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 개정판
김훈 지음 / 푸른숲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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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바닥의 굳은살은 개들의 삼국유사였다.(9)

 

이 구절이 나는 참 좋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김훈 작가님의 문장,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칼의 노래)에 버금갈 만큼이다. 이 책은 개들의 삼국유사 해례본이다. 김훈 작가님은 발바닥에 굳은 살이 박힐 만큼 온 천지를 싸돌아다니며 온 몸에 새긴 개들의 삼국유사을 읽어내고, 그것을 풀어 우리에게 알려준다. 내가 깨달은 몇가지를 적어본다.

 

 

온 몸의 구멍들을 활짝 열어놓고 있으면, 그리고 세상을 끝없이 두리번거리고 또 노려보고 있으면 귓구멍과 코구멍 속으로 들어오는 이 세상의 냄새와 소리와 빛깔들이 너무나도 신기하고 기쁘고 또 두렵고 낯설고 새롭다. (30)

 

신바람을 기본 정신으로 살아가는 개들이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신바람 비법이다. 모든 것을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갈 때, 신바람은 없다. 당연한 건 없다. 주의를 기울이고 자세히 살펴보면 신기하다. 새롭다. 낯설다. 결코 무덤덤하게 살 수 없다. 개들이 발로 만져보고, 코로 냄새를 맡고, 수염으로 느껴보는 것처럼 낯설고 새롭고 신기한 일상을 신나게 살자

 

 

남의 눈치 전혀 보지 않고 남이야 어찌 되건 제멋대로 하는 사람들, 이런 눈치 없고 막가는 사람이 잘난 사람 대접을 받고 또 이런 사람들이 소신 있는 사람이라고 칭찬받는 소리를 들으면 개들은 웃는다. 웃지가 않기가 힘들다. 그야말로 개수작이다.(34)

 

개는 개수작을 하지 않는다. 개수작은 제 멋대로 하는 그 사람들, 걔들이 하는 수작, 걔수작이다국민들의 눈치를 전혀 보지 않는 국회의원들과 행정관료들, 신앙의 이름으로 자신의 탐욕을 채우기에 바쁜 종교인들, 걔들이 하는 수작이 개수작이다. 가진 돈이 많고, 앉은 자리가 높고, 아는 사람이 많다고 함부로 하는 걔들은 오늘도 개수작을 한다.

 

 

내가 사람의 아름다움에 홀려 있을 때, 사람들은 자기네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모르고 있었다

(124)

 

어이쿠! '보리수' 나무 아래서 깨달음을 얻었다는 석가처럼, '보리'의 말에서 귀한 가르침을 받았다. 한동안 이걸 모르고 살았다. 나이를 조금 먹고 나니 이제는 조금 알겠다. 그런데 지금도 모르고 살때가 많다. 발바닥에 굳은 살이 박힐 만큼 온 몸으로 깨달은 것이 아니어서일까? 개들을 반려'동물'이라고 한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반려'스승'이라 불러야겠다.

 

개짖는 소리 시끄럽다 화내지 마라

사람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제발 알라는

외침일 수 있으니...

 

 

개발바닥의 굳은살은 개들의 『삼국유사』였다 - P9

온 몸의 구멍들을 활짝 열어놓고 있으면, 그리고 세상을 끝없이 두리번거리고 또 노려보고 있으면 귓구멍과 코구멍 속으로 들어오는 이 세상의 냄새와 소리와 빛깔들이 너무나도 신기하고 기쁘고 또 두렵고 낯설고 새롭다. - P30

남의 눈치 전혀 보지 않고 남이야 어찌 되건 제멋대로 하는 사람들, 이런 눈치 없고 막가는 사람이 잘난 사람 대접을 받고 또 이런 사람들이 소신 있는 사람이라고 칭찬받는 소리를 들으면 개들은 웃는다. 웃지가 않기가 힘들다. 그야말로 개수작이다.( - P34

내가 사람의 아름다움에 홀려 있을 때, 사람들은 자기네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모르고 있었다
- P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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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 유시민의 30년 베스트셀러 영업기밀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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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서야 이 책을 읽었다. 얼마 전, 유시민 작가가 시민언론 민들레에 쓴 글, '수모를 견디는 힘'을 읽었다. 내 삶과 연결해서 많은 것을 생각했다. 그러던 차에 이 책을 읽었다.

