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노 다케시의 생각노트
기타노 다케시 지음, 권남희 옮김 / 북스코프(아카넷)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나는 기타노 다케시의 영화를 한 편도 보지 않았다.
그런데, 얼마 전 용산에서 이문세 콘서트를 보고 돌아오는 길에 선배를 만났는데
그 선배는 이 책을 흘깃 보더니, "다케시가 책도 썼어?" 그러시네.
아, 선배는 다케시의 영화'만' 보셨습니까. 그렇다면 쌤쌤?
 

나처럼 기타노 다케시의 영화를 한 편도 보지 않은 사람, 그가 일본에서 얼마나 유명한 코미디언인지 모르는 사람이라도
그의 짧지만 짧지 않은 생각들을 들여다보는 것은 나쁘지 않다.
내가 이 책을 읽어보기로 결심한 건,
알라딘의 한 서재에서 다케시가 '바람'에 대해 한 이야기를 밑줄긋기 해놓은 걸 봤기 때문인데
아이고 이것 참 이거 못된 놈이로세 하다가도 그게 또 그럴싸해서 마음이 간다.
한 명하고만 바람을 피우면 삼각관계지만 두 명하고라면 사각관계, 100명하고라면 와우!
결국 점점 원이 되어가기 때문에 모가 난 곳이 사라진다는 것. 그럼 풍파도 끝!
정말 그럴싸하지 않나요? 써먹어야지. 흐흥.

하지만, 간혹 '남자로서의 가오(?)'를 들먹거리는 부분은 조금 거슬리는 게 사실이다.
남자들 사이에서야, 특히 중년남자들 사이에서야 여자한테 팁 뿌리고 하는 게 자랑일지 몰라도 나는 쫌...

다른 책을 읽고 나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더 읽고 싶어지는 책이 많아지는데
이 책을 읽고 나면, 영화가 보고 싶어진다.
이렇게 다른 장르로의 확장도 괜찮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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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노 다케시의 생각노트
기타노 다케시 지음, 권남희 옮김 / 북스코프(아카넷) / 2009년 5월
절판


아버지는 아이가 최초로 만나는 인생의 방해꾼이어도 좋다.-57쪽

쓸데없는 말이지만, 바람을 피우는 상대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애인을 한 명만 만드니까 삼각관계가 되어 모가 난다. 둘이라면 사각 관계, 셋이라면 오각 관계......,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원에 가까워져서 모가 없어진다. 그러면 풍파도 일지 않게 될 거라고 했더니 나더러 역시 미친놈이라고 화를 냈다. -113쪽

신쇼의 라쿠고(1인 만담극) 중에 굵은 가지를 '어둠에 꼭지를 단 것 같은 가지'라고 표현한 대목이 있다. 얼마나 대단한 상상력인가. 어둠에 꼭지를 달다니. 지금의 도쿄는 꼭지를 달려고 해도 여기저기에 네온사인이 빛나고 있어서 가지처럼 까맣지 않지만 말이다. 그 대목을 처음 들었을 때는 에도시대 밤의 어둠까지 보이는 것 같았다.-172쪽

어느 날 도편수에게 목수의 아내가 찾아와서 남편의 험담을 늘어놓았다.
"정말로 그 사람과 헤어지고 싶어요."
"아까부터 듣고 있자니 남편 험담만 하고 있는데, 어쩌다 그런 남자하고 결혼했습니까?"
도편수가 묻자, 그 여인이 대답했다.
"추웠거든요."
이런 대화 속에는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맛이 있다.-172쪽

프랑스 사람들은 "이 녀석은 프랑스어를 잘해요"라는 표현을 곧잘 쓴다. "저 사람은 예쁜 프랑스어를 쓰죠"라고도 한다. 프랑스인이 프랑스인을 그렇게 표현한다. 익히 알려져 있듯이 그들은 자국어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 -1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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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 밥벌이 - 어느 소심한 카피라이터의 홍대 카페 창업기
조한웅 지음 / 마음산책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세상 사는 게 하 고단하여 이런 책에도 관심이 가더라.
사춘기 소녀도 아니고 고3 수험생도 아닌데 나의 진로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요즈음.
인생에서 딱 하나의 직업만 가지는 건 재미없지 않느냐는 것이 소심한 나의 항변이기도 하고.
이 책의 작가 조한웅은 원래 카피라이터였는데, 어느 날 갑자기 홍대에 카페 창업을 하게 되고, 덕분에 책까지 내게 되고
앞으로도 10개의 직업을 가지는 것이 목표란다.
그가 생각하는 최대의 월급은 500만원이니, 각 직업에서 50만원을 벌 정도로만 일하겠다는 의지.
마음에 쏙 듭니다.

