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일의 독서일기 범우 한국 문예 신서 79
장정일 지음 / 범우사 / 1994년 11월
구판절판


밀란 쿤데라 <이별의 왈츠>
......확실히 쿤데라의 소설에는 '엎치락뒤치락' 희극적인 면모가 있다.-39쪽

세라헤자드가 다시 '천일야화'를 펼치는 듯한 <만툴리사 거리>는 한달간 읽어댄 소설 가운데 다시 한번 더 읽어보고 싶은 몇 안 되는 소설 가운데 하나이다.-57쪽

루이스 S.코저의 <살롱 카페 아카데미>
......지식인과 지식사회'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는 앞의 책은 살롱, 커피하우스, 학사원, 출판시장과 독서시장, 평론지, 정치적 당파, 보헤미안 문사의 출편, 동인지 등의 근대적 공공성 제도와 연관하여 지식인과 지식사회의 발생과 형성을 규명하고 있다.-63쪽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식으로 나는 '서울에 가고 싶은 꿈에 들든 한 시골 소년의 발 앞에 새마을호가 난데없이 멈추어 서는' 이런 거짓말이 바로 소설이 아니겠느냐고, 이렇게 서두를 시작하는 소설을 쓰고 싶다고,-70쪽

<다자이 오사무의 귀향>
이 이상한 제목의 책에는, 다자이 오사무가 쓴 <굿바이>, <쓰라구 통신>, <쓰가루>란 소설이 실려 있다. <쓰가루 통신>가운데 마지막 편인 <참새>는 비일본인의 눈으로 보면, 섬뜩한 데가 있다. 그들도 그것을 알까? -75쪽

스티븐 킹의 <스탠 바이 미>
...... 여분의 힘으로, 심심풀이로 이런 소설을 쓸 수 있다면 이를악물고, 죽어라고 글을 써도 게발새발이 되고 마는 많은 작가들은 넥타이 공장이나 차려야 한다.-108쪽

F.사강의 <어떤 미소>
...... '둘이서 하나'가 된다는 것은 극단적으로, '나'를 버린 두 사람이 만나는 것이지, 두 사람의 '나'가 만나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첫사랑에 빠진 사춘기 소년 소녀가 사랑이라는 낯선 감정 앞에서 맞닥뜨리는 것은 자기 정체성에 대한 불안이 될 것이다.-136쪽

신이나 영웅이 등장하는 고상한 것을 스라는 귀족들의 주문에 대해 모차르트는 이렇게 대답한다. "난 진짜 인간이 나오는 작품을 쓰고 싶습니다!..... 사실적인 장소를 사용해서 말입니다. 부인의 내실! 나에게는 부인의 내실이야말로 이 지상에서 가장 흥분을 주는 장소라고 생각해요! 마루에 흩어진 내복 - 여인의 체온이 남아 있는 슈미즈 - 잠자리 밑엔 넘칠 정도로 차 있는 요강!"-145쪽

김신용의 <고백>
...... 몇 년 전에 한국에서도 개봉된 레오 까라의 영화 <퐁네프의 다리>를 보면서 우리 나라에도 부랑자를 다룬 영화나 소설이 한번 나올 만하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는데 <고백>이라 명명된 김신용 시인의 이 소설읜 장 주네의 <도둑일기>나 윌리엄 케네디의 <억새인간>에 버금가는 소설이 나왔다는충격과 감동을 내게 안겨주었다. -150쪽

소설책에 밑줄을 긋는 행위는, 요주의를 통해 밑줄을 그을 때를 제외하고는 독자가 작가 혹은 등장인물과 자신을 동일하게 느낄 때이다. 그리고 그 밑줄은 다른 독자가 그 책을 들었을 때 당신도 내 생각에 동의하느냐는 물음 곧 대화가 된다.-161쪽

여행을 떠나기 전에 나의 여행가방은 몇 번이나 풀어졌다가 다시 싸진다. 까닭은 어떤 책을 넣어 갈 것인가 하는 고민 때문인데, 꾸려놓은 배낭이 풀어 헤쳐지는 것은 욕심이 너무 많아 여행 기간 동안 다 읽지 못할 분량의 책을 넣거나, 여행을 하며 읽기에 부적합한 책을 넣었던 까닭이다. -187쪽

옛날에 한번 읽었던 책을 다시 읽는 행위는 오래 전에 잃어버린 내 숨을, 이미 읽은 적 있는 행간들 속에서 다시 찾으려는 시도와 같으니 경이롭다. -188쪽

S.츠바이크의 <어떤 정치적 인간의 초상>...자신의 독단적인 이념 혹은 이상때문에 결국은 추방이나 시해를 당할 수밖에 없는 사람! 너무 문학적이고 과분한 비유가 될지 모르겠지만, 독재자에 관한 츠바이크의 정의는 갑자기 카프카의 <단식광대>를 떠올린다. 프라하의 음울한 작가에 의해 씌어진 <단식광대>의 주인공은 적어도, 최초에는, 단순히 '오래 굶는' 일에서만 줄거움을 느꼈고, 단식날짜를 하루하루 갱신하는 것에서 자긍심을 느꼈다. 그러나 어느날부터는 단순히 기록을 갱신하는 차원에서 다른 차원, 즉 '오래 굶는' 양적행위에서가 아니라 '내입에 맞는 음식이 없기 때문에' 굶는다는 이상형을 향해 나가며, 결국은 자기 이념으로 인해 죽는다. 이 고집스런 '단식광대' 자리에 독재자를 포개 보자. 처음에 독재자는 단순히 '오래 집권'하는 것이 자랑스러운 일이 아니라, 어떤 이상에 헌신하는 것이 더 훌륭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독재자들은 종종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언제라도 떠나겠다'는 허세를 부린다. -230쪽

