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의 여왕
백영옥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다이어트는 해도 해도 끝없고 빠져나올 수도 없는 지옥불 같은 것.
그러면서도 '이번만큼은 다를 거야' 라는 생각에 또다시 뛰어들고 마는 유혹의 지옥불.
이러다가 평생 다이어트 하고 있겠지, 난.

소설에서라도 다이어트 성공담 좀 보자 해서 선택한 책.
게다가, 혹자는 칙릿이라 폄하해도 나는 재미있게 읽었던 <스타일>의 저자가 쓴 책 아니던가.
때마침 K양이 케이블 채널의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찍고 있기도 했으니
내가 먼저 읽고 나서 다이어트女들의 심리 상태를 거만하게 쫑알거려 주고 싶기도 했고. 

결국,
나는 지금도 다이어트 중이고,
K양은 내 쫑알거림과는 상관없이 성공적으로 프로그램을 끝냈으며,
나는 백영옥에게 약간은 실망했다.
사랑하는 이들의 심리에 관한 인상깊은 구절은 꽤 많았지만
어차피 소설이란 게 멋있는 구절만으로 이루어진 건 아니고 결국은 스토리 싸움인데
책의 3분의 2지점에서부터 이 스토리 싸움이 점점 처지기 시작한다.
흥미진진했던 싸움이 구경꾼 사라지면서 스멀스멀 소강상태에 접어든 상황이랄까.
비하인드 스토리 필요없으니까 그냥 머리채 쥐어잡고 흙바닥에 뒹굴면서 제대로 싸워주세요!

그래도, 지금 막 실연한 친구한테 권해주기엔 '킬링 타임+ 마음 위안' 용으로 아주 좋겠다.
울고 짜고 통곡하다가 아이스크림을 퍼먹는다는, 가장 전통적인 이별의 방법도 소개되어 있으니 따라해도 좋고.
뭐 이 나이에 실연당하는 게 그냥 책 한 권 권해주는 걸로 위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댁들의 사정.
요즘의 나는, 내 몸 하나 다이어트하고 감정 콘트롤 하기도 벅차다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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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의 여왕
백영옥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7월
절판


요즘 사람들은 '신파적인 것'에 이상한 강박을 가지고 있다. 문명이 그것을 유치한 것이라고 가르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파란 얼마나 건강한 것인가. 신파란 감정을 쏟아내고, 신경증을 유발하지 않으며, 뒤끝을 남기지 않는다.-14쪽

실연을 당한 사람이라면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디저트를 먹어야 한다.
한입 물면 혀를 적시고, 두번째부턴 짜릿한 마비를 일으키는 다디단 음식들. 이별의 아픔은 그렇게 잊어가는 게 마땅하다. 울고, 짜고, 통곡하다가 조용히 냉장고로 달려가 숟가락으로 아이스크림을 퍼먹는 것이야말로 내가 알고 있는 가장 전통적인 이별의 수순이었다. -16쪽

"정말 이해가 안 되는 게, 왜 여행사들은 '실연당한 여자들을 위한 다이어트 여행' 패키지 같은 거 안 만드나 모르겠어. 그거 만들면 대박 아니니?"-22쪽

"내가 왜 여행을 자주 가는지 알아?"
언젠가 시후가 내게 말했다.
"그건 빠르게 사라지는 시간이 두렵기 때문이야. 여행은 일상 속의 시간을 늘려주거든. 여행을 하면 내가 천천히 늙는단 느낌이 들어. 생각해봐. 차를 타면 언제나 처음 찾아가는 길이 되돌아오는 길보다 훨씬 더 길게 느껴지잖아."-148쪽

내가 알고 있는 아름다운 전설이 있다. 아기가 세상에 태어나기 전, 하나님은 세상의 모든 아기들에게 찾아간다고 한다. 그리고 인생의 지혜와 비밀을 전부 다 얘기하곤, 손가락으로 아기의 말랑을 입술을 지그시 누르며 '쉬잇! 비밀이야'라고 조용히 속삭인다. 신의 선명한 손가락 자국이 남는 자리. 옛날부터 유대인들은 코와 입술 사이의 '인중'을 그렇게 표현한다.-186쪽

영웅들에게 탄생비화가 있듯 세상의 모든 연인들에겐 '사랑의 신화'가 존재한다.-3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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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를 위하여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1
이문열 지음 / 민음사 / 200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가진 건 훈북스닷컴에서 산, 고려원 출판사 4판 1쇄본. 요즘은 방송금지인 담배 피는 모습이 당당히 표지사진이다.)  