 

이책은 글쓰기 관련 추천 도서 목록을 찾아보면 빠지지 않고 들어 있다. 읽어보니 그 이유를 알 거 같다. 방송에서 유시민 작가는 아주 이해하기 쉬운 말로 논리정연하게 의사를 전달한다. 책도 그대로다. 쉽고 명확하다. 이해하기 쉽도록 자신의 경험을 예로 드는데 아주 적절하다.

 

저자가 서문에 밝힌 것처럼, 이 책은 글쓰기 중에서도 논리적 글쓰기 일반론이다. 논술을 준비하는 수험생이나 취업 준비생들에게 아주 유용한 책이다. 수험생, 취업준비생이 아니어도 글쓰기를 시작하는 이들, 글을 잘 쓰고 싶은 이들에게 아주 유익한 책이다.

 

이 책은 논리적 '글쓰기'가 아닌 논리적 '말하기', 정확한 '의사소통'에 관한 책이기도 하다. 더 나아가 '글은 온몸으로, 삶 전체로 쓰는 것이다'(260)는 구절처럼,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떳떳하게 살고자 하는 이들에게도 많은 가르침을 준다.

 

첫째, 취향 고백과 주장을 구별한다. 둘째, 주장은 반드시 논증한다. 셋째, 처음부터 끝까지 주제에 집중한다. 이 세 가지 규칙을 잘 따르기만 해도 어느 정도 수준 높은 글을 쓸 수 있다.  - P19

글쓰기 철칙은 첫째, 많이 읽어야 잘 쓸 수 있다. 둘째, 많이 쓸수록 더 잘 쓰게 된다. - P62

잘 쓴 글은 우선 쉽게 읽고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글이어야 한다. 그리고 논리적으로 반박하거나 동의할 근거가 있는 글이어야 한다. 이렇게 글을 쓰려면 다음 네 가지에 유념해야 한다. 첫째,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주제가 분명해야 한다. 둘째, 그 주제를 다루는 데 꼭 필요한 사실과 정보를 담아야 한다. 셋째, 그 사실과 정보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분명하게 나타나냐 한다. 넷째, 주제와 정보와 논리를 적절한 어휘와 문장으로 표현해야 한다 - P74

어떻게 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있을까? 첫째는 텍스트 독해, 둘째는 텍스트 요약, 셋째는 사유와 토론이다 - P77

만약 입으로 소리 내어 읽기 어렵다면, 귀로 듣기에 좋지 않다면, 뜻을 파악하기 어렵다면 잘 못 쓴 글이다. - P170

긴 글보다는 짤은 글쓰기가 어렵다. 짧은 글을 쓰려면 정보와 논리를 압축하는 법을 알아야 한다. 가장 중요한 압축기술은 두가지다. 첫째,문장을 되도록 짧고 간단하게 쓴다. 둘째, 군더더기를 없앤다
- P236

논리 글쓰기를 잘하려면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떳떳하게 살아야 한다. - P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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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까지는 주로 업무와 관련된 책만 읽었다. 일을 그만두고 나서 올해 연초부터 '글쓰기' 관련 책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은유 작가님의 책, '글쓰기의 최전선, 쓰기의 말들'을 읽었다. 다른 글쓰기들을 읽을 때보다 은유 작가님의 책을 읽을 때 고개를 끄덕일 때가 많았고 밑줄친 문장들이 눈에 많이 들어왔다. '글쓰기의 최전선'은 주요 내용을 뽑아서(발췌)하며 읽었다. 

