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전목마의 데드 히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창해 / 2004년 10월
구판절판


그는 부엌으로 가서 캔 맥주를 하나 더 마셨다. 그리고 거실 스테레오 앞에 엎드려 뒹굴다 헤드폰을 끼고 새벽 2시까지 브루크너의 교향악을 들었다. 밤중에 홀로 브루크너의 웅장한 교향악을 들을 때마다 그는 일종의 모순된 기쁨을 느꼈다. 그것은 음악 속에서만 느낄 수 있는 기묘한 기쁨이었다. 시간과 에너지와 재능의 장대한 소모......

-풀 사이드--67쪽

이른바 악순환이라는 것이다. 출구가 없다. <꼬마 검둥이 삼보>에 나오는 세 마리의 호랑이처럼, 버터가 될 때까지 야자수 주변을 뛰어다니게 된다.

-지금은 없는 공주를 위하여--91쪽

"조그만 불빛이란 건 참 좋더군요. 저는 비행기 창으로 밤의 지상을 내려다볼 때마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조그만 불빛이라는 게 얼마나 아름답고 따뜻한 것인가 하구요."

-야구장--178-1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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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피플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스토리 / 2006년 4월
구판절판


사람이 살아가는 한평생에서 가장 상처 입기 쉽고, 가장 미숙하고, 그런 연유로 가장 중요한 시기에, 1960년대란 터프하고 와일드한 공기를 듬뿍 마시며, 그리고 당연한 일이지만, 숙명적으로 그에 취해버렸다.

-우리들 시대의 포크로어--37쪽

세상에는 독창적이지 않은 의견을 필요로 하는 때가 아주 많은 것이다.

-우리들 시대의 포크로어--42쪽

운전 교습소란 정말 따분하기 짝이 없는 곳이라, 누구라도 좋으니 아는 사람이 있으면 무슨 말이든 하고 싶어진다.

-우리들 시대의 포크로어--43쪽

누군가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그것을 문장화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이야기의 톤을 재현하는 것이다. 그 톤만 확실하게 포착하고 있으면, 그 이야기는 진실한 이야기가 된다.

-우리들 시대의 포크로어--46쪽

"옛날, 아주 어렸을 적에 한 동화를 읽은 일이 있었어."
그는 먼쪽 벽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어떤 줄거리였는지는 다 잊어버렸는데, 마지막 구절만큼은 지금도 잘 기억하고 있지. 왜냐하면 그렇게 이상하게 끝나는 동화는 처음 읽어봤기 때문이야. 그 동화는 이런 식으로 끝이 나. '모든 것이 끝난 다음, 임금님도 신하도 모두 배를 움켜쥐로 폭소를 하였습니다'라고. 동화의 끝치고는 좀 이상하다 싶지 않나?"

-우리들 시대의 포크로어--78쪽

"사람의 마음이란 깊은 우물 같은 것 아닐까 하고 생각해. 그 바닥에 무엇이 있는지는 모르지. 가끔 떠오르는 것들의 모양을 보고 상상할 수밖에."

-비행기--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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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의 여행법 하루키의 여행법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마스무라 에이조 사진,김진욱 옮김 / 문학사상사 / 1999년 2월
구판절판


대개 귀국해서 한 달이나 두 달쯤 지나고 나서 작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경험적으로 그 정도 간격을 두는 것이 결과가 좋은 것 같다. 그 동안 가라앉혀야 할 것은 가라앉고, 떠올라야 할 것은 떠오른다. 그리고 떠오른 기억만이 자연스럽게 이어져 가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하나의 굵은 라인이 형성된다. 잊어버리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다만 그 이상 오래 내버려 두면 잊어버리는 것이 너무 많아 문제다. 모든 일에는 어디까지나 '적당한 시기'라는 것이 있다.

-나의 여행법 : 여행하면서 쓰고, 쓰면서 여행한다--7쪽

축제란 갑자기 요란하게 시작했다가 금세 끝나고 마는 것이 아니라, 아침부터 느릿느릿 계속되는 기나긴 과정을 즐기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 경우에는 멋진 축제보다는, 언제 끝난다는 기약도 없이 늘어진 비참함 쪽을 즐겼다.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93쪽

특별히 '운명적인 해후'라고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인간은 묘한 곳에서 묘한 것과 부딪히는 법이다.

-대련에서 하이랄까지--128쪽

해가 지면 몽고의 하늘은 수많은 별들로 뒤덮인다. 여름 해질녘에 보는 초원의 풍경은 호흡이 멎을 정도로 아름답다.

-하이랄에서 노몬한까지--153쪽

정말 여행이란 분쟁의 소지가 다분하다. 정말이지 집에서 스크래블이나 하고 있는 편이 훨씬 정상적이다. 그런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우리는 자기도 모르게 여행을 떠나곤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이 이끄는 대로 비틀비틀 벼랑 끝으로 다가가는 것처럼.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낯익은 부드러운 소파에 걸터앉아 절실하게 깨닫는다. "아아, 뭐니뭐니 해도 역시 집이 최고야" 라고. 안 그런가?

