다.

원저본을 읽어보지 않고 '새롭게 쓰는' 스탕달의 연애론을 읽은지라, 얼만큼 의역되고 재구성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읽어보고는 싶었으나 막상 책을 집어드려니 어려울까봐 용기가 나지 않던 이들에게는 꽤나 희소식이겠다. 어려움 없이 술술 읽히고, 시중의 잡다한 연애백과보다는 진중하다. 연애지식이 일천한 10대보다는 어느 정도 세상 풍파에 찌든 나같은 30대에게 이 책은 더 어울리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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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탕달의 연애론 - 새롭게 쓰는
스탕달 지음, 권지현 옮김 / 삼성출판사 / 2007년 8월
절판


잘츠부르크의 소금 광산 깊은 곳에 잎이 떨어진 나뭇가지를 던져 넣어두고 서너 달쯤 뒤에 꺼내보면 나뭇가지가 온통 반짝이는 소금 결정들로 뒤덮여 아름답게 빛난다. 소금 결정이 원래의 평범한 나뭇가지를 가려 다이아몬드 가지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다.
이처럼 결정 작용이란 상대가 어떤 모습을 보여주건, 어떤 행동을 하건 상대를 아름답게 미화해서 보려는 정신적 작용을 가리킨다.-37쪽

모드 사랑은 감탄, 쾌락, 희망, 사랑의 탄생, 첫번째 결정 작용, 의심, 두번째 결정 작용 등의 일곱 단계를 거치며 태어나고 성장한다. -48쪽

좋은 소설은 삼 년에 한번씩 다시 읽어보아도 똑같은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88쪽

만남이란 그저 영화나 소설처럼 등 뒤에서 햇살이 비치고 귓가에서 종소리가 울려 퍼지는 감동과 낭만이 뒤섞여야 사랑으로 피어나는 것이다.-109쪽

사랑하는 대상 앞에서 용기가 날 때는 이미 사랑이 식었을 때뿐이다.-126쪽

사랑에 있어서는 모든 것이 신호임을 상기해야 한다.-146쪽

사랑하는 여인의 손을 처음 잡던 날처럼 행복한 순간이 있었던가! 이 황홀한 경험에 비하면 육체 관계를 가질 때의 행복은 너무나 현실적인데다가 농담거리가 되기 쉽다.-184쪽

군대에서 회자되는 오래 된 격언이 있다. '두 자매가 있는 집에 머물 수 있는 숙박권을 탔는데 그 중 언니가 마음에 들면 동생에게 구애를 하라'는 것이다.-223쪽

사실 사랑에는 '고마운 줄도 모르는', '배은망덕' 같은 표현이 존재할 수 없다.-2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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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불복종
헨리 데이빗 소로우 지음, 강승영 옮김 / 이레 / 1999년 8월
평점 :
절판


너무나도 사랑해 마지않는 소로우. 나는 그의 '월든'을 세상 최고의 책으로 치지만, 유명세는 '시민의 불복종' 쪽이다.

앞의 50여 페이지는 시민의 불복종, 그리고 그 이후는 월든에서와 마찬가지로 자연을 바라보는 소로우의 시선이 오롯이 담겨있다. '월든'에서 구두를 고치러 시내에 나갔다가 붙잡힌 대목이 나오는데 바로 그 사건이 '시민의 불복종'의 메인 스피릿. 인두세 납부를 거절하다니, 역시나 그는 그 당시 꽤나 말 안 듣는 지식인이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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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불복종
헨리 데이빗 소로우 지음, 강승영 옮김 / 이레 / 1999년 8월
절판


나는 낙엽을 쓸어내 버려야 할 어떤 쓰레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을 내 배의 바닥에 깔기에 안성마춤인 돗자리라고 여긴다.-96쪽

길거리에 나무를 심을 때 모름지기 그 나무가 가을에 띨 아름다운 모습을 염두에 두고 심어야 할 것이다.-104쪽

우리는 우리가 사용하는 색깔들의 이름을 어슴푸레한 외국의 지명으로부터 계속 가져다 쓸 것인가 '네이플스 옐로', '프러시안 블루', '로 시엔자', '번트 엄버', '김부지' 등등 하면서 말이다. 아니면 초콜릿이나 레몬, 커피나 계수나무 껍질, 또는 클라레 포도주 같은 비교적 대단치 않은 물건이나, 우리가 거의 실물을 본 적이 없는 광물이나 산화물에서 계속 가져다 쓸 것인가?
우리는 우리가 본 어떤 것의 색깔을 이웃사람에게 묘사할 때 마을 근처의 어떤 자연물을 빌려서 하지 않고 지구 저편의 땅속에서 캐낸 어떤 광물 조각의 이름을 빌려서 할 것인가? 나나 이웃 사람이나 그 광물을 본 적이 없고 기껏 약제사의 가게에 가야 보게 될지도 모르는데 말인가? 우리의 발밑에는 땅이 없고 우리의 머리 위에는 하늘이 없단 말인가? 아니면 하늘마저 온통 '울트라마린' 색깔이란 말인가? 사파이어, 자수정, 에메랄드, 루비, 호박 등에 대해 우리가 아는 것은 무엇인가?-105-106쪽

위로 올라가면 갈수록 더욱더 순화되는 이 잎사귀들은 속세의 특성을 벗어던지고 해가 갈수록 빛과의 친분을 더욱 돈독히 한다. 그리하여 마침내는 지상의 물질을 가능한 한 최소한으로 보유하고 천상의 은덕을 최대한 받아들인다.-109쪽

사물이 우리의 시야로부터 가려져 있는 것은 그것이 우리의 시선이 통과하는 진로 밖에 있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마음과 눈을 그 사물에다 전적으로 집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112쪽

내가 서 있는 낭떠러지의 바위쪽으로 이제 귀를 멍하게 할 정도의 큰 소리가 들려온다. 이것은 나무마저도 죽을 때는 신음소리를 낸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119쪽

각 계절이 지나가는 대로 그 계절 속에 살라.
그 계절의 공기를 들이켜고, 그 계절의 음료수를 마시며, 그 계절의 과일을 맛보라. 그리고 그 계절의 영향력 속에 자신을 완전히 맡기라. 그것들로 하여금 당신의 유일한 마실 것이 되고 보약이 되도록 하라. 8월에는 말린 고기가 아니라 온갖 딸기를 주식으로 삼으라. 당신은 황량한 바다 한가운데를 지나는 배를 타고 있는 것도 아니고 북녘의 사막 지대를 걷고 있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125쪽

자연을 거부하지 말라. 인간의 겨우 몇 가지 자연식품이 건강에 좋다는 사실을 발견했을 뿐이다. -126쪽

"그 사과들은 활 시위를 당길 때와 같은 짜릿한 맛이 있다"-166쪽

이 사과들은 바람과 서리와 비를 맞고 자라면서 기후나 계절의 온갖 속성을 모두 흡수했기 때문에 '계절의 양념'이 잔뜩 들어 있어 자신들의 기백으로 먹는 사람을 '찌르고' '쏘로' '충만케' 한다. 따라서 이 사과들은 '제철에' 다시 말해서 야외에서 먹어야만 하는 것이다.-168-1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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