왜 다른 작가님들의 글보다 은유작가님의 글이 내 마음에 더 와닿았을까? 그 정답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은유 작가님의 글에는 '삶의 세목'(226쪽)이 들어가 있고 일상과 이웃의 삶이 녹아져 있기 때문이다. 은유 작가님은 글쓰기 전과 후에 달라진 점이 '더 나은 내가 되려고 노력하게 됐다는 것, 타인을 존중하게 되었다는 것'(285쪽)이라고 말한다. 그것이 바로 내가 가장 바라는 점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온유 작가님의 글쓰기 수업을 듣고 나온 기분이다. 잘 들었는지는 모르겠다. 듣고 싶은 거만 들었지 싶다. 괜찮다. 아직 들어야할 수업이 많다. 이제 겨우 '글쓰기의 최저선, 쓰기의 말들'에 이어 3교시를 들었을 뿐이닌까. 조금 쉬었다가 4교시는 '다가오는 말들' 수업을 들으러 가야겠다.

타인의 구체적 삶과 닿아 있는 문장. 너무 날것이라서 아픈 문장, 아픔이 길이 되는 문장.  - P16

글을 쓴다는 것은 생각한다는 것이고 생각한다는 것은 늘 모든 것을 낯설게 본다는 뜻입니다. - P37

사물과 현상을 낯설고 예민하게 보는 눈을 지닐 때 가능한 ‘생활의 발견‘이 글 쓰는 의미와 재미를 가져다줍니다. 그래서 글이 늘지 않는다는 건 ‘새롭게 보이는 게 없다‘ ‘늘 하던 소리를 한다‘ 혹은 ‘하나 마나 한 말을 한다‘라고 바꿔 말할 수 있게어요. - P38

슬럼프를 극복하는 방법은
1. 늘 하던 익숙한 글쓰기를 그만둔다.
2. 쉬면서 쓸데없는 일을 하거나 나를 가만히 둔다.
3. 익숙하지 않은 분야의 글쓰기를 시도해본다. - P40

쓰는 고통이 크면 안 쓴다. 안 쓰는 고통이 더 큰 사람은 쓴다. 글 쓸 때 그림자처럼 따라오는 자기 의심은 오직 쓰는 행위에 몰입할 때만 자취를 감춥니다. - P45

토로가 토론으로 이루어지는 곳, 사회적 문해력을 향상시키는 곳. 성취와 결실의 언어만 허용하는 장이 세속의 현실이라면, 좌절과패배의 언어도 수용하는 장은 글쓰기 수업이 아닐까요. - P54

모든 생각은 걷는 자의 발끝에서 나온다 - P72

직면하고 싶지 않은 일에 글감의 광맥이 있다. 그 광맥에서 글감이 계속 나올 것이다. - P93

글쓰기란 내가 쓰고 싶은 글을 남이 읽고 싶게 쓰는 것, 이 두가지를 조합시키는 부단한 노동 - P95

좋은 책이란 읽는 사람을 다른 생각, 다른 세계로 안내하는 책이다. - P214

소설가 박완서 선생님은 책 쓰는 이유를 이렇게 밝혔어요. "나는 이웃들의 삶 속에서 존재의 혁명을 일으키고 싶기 때문입니다" - P218

독서는 사람을 풍요롭게 하고 글쓰기는 사람을 정교하게 한다. - P218

누구의 인생도 완벽하게 아름답지만은 않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한 방은 있다. - P251

결국 작가의 일이란 잘 듣고 들은 이야기를 재구성해서 세상에 내놓은 일 같아요. - P270

글쓰기란 자기 관점을 세우고 그걸 부수고, 남들의 생각을 쫓는 게 아니라 내 생각에 몰입하고 그걸 다시 의심하고. 그렇게 내가 변해가는 과정을 기록하는 일입니다. - P288

