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보다 소중한 것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하연수 옮김 / 문학수첩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달리기를 싫어한다.
재즈에는 문외한이다.
하지만 하루키의 작품만큼은 굉장히 좋아한다.

이 말은 곧, 하루키가 쓰는 마라톤과 재즈 이야기를 '어쩔 수 없이' 읽어야 한다는 얘기.
<승리보다  소중한 것> 또한 시드니 올림픽 취재기(그 중에서도 특히 마라톤)겠거니 해서, 볼까 말까 한참을 망설였으나
결국은 그놈의 몹쓸 '하루키 전작주의' 때문에 읽어야지 어쩌겠습니까.

아, 그런데, 이건 그냥 단순한 올림픽 취재기가 아니다.
하루키가 스스로 말하기를 단기간에 이렇게 많은 원고를 쓴 건 20년 작가생활 동안 처음이라 할 정도로
이건 거의 '올림픽 일기'에 가깝다.
'취재기'가 아닌 '일기'.
예를 들면 경기가 끝난 후 연어요리와 채소샐러드, 맥주를 마셨는데 24달러였다... 하는 가계부까지 기록할 정도. 
그런데 이게 또 은근히 하루키의 입맛이라서 '그럼 그렇지' 하는 생각이 든다.
코알라와 왈라비를 보고 적은 감상도 꽤나 하루키스럽다.

하루키는 올림픽이 끝난 후 일본으로 돌아와 올림픽 녹화 중계를 보고 마치 소설 같은 심연 속으로 빠져든다.
이른바  '환상의 실재'와 '실재의 환상' 사이에서 혼란에 빠진 것!
(이 부분, 왠지 어떤 소설의 실마리가 되지 않을까 해서 묘한 느낌.)
그러니까, 그가 쓴 이 책은, 우리가 TV로 보던 올림픽 경기와는 '뭔가' 다르다는 얘기다.

그나저나 무라카미 하루키 같은 남자와 함께 여행을 한다면 왠지 쿨한 여행이 될 것 같은데...
적당히 무심하다가 어느 순간 눈빛이 번뜩하겠지.
매일 밤 맥주도 마시게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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