 

읽고 있노라면 뇌리를 팍팍 스치는 인물들이 있는데,
돈키호테, 가제트, 그리고 허경영.
아, 허경영의 비서관도 추가!

2009년에 읽은 소설 중 베스트 5위 안에 너끈히 들어갈 만하다.
재미는 물론이고, 스피디한 물입감에, 허를 찌르는 유머감각까지!
특히나 황제가 셋째아들을 처음 대면하는 자리에서 내뱉은 "아, 그거...."는 길이길이 남을 명대사!
(1권 239쪽. 고려원 판으로...)
한동안 무한도전 안 봐도 될 만큼 웃음게이지 충족.  

이런 게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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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24 0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0-26 23: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황제를 위하여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2
이문열 지음 / 민음사 / 2001년 9월
구판절판


여희는 애봉인의 딸로 처음 진나라에 그녀를 데려갈 때는 너무 울어서 옷깃이 온통 젖었으나, 왕실에 가서 왕과 호사스러운 자리를 같이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는 전날에 운 것을 후회하였다. 저 죽은 자가 생전에 살기만을 원했던 사실을 후회하지 않을는지 내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2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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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를 위하여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1
이문열 지음 / 민음사 / 2001년 9월
구판절판


두 가지 다 애꾸눈의 옆면 초상화 같은 얘기리라. 성한 눈을 그리면 성한 사람이 되고 감긴 쪽을 그리면 장님이 되고 마는 식의.-44쪽

목숨이란 살아 있어 조금이라도 소용에 닿을 것인 한, 그걸 아끼기 위한 어떠한 볼썽사나움도 흉볼 수 없다.-110쪽

"이태백은 술 한 말에 시가 백 편이었다더구먼."
"두보는 길에서 누룩 실은 달구지만 봐도 입에 군침이 돌았다 했소."
"꽃 앞에서 몇 번이나 취할 수 있을까. 가난하다고 술 산 돈 아끼지 말라."
"술 사는 것쯤 걱정하지 마시오. 주머니에는 언제나 돈이 있소이다."-114쪽

정 처사는 완전히 늙어 있었다. 흰돌머리의 기업을 지키기 위한 고군분투의 몇 년이 그를 한 쇠약한 노인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었다. 그런데 황씨 부인을 대함에 있어 뜻 아니한 일이 벌어졌다. 그녀의 치마꼬리에 매달려 주춤거리는 아이들이 셋이나 되었기 때문이었다. 원자 융은 황제가 떠나올 때 네 살이었고 둘째인 휘도 이미 태중이어서 이름을 지어 두고 왔지만 이제 겨우 걸음마를 하는 셋째는 아무래도 기억이 없었다.
황제가 의아스러운 눈초리로 셋째를 뜯어보자 찔끔하던 황씨 부인이 기어드는 목소리로 더듬거렸다.
"이 아이는 오 년 전 겨울에 다녀가셨을 때......"
그렇게 말하는 황씨 부인과 황제를 번갈아 바라보는 정 처사의 눈길은 무언가를 탐색하는 듯하였고, 그 곁의 우발산은 왠지 묘하게 일그러진 얼굴로 송구한 듯 목을 움츠렸다.
"왜 생각 안 나느냐? 그 뒤로도 몇 번 다녀갔다면서......"
정 처사가 여전히 탐색하는 눈길로 황제의 표정을 살피며 따지듯 물었다. 너무나 창졸간의 일이라 멍청해진 황제가 어떨결에 대답했다.
"아, 그거......"
-2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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