이범선의 <표구된 휴지>
....<표구된 휴지>는 '국보급' 소설이다.
....수준이 들쑥날쑥한 이 소설집을 읽으면서 나는 '옛날의 선배 작가들은 참 소설을 못 썼구나'하고 계속 중얼거렸다. 그런 느낌은 이 소설집의 제일 끄트머리에 실린 <고국>을 읽고 나서 <표구된 휴지>를 덮을 때까지 가시지 않았는데, 웬걸, 이 소설집을 모두 읽고 난 잠시 후에, 내 생각으로는 이 소설집 가운데서도 가장 못난 소설인 <고국>에 숨은 옛 선배 작가의 장인적 솜씨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237쪽

내가 이 책을 한번 더 읽기로 작정한 까닭은, 어렸을 때 읽었던 그 책의 내용을 모두 잃어버렸기 때문. 그래서 소설가 이인화가 되기 이전의 평론가 류철균이 언제인가 내게 이런 우스개를 하지 않았던가 : "알고보면 문학도 암기과목의 일종입니다!"-244쪽

카를로스 푸엔테스의 <아우라>-263쪽

이진우의 <적들의 사회>
....제도화된 모든 관계는 내부에 적을 기른다. 이 소설의 작가는 '문단'고 '결혼'이 그러하다고 주장하는데 1부의 강승우는 전자의 희생자이고 2부의 이기준은 후자의 희생자이다.-2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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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렛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0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읽다가 자꾸만 데자뷰를 느껴서 혼란스러웠는데 작가 후기를 보고서야 의문이 풀렸다.

          오산이.
          이 여자에게 이름을 지어준 지가 꼭 일 년이 되었다.
          오산이는 내 단편 <배드민턴 치는 여자>의 분신이다.


그 단편 읽을 때도 '알 수 없는 우울한 여자네' 라고 생각했는데
신경숙은 그 우울한 여자에게 깊이 감정이입하고 있었나 보다.    

단편의 주인공을 장편으로까지 끌고 온 걸 보면. 아니, 확장시킨 걸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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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생충
무라카미 류 지음, 양억관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0년 9월
평점 :
절판


 

보면 불편해지는 책이 간혹 있다.
무라카미 류의 책은 대부분 그런 경우.

망한 책대여점에서 싸게 팔고 있지 않았더라면 가져오지 않았을 텐데
어쩌자고 나는 <한없이 투명한 블루>를 불편하게 숨어서 읽고 나서 또 그의 책을 집어들었을까.
손에 똥냄새 같은 게 묻으면 남들 앞에서는 진저리를 치다가도 나 혼자 있을 때는 몰래 킁킁 맡아보는 것과 같은 이치일까.
으엑 싫어 외치면서도 결국은 다 읽어내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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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생충
무라카미 류 지음, 양억관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0년 9월
절판


등교 거부를 할 때도 그랬지만, 태어나서 여태 하던 일을 그만둔 후로는, 무엇 때문에 여태 이런 짓을 해 왔는지,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게 되고 말았다.-9쪽

식어 버린 에스프레소는 마치 수백만 송이의 꽃에서 추출한 꿀처럼 달았다. -71쪽

제가 있어야 할 장소를 잃어버리면, 물건이란 언젠가 사라지는 것이 그 운명이다.-2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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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톱 이야기 범우문고 37
김정한 지음 / 범우사 / 2002년 7월
평점 :
품절


 

외출할 때는 언제 책 읽을 겨를이 생길지 예측할 수 없으므로 핸드백에 반드시 한 권을 넣는다.
그런데, 빅백이라면 몰라도 보통 핸드백은 책 한 권에 몸체가 뚱뚱해져 버린다.
버클을 가까스로 채운다.
영 폼이 안 난다.


하지만 이건 범우사 문고본이다.
다이어리보다 작고 얇다.
나는 헌책방에서 천원을 주고 샀는데 찍혀 있는 정가표시는 2000원.
책값이 오른 지금도 2800이면 한 권을 살 수 있다.
(표지는 내가 갖고 있는 98년도 3판 2쇄본이 훨씬 고풍스럽다.)
지큐의 정우성 에디터는 생수 사 마시듯 범우사 문고판을 산다고 한다.
영국에 펭귄북스가 있다면 한국엔 범우사 문고판이 있다며 추켜세운다.
이건 정우성 에디터의 "시월이 온다 하니, 추석 전날의 고향집처럼 생각나는 브랜드" 5가지 중 하나다.
나머지 네 개는, 컨버스와 무인양품, 빅, 광장시장이다.

정우성 에디터는 처음 지큐에 입사할 때부터 마음에 들었다.
내가 편집장도 아닌데 "아이구 귀여워" 엉덩이 두드려주고 싶은 심정.
아, 편집장이어도 엉덩이 두드려주면 성추행으로 몰리겠지?
어쨌든 그도, 범우사 문고판도 지금의 그 자리를 지켰으면 좋겠다.

이 작은 한 권에는 <모래톱 이야기>, <제3병동>, <인간 단지> 이렇게 세 단편이 들어 있는데
소재며 문체가 고색창연, 옛스럽고 인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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