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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보다 깊은 잠 2
박범신 지음 / 세계사 / 2000년 7월
평점 :
품절
이제는 사라진 www.hunbooks.com 에서 대량으로 사들인 책 중 하나.
70~80년대 인기남이었던 박범신의 책이라기에 주저없이 클릭해서 장바구니에 넣었는데 제목은 낯설다.
<꿈과 쇠못>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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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에도 없기에, 이외수의 <산목>처럼 이제는 사라진 책인가 했는데
아, 또 제목이 바뀐 거였구나.
그런데 그 역사가 아주 스펙타클하다.
1979년에 박범신은 <죽음보다 깊은 잠>을 써서 20만 부 이상 판매고를 올린다.
한국의 산업화와 자본주의의 현실을 날카롭게 풍자한 게 때마침 딱 맞아떨어진 것.
이른바 세태소설이었다.
그리고 5년 후, 여성지 '주부생활사'에 두 번째 세태소설이라 할 수 있는 <꿈과 쇠못>을 연재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단행본으로 출간할 때 편집부의 권유로 <하늘로 던지는 그물>로 제목을 바꾸고..
또 그 후에 재출간할 때는 전작 <죽음보다 깊은 잠>의 유명세를 이용하기 위해선지
제목을 아예 <죽음보다 깊은 잠 2>로 바꾸고.....
모르는 상태였더라면 <죽음보다 깊은 잠>과 <죽음보다 깊은 잠 2>가 상하 세트인 줄 알고 함께 샀을지도 모르겠다.
뭐, 두 작품이 아예 아무 연관성도 없는 건 아니지만, 약간 '귀여운 사기' 수준 아닌가?
우리나라 출판사들, 제목을 너무 자주 바꿔 책을 찍어내는 것 같은데 제발 좀 안 그랬으면 좋겠다.
처음에 지은 제목이 좀 못마땅하더라도, 그래도 그것 또한 작품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수익을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겠다 싶은 경우도 없는 건 아니다.
성석제의 <순정>은, 상업적으로 보자면 <도망자 이치도>로 제목을 바꾼 후에 더 눈길이 가기도 하니까.
그래도 나는 <순정> 쪽이 더 좋다.
<꿈과 쇠못>은 딱 80년대 소설스럽다.
약간은 '나는 펫' 스럽기도 하고 '아이돌 성공기' 같기도 하고 '조강지처클럽'같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퇴폐적인 미사리 느낌도 난다.
마지막 부분에서 영훈이 사라지는 모습에서는 난데없이 '환타지'스러워져서 엥 내가 이외수 소설을 읽었던 건가 싶기도 하다.
그런데도 솔직히 말하자면,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버릴 정도로 몰입감은 높다.
이 소설이 촌스러운 건, 우리가 이미 그 시대를 훌쩍 지나쳐 왔기 때문이지 다른 이유는 없기 때문.
그리고 사랑은, 촌스러울수록 절절한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