꾿빠이, 이상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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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청춘의 문장>에 너무 천착했던 게 분명하다. 몇 년간은 도서관에서 다리 저린 채 앉아있었겠구나 할 정도로 완벽한 고증엔 찬탄을 보내지만, 그래도 기대에 못 미쳤달까, 먼저 읽었던 그의 작품에 지나치게 매료됐었달까.. 이상을 미치도록 좋아한다면 이 작품도 미치도록 좋아할 듯. 하지만 나는 이상보다는 김유정이 좋고, 김연수는 <청춘의 문장>으로 만족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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꾿빠이, 이상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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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일토록 빗소리를 들었더니 어느 순간 소리가 사라졌다. 내가 빗소리 속에 있는 게 아니라 빗소리가 내 안에 있었다.-44쪽

"맞아요. 아무리 좋은 희곡을 썼다고 해도 셰익스피어 앞에서 벤 존슨은 그림자에 불과하죠. 예술세계만큼 냉혹한 사회도 없어요. 한 명의 천재를 위해 수천 명의 범재를 희생시키닌까요."-49쪽

전기 집필이란 고작 1백여 개의 조각만을 겨우 긁어모은 뒤, 1천 개의 조각이 필요한 퍼즐을 완성시키겠다고 덤비는 아이의 무모한 유희에 비유할 수 있지 않을까?-105쪽

"이렇게 눈 오는 날 흔히 애욕의 갈등이 생기는 법이야."-135쪽

"무슨 일이든 이름을 걸고 오랫동안 익히면 어느 수준은 넘어갑니다. 대충 비슷하게는 만들 수 있습니다. 그건 한 가지 일에만 몰두한 사람에게 세월이 주는 선물일 따름입니다. 시간이 흐르면 누구라도 그 정도는 할 수 있지요. 달인이라고 할 정도가 될 때는 뭔가 다른 게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1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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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이 기가 막혀! - 평양동무 림일의 웃음도서 2탄
림 일 지음 / 맑은소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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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때문에 몇 번 만난 적이 있는 림일 씨는 참 유쾌한 사람이다. 면면을 들여다보면 아픈 속내가 분명 있을 텐데, 웬만하면 밝은 '체' 하신다. 그래서인가 보다. 그의 책은 유머러스하면서도 어딘지 애잔하다. 어쩔 수 없는 남과 북의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려나. 하지만 어려운 정치나 사회 문제가 아닌 평양의 소소한 일상을 담았다는 데는 분명 플러스 요소가 있다.

북한의 생할상에 대해 알고 싶은 분들이라면 기꺼이 추천한다. 더 쉽게 알고 싶으면 오영진 작가의 만화책 <평양 프로젝트>도 기꺼이 추천. 나는 반공교육을 철저히 받은 세대지만, 그렇지 않은 좀 더 어린 분들에게는 이런 책들 덕분에 북한이 멀지 않게 느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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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훔친 여름 김승옥 소설전집 3
김승옥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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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달째, 전체 내용보다는 문장에 집착하고 있다. 문장이 아름다우면 새삼 작가가 달라보이고, 전체도 아름다워 보이는데, 얼음밥을 먹고서야 감성시어들을 내뱉을 수 있게 된 이외수처럼, 김승옥도 분명 그러했으리라. 비슷한 형태의 얼음밥을 먹지 않고서야 이런 문장은 나올 수가 없다. 햇볕과 마루가 간통을 한다느니, 과일 냄새가 매울 만큼 진하게 난다느니 하는 펄떡이는 문장들은, 대낮이 외상값처럼 밀려든다던 기형도의 문장 이후로 가히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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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훔친 여름 김승옥 소설전집 3
김승옥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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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이 들었다가 물러가는 마루 끝에 앉아서 마치 햇볕과 마루가 간통을 하는 것을 보는 듯한 느낌에 사로잡히며-25쪽

비도 자기 집 안방에 이부자리나 깔고 누워서 구경해야만 시원할 수도 있고 구슬플 수도 있고 아름다울 수도 있고 푸근할 수도 있는 법이지, 타향의 추녀 밑에 서서 본다면, 세상도 그만 이걸로 끝장이 났으면 하는 하염없는 생각밖에 나지 않을 것 같았다.-106쪽

괜히 부자가 된 듯한 느낌을 얻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바닷가로 가기를 권한다. 사람이 하는 일들이 그다지도 절대적으로 보이고, 남이란 것이 그다지도 뚫고 넘어갈 수 없는 성벽처럼 생각될 때는 바닷가로 가기를 권한다.-146쪽

가까운 상점에서 과일의 향기가 매울 만큼 진하게 풍겨오고 있었다.-2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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