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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순이 언니 - MBC 느낌표 선정도서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봉순이 언니를 읽었던 건, 꽤나 신문을 열심히 탐독했던 시절.
그 때 우리집은 십년 넘게 동아일보를 구독 중이었는데,
애들 셋을 포함한 다섯 식구의 신문 쟁탈전은 나름대로 순서가 있고 규율이 있었다.
우선, 아침에 배달되자마자 아빠가 보시고 (화장실에도 들고 갔다오고)
그 다음엔 그 날 수업에 여유가 있는 사람이 챙겨 보고
그 뒤엔 엄마가 커피 한 잔을 들고 차지하고 앉아 차근차근 읽고
또 그 다음 저녁 땐 아침에 미처 못 읽었던 것을 정독하고,
그리고 바로 이 때 나는 연재소설도 꼬박꼬박 챙겨 읽었다.
그 때 읽었던 게 바로 봉순이 언니.
나는 IMF를 잘 체감하지 못했었지만
이미 세상은 그놈의 IMF 때문에 난리여서 그랬는지 저랬는지는 모르지만
향수를 자극하는 봉순이 언니가 꽤나 인기를 끌었던 것 같다.
이 즈음 육남매도 인기를 끌었던 걸 보니
어쩌면 봉순이 언니는 작가 자신의 자서전적인 소설이기도 하지만
출판사(혹은 신문사)의 기획성 소설이기도 했으리라.
어찌됐든, 독자로서는 훌륭한 소설 하나 나왔으니 손해 본 건 없는 셈.
아, 그런데 IMF 때보다 지금이 나는 더 힘들구나.
봉순이 언니를 능가하는 슈퍼 언니가 한 명 더 나와야
요즘 내 인생을 다독여 줄 터인데.
부탁 좀 드립니다.
봉순이 언니의 돈까스 이야기처럼
고소하고 따뜻해서 위로가 되는 이야기라면 더욱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