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다 보면 끝이 있겠지요 - 29년생 김두리 할머니의 구술생애사, 2021 서울국제도서전 가을 첫 책 선정도서
최규화 기록, 김두리 구술 / 산지니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금까지 살아온 것을 책으로 쓰면 트럭 한대로 모자란다'

시골에 계신 어머니는 말씀하시곤 했다. 그말을 나는 흘러들었다. 그러다가 몇달 전부터 어머니의 자서전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올라왔다. 어머닌 40대 나이에 남편을 잃고 과부가 되어 깡 시골, 없는 살림에 5남매를 키우셨다. 어머니의 굴곡진 세월, 고단한 삶을 기록하고 싶었다.

 

'그까짓 거 며칠이면 쓰겠지'

처음에는 자신만만했다. 30여년 동안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일을 했다. 말하기 전에그 내용을 세세하게 글로 썼다. 그러니 엄마 자서전 쓰기 쯤이야 만만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막상 쓰려고 하니 도무지 어떻게 써야 할지 염두가 나지 않았다. 자서전 쓰기 관련 책을 찾아 읽었다. 그 과정에서 '구술생애사'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러 바로 이거다'

구술생애사는 내가 하고 싶었던 바로 그것이었다. '그 여자의 자서전, 당신의 말이 역사가 되도록'이라는 책을 읽으며 구술생애사가 무엇인지 어렴풋이나마 알 수 있었다. 구술생애사로 기록된 책을 읽고 싶었다. 그때 이 책을 그때 알게 되었다

  

'사다보면 끝이 있겠지요'

이 책의 표지에는 '29년생 김두리 할머니의 구술생애사'라고 써있다. 이 책은 김두리 할머니의 90년 인생을 손자 최규화 님이 기록한 것이다. 기록자 최규화님은 34일 동안 열 시간 분량의 할머니 구술을 녹음하고 채록해서 정리했다. 책을 읽다보면 아흔을 바라보는 어르신 구술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김두리 할머니의 기억이 또렷하다. 처음 읽을 때는 할머니 경상도 사투리가 낯설고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읽어갈수록 사투리가 생동감을 더해준다.

 

'이것이 진짜 역사 이야기다'

책을 읽으며 자주 혼잣말 했다. 역사책에는 '언제 어디서 어떤 전투가 있었고, 그때 몇명의 사상자가 있었다'라고 단 한줄로 기록된 일들이 실제로 그 시간, 그 장소에 있었던 이들에게는 어떠했는지를 실감나게 보여준다. 김두리 할머니의 구술을 읽다가 언젠 엄마가 비슷한 이야기를 해주었던 기억이 난다. 김두리 할머니는 한 개인이 이야기이자, 험악한 세월을 살아낸 이 땅은 수 많은 어머니를 떠올리게 한다.

  

'내가 그렇게 몬 살지는 안 했는 것 같다'

맨 마지막에 나오는 김두리 할머니는 말이다. 백번 천번 그러하시다고 할머니께 말씀드리고 싶다. 그리고 나의 어머니께도 말씀드리고 싶다. '어머니 사랑하고 존경하고 감사합니다.'

우리는 인구가 아니라 인간이다. 인간은 숫자가 아니라 생애로 기억돼야 한다. - P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