‘삶에서 버릴 게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아는 사람이 작가다‘ 기존에는 쓸모를 기준으로 어떤 존재나 경험을 생각하고 평가하는 사람이었다면, 글을 쓰는 사람이 된 이후로 어떤 사물과 현상과 존재에서 다른 의미를 발굴하는 사람이 되었다는 뜻입니다. - P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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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 마침내 찾아온 특이점 - 2023 전 세계를 뒤흔든 빅이슈의 탄생
반병현 지음 / 생능북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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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사람들은 잘 모르면 두려워하거나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경향은 나이가 들수록 강해지는 거 같다. 알면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다. 알려면 배워야 하는데 나이 들면서 배우는 것을 어려워한다. 배우려면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가르침을 받으려는 마음이 있어야 하는데 그러기가 쉽지 않다. 직접 만나 배우는 것이 최고지만 관련 책을 읽는 것도 좋은 배움의 방법 중 하나이다.

Chatgpt를 나는 잘 모른다. 아니 모른다가 더 정확하다. Chatgptt를 소개하는 영상을 유튜브에 찾아보니 너무 많다. 그중에 몇 편을 골라서 봤다. 잘 들어오지 않았다. 영상보다는 활자, 그것도 인쇄된 활자 읽기를 나는 좋아한다. Chatgpt 관련 도서가 있는지 찾아보니 집 근처 도서관에는 없었다. 올해 1월에 출간한 최신 신간도서라고 그런가 보다. 서울 도서관에서 이 책을 예약해서 빌려서 읽었다.

책의 내용을 정리하면 AI는 인간이 만들었지만 이미 인간보다 더 똑똑한데 2023년 1월 현재 누구나 Chatgpt의 서비스에 접속해서 인류의 95%보다 똑똑한 인공지능을 체험해 볼 수 있다. 챗 gpt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분야의 전문지식을 갖고 있으며 거의 사람과 다름없는 수준의 유창한 답변을 제시할 수 있는데 Chatgpt의 지식수준은 전문가보다는 얕고, 비전공자보다는 깊다.

Chatgpt로 요리 레시피를 알아볼 수 있고 일상의 궁금한 사항들을 물어볼 수 있다. 자신 관리와 투자 관련된 정보도 폭넓게 알 수 있지만 Chatgpt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지 않고, 과거에 수집해 학습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답변하기에 현재 상황 정보를 알아야 대답이 가능한 정보에는 제대로 답변하지 못한다.

Chatgpt를 활용해서 영화 시나리오나 광고 시놉시스 등을 작성할 수 있으나 상세한 설명을 제공하지 않으면 Chatgpt가 만들어 오는 시나리오는 재미가 없다. 적어도 활자로 표현 가능한 영역에서의 창작활동은, 인간이 AI를 생산성 측면에서 이길 방법이 없어 보인다. Chatgpt를 활용해 다양한 방법의 프로토타이핑을 시도해 보고, 이 중 가장 괜찮았던 점들을 모으고 다듬어 완성본을 창작하는 방식으로 일하는 방법으로 바뀔 것이다.

Chatgpt는 국어학습에는 사용하기 부적절하지만 영어의 경우에는 Chatgpt를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은 아주 많다. 수능 수준의 수학문제를 풀기에도 Chatgpt의 역량이 부족하다. Chatgpt는 대학 전공자 수준의 코딩 문제는 무척이나 빠르고 정확하게 작성

할 수 있다.

의학에 경우에는 질병 진단 용도가 아니라 단순히 의학적 지식을 습득하기 위한 용도라면 나쁘지 않다. 법률에 있어서는 실제 사건의 진단보다 법률과 관련된 전문지식을 전달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세법과 관련하여 일반론적인 지식을 다른 지식을 다른 지식과 비슷한 수준으로 학습하여 갖고 있다. 노무관련해서는 인간 공무원에게 신고하러 갈 것을 전제로 한 질문을 전한다면 가장 높은 수준의 효용을 누릴 수 있다.

AI 연구를 계속하려면 굉장히 큰돈이 필요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Openai에 많은 투자를 했다. Openai 공식 클라우드 컴퓨팅 파트너로 MS의 Azure Cloud가 선정되었다. Openai가 열심히 연구를 진행하면 할수록 MS가 돈을 버는 구조이다.