이 책을 읽다가 군데군데 실린 사진의 인테리어(바닥의 투명유리나 이케아 캐비넷)가 왠지 익숙하다 했더니
이럴 수가, M양과 홍대를 거닐다 우연히 들어간 그곳이었다.
안타까운 것은 내가 그곳에 갔던 시기는 키키봉(조한웅)이 다른 이에게 카페를 넘긴 이후.
그런데 새 주인도 <빵빵빵 파리>를 쓴 저자라고 한다.
아, 거기서 브라우니 먹어볼 걸.
옆 테이블을 보니 브라우니 위 아이스크림에 민트잎까지 꽂아주고 아주 제대로던데.

어쨌든 이 책은 성급히 카페를 창업하고자 하는 이들에겐 동네 아는 형의 세심한 조언집이 될 것이고,
나처럼 창업할 용기가 아직 없는 이에게도
'세상 사는 게 결코 만만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하고 싶은 건 해 봐라' 는 적절한 토닥거림이 될 수 있겠다.

그런데 키키봉님 요즘은 어디서 어떤 직업으로 살아가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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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 밥벌이 - 어느 소심한 카피라이터의 홍대 카페 창업기
조한웅 지음 / 마음산책 / 2008년 3월
품절


어딘가 훌쩍 떠나고 싶을 때 춘천이란 곳은 적당히 멀고도 가까운 곳, 그중에서도 경춘가도를 따라 내려가는 길에 있는 강촌힐스란 휴게소는 키키봉만의 비밀스런 마음휴게소다. 휴게소에 차를 대고 커피 한 잔을 뽑아 뒤로 돌아가면 북한강이 한눈에 펼쳐지는데 그 경치는 회사 땡땡이도 기꺼이 감수할 만한 장관이다. -94쪽

도도하고 새침한 여자가 술 한잔 마시고 띠는 홍조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이다. 코드가 안 맞아 도저히 말이 통하지 않던 사람과 술잔을 부딪치다 호형호제하는 경우라도 생기면 술의 신비로움 앞에 머리를 조아리게 된다. 무엇보다 최고의 술 맛은 말이 필요 없을 만큼 친한 사람과 마실 때 느낀다.-1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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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보다 소중한 것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하연수 옮김 / 문학수첩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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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나는 달리기를 싫어한다.
재즈에는 문외한이다.
하지만 하루키의 작품만큼은 굉장히 좋아한다.

이 말은 곧, 하루키가 쓰는 마라톤과 재즈 이야기를 '어쩔 수 없이' 읽어야 한다는 얘기.
<승리보다  소중한 것> 또한 시드니 올림픽 취재기(그 중에서도 특히 마라톤)겠거니 해서, 볼까 말까 한참을 망설였으나
결국은 그놈의 몹쓸 '하루키 전작주의' 때문에 읽어야지 어쩌겠습니까.

아, 그런데, 이건 그냥 단순한 올림픽 취재기가 아니다.
하루키가 스스로 말하기를 단기간에 이렇게 많은 원고를 쓴 건 20년 작가생활 동안 처음이라 할 정도로
이건 거의 '올림픽 일기'에 가깝다.
'취재기'가 아닌 '일기'.
예를 들면 경기가 끝난 후 연어요리와 채소샐러드, 맥주를 마셨는데 24달러였다... 하는 가계부까지 기록할 정도. 
그런데 이게 또 은근히 하루키의 입맛이라서 '그럼 그렇지' 하는 생각이 든다.
코알라와 왈라비를 보고 적은 감상도 꽤나 하루키스럽다.

하루키는 올림픽이 끝난 후 일본으로 돌아와 올림픽 녹화 중계를 보고 마치 소설 같은 심연 속으로 빠져든다.
이른바  '환상의 실재'와 '실재의 환상' 사이에서 혼란에 빠진 것!
(이 부분, 왠지 어떤 소설의 실마리가 되지 않을까 해서 묘한 느낌.)
그러니까, 그가 쓴 이 책은, 우리가 TV로 보던 올림픽 경기와는 '뭔가' 다르다는 얘기다.

그나저나 무라카미 하루키 같은 남자와 함께 여행을 한다면 왠지 쿨한 여행이 될 것 같은데...
적당히 무심하다가 어느 순간 눈빛이 번뜩하겠지.
매일 밤 맥주도 마시게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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