-병으로서의 여행, 소, 따분한 모텔--180쪽

문득 떠나고 싶다는 강한 유혹을 느낀다. 일단 그곳에 가면, 인생을 마구 뒤흔들어 놓을 것 같은 중대한 일과 마주칠 것 같은 느낌이 든다(실제로는 그런 일은 매우 상징적인 영역에서만 일어나지만).

-병으로서의 여행, 소, 따분한 모텔--180쪽

대부분의 길은 톨스토이의 소설에 나오는 정직한 농부의 영혼처럼 애처로울 정도로 곧게 뻗어 있어, 시력만 좋으면 아주 멀리까지 바라볼 수가 있다.

-병으로서의 여행, 소, 따분한 모텔--185쪽

울타리 안에는 소가 가득 차 있다. 소는 상당히 귀여운 동물이지만, 너무 많으면 역시 보기에 싫증이 난다. 이 세상 일에는 그런 경향 -너무 많으면 보기가 싫어지는- 경항이 있는데, 소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병으로서의 여행, 소, 따분한 모텔--185-186쪽

어쩔 수 없이 단념하고 알코올이 빠진 맛대가리 없는 저녁식사를 했다. 그후에 자동차 안을 샅샅이 뒤져 며칠 전 주유소에서 산 채 그대로 방치해 둔, 말 오줌처럼 미지근한 버드와이저 캔 하나를 발견했다. 그것을 호텔로 들고 와 차게 해서 두 사람이 절반씩 나누어 마셨다. 몇 모금 안 되어 안타까웠지만 정말 최고의 맛이었다.
유타 주는 풍경이 아름답고 풍토도 흥미 깊은 곳이었지만, 주 경계를 넘어서 애리조나 주로 들어가 사막 한가운데에 있는 후진 마을의 후진 바에서 차가운 버드와이저 맥주를 주문해 꿀꺽꿀꺽 단숨에 들이켰을 때는 정말 살 것 같았다.
그 순간 이 빌어먹을 세계의 피하려고 해도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내 몸에 조금씩조금씩 스며 들어왔다. 리얼하게, 차갑게, 음, 세상에는 이런 맛이 있어야지 하고 생각했다.

-웰컴이라는 이름의 도시, 서부의 차이나 타운, 유타의 사람들--197쪽

이 세상에는 고향으로 끊임없이 회귀하려는 사람도 있고, 반대로 고향에는 돌아가지 않겠다고 우기는 사람도 있다. 양쪽을 구분짓는 기준은 대부분의 경우 일종의 운명의 힘인데, 그것은 고향에 대한 상념의 비중과는 약간 다른 것이다. 좋든 싫든 간에 나는 후자의 그룹에 속해 있는 것 같다.

-어린 시절의 기억--2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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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싱턴의 유령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사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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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병원인지라 언제나 비가 내리는 듯한 냄새가 났다.

-장님 버드나무와, 잠자는 여자--2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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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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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버리면 이런 저런 일들이 딱딱하게 굳어져 버려. 시멘트가 양동이 안에서 굳어지는 것처럼 알이야. 그리고 그렇게 되면, 우리는 되돌아갈 수 없게 되고 마는 거야. 그러니까 네가 말하고자 하는 건, 이미 너라는 시멘트는 단단하게 굳어져 버린 셈이니 지금의 네가 아닌 다른 너는 없다는 얘기잖아?"-25쪽

그런데도 처음 그녀와 마주했을 때, 나 자신도 영문을 알 수 없을 만큼 강렬하게 그녀에게 끌리게 됐다. 그건 마치, 대낮에 길을 걷다가 느닷없이, 눈에는 보이지 않는 소리 없는 벼락을 맞은 것과 같은 충격이었다.-65쪽

"하지메, 이 가게에서 추천하는 칵테일은 없니?"
"우리 집에서 만들어낸 독창적인 칵테일이 몇 가지 있긴 하지. 가게 이름과 같은 '로빈스 네스트'라는 게 있는데 그게 제일 반응이 좋아. 내 작품이지. 럼과 보드카가 베이스야. 마시기는 좋은데 꽤 술기운이 돌지."
"여자를 유혹하는 데 좋을 거 같구나."
"이봐, 시마모토. 넌 잘 알지 못하는 거 모양인데 칵테일이라는 건 애당초 그걸 목적으로 존재하는 거야."-143쪽

<스타 크로스드 러버스 / 엘링턴>-149쪽

"있잖아, 하지메"라고 그녀는 말했다. "정말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어떤 종류의 일들은 되돌릴 수 없어. 한 번 앞으로 나가고 나면 아무리 노력해도 제자리로 돌아갈 수 없지. 만약 그때 뭔가가 조금이라도 뒤틀렸다면 그건 뒤틀린 채로 그 자리에 굳어버리고 마는 거야."-229-2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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