AI기술의 발달이 직업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다. 어떻게 AI를 나를 위해 일하는 도구로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 머지않은 미래에 온갖 신기한 AI 서비스들이 출시될 것이고 남들보다 앞장서서 이것을 체험해 보는 것만으로도 훨씬 앞서나갈 수 있다.

이 책은 Chatgpt이 무엇이고, Chatgpt이 현재 우리 실생활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알아보는 데 도움을 준다. Chatgpt의 작동원리나 세부적인 영역에서의 Chatgpt의 활용방안을 알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별 도움이 안 될 수 있다. 하지만 나처럼 이제 막 Chatgpt의 세계에 첫걸음을 내딛는 사람이라면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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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다 보면 끝이 있겠지요 - 29년생 김두리 할머니의 구술생애사, 2021 서울국제도서전 가을 첫 책 선정도서
최규화 기록, 김두리 구술 / 산지니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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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살아온 것을 책으로 쓰면 트럭 한대로 모자란다'

시골에 계신 어머니는 말씀하시곤 했다. 그말을 나는 흘러들었다. 그러다가 몇달 전부터 어머니의 자서전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올라왔다. 어머닌 40대 나이에 남편을 잃고 과부가 되어 깡 시골, 없는 살림에 5남매를 키우셨다. 어머니의 굴곡진 세월, 고단한 삶을 기록하고 싶었다.

 

'그까짓 거 며칠이면 쓰겠지'

처음에는 자신만만했다. 30여년 동안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일을 했다. 말하기 전에그 내용을 세세하게 글로 썼다. 그러니 엄마 자서전 쓰기 쯤이야 만만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막상 쓰려고 하니 도무지 어떻게 써야 할지 염두가 나지 않았다. 자서전 쓰기 관련 책을 찾아 읽었다. 그 과정에서 '구술생애사'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러 바로 이거다'

구술생애사는 내가 하고 싶었던 바로 그것이었다. '그 여자의 자서전, 당신의 말이 역사가 되도록'이라는 책을 읽으며 구술생애사가 무엇인지 어렴풋이나마 알 수 있었다. 구술생애사로 기록된 책을 읽고 싶었다. 그때 이 책을 그때 알게 되었다

  

'사다보면 끝이 있겠지요'

이 책의 표지에는 '29년생 김두리 할머니의 구술생애사'라고 써있다. 이 책은 김두리 할머니의 90년 인생을 손자 최규화 님이 기록한 것이다. 기록자 최규화님은 34일 동안 열 시간 분량의 할머니 구술을 녹음하고 채록해서 정리했다. 책을 읽다보면 아흔을 바라보는 어르신 구술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김두리 할머니의 기억이 또렷하다. 처음 읽을 때는 할머니 경상도 사투리가 낯설고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읽어갈수록 사투리가 생동감을 더해준다.

 

'이것이 진짜 역사 이야기다'

책을 읽으며 자주 혼잣말 했다. 역사책에는 '언제 어디서 어떤 전투가 있었고, 그때 몇명의 사상자가 있었다'라고 단 한줄로 기록된 일들이 실제로 그 시간, 그 장소에 있었던 이들에게는 어떠했는지를 실감나게 보여준다. 김두리 할머니의 구술을 읽다가 언젠 엄마가 비슷한 이야기를 해주었던 기억이 난다. 김두리 할머니는 한 개인이 이야기이자, 험악한 세월을 살아낸 이 땅은 수 많은 어머니를 떠올리게 한다.

  

'내가 그렇게 몬 살지는 안 했는 것 같다'

맨 마지막에 나오는 김두리 할머니는 말이다. 백번 천번 그러하시다고 할머니께 말씀드리고 싶다. 그리고 나의 어머니께도 말씀드리고 싶다. '어머니 사랑하고 존경하고 감사합니다.'

우리는 인구가 아니라 인간이다. 인간은 숫자가 아니라 생애로 기억돼야 한다. -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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