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이여, 그 숲을 떠나지 마오
박완서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199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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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아껴서 읽었다

내 사인과 전화번호가 책 속표지에 적혀 있다. 이 책을 살 때 적었던 거 같다. 15여 년 전에 사용했던 전화번호다. 발행일을 보니 2006년이다. 대략 15년 전에 이 책을 샀다. 왜 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그렇게 잊혀졌다. 우연히 이 책을 발견하고 읽기 시작한 것이 올해 21일이다. 그리고 오늘에서야 다 읽었다. 책을 빨리 읽는 편인데 이 책은 그러지 않았다. 찬찬히 곱씹으며 읽을 내용들이었다. 아껴서 읽었다.

 

 

배우며 읽었다

이 책은 천주교 <서울주보>에다 그 주일의 복음을 묵상하고 쓴 '말씀의 이삭'을 모은 것이라고 머리말에 밝히고 있다. 성경말씀을 묵상하고 썼다. '성경을 기록할 당시의 삶의 자리'에 관한 해석이나 설명이 아니라 성경으로 '오늘 우리의 삶의 자리'를 성찰하는 묵상집이다. 묵상의 깊이가 40여년 동안 내가 들었던 그 어느 설교보다 넓고 깊고 높다. 배우며 읽었다.

 

 

삶을 읽었다

설교를 들으며 힘들 때가 많다. 성경 말씀을 깊이 연구하지 않고 제 마음대로 해석하고 다른 이들의 삶을 존중하지 않고 함부로 판단하는 설교가 적지 않다. 무지하고 무례한 설교다. 그런 설교를 듣는 이들이 '아멘, 아멘'하는 모습을 보며 절망할 때가 많았다. 성경과 자연, 사람을 관찰하고, 자신을 성찰하기에 힘쓰는 이만이 삶을 통찰하는 메세지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삶을 통찰하는 메세지가 이 책에 담겨 있다. 나는 이 책에서 관찰하고 성찰하고 통찰하는 삶을 읽었다.

각자 자기를 단련하지 않는 사람들의 모임이란 공동체라기보다는 오합지중이 되기 쉽다. 공동체가 다수에게 이익이 되는 공동선을 추구하는 대라면, 오합지중은 덮어놓고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게 돼 있는 무의식 대중의 집합체다. - P115

거룩한 것은 정신을 고양시키지만 공포는 정신을 억압해 황폐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 P77

유다는 당신을 팔아 먹을 수도 있다는, 당신의 상업적 가치에 눈뜬 최초의 크리스트 세일즈맨이었습니다

모든 아기들은 태어날 때 아기 예수를 닮게 태어났건만 예수님을 닮은 어른은 참으로 드뭅니다. 있을 리가 없지요. 우리가 용의주도하게 죽였으닌까요 - 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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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얼빈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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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심을 했다.

2023년을 시작하며

김훈 작가님의 '하얼빈칼의 노래남한 산성'을 읽어보기로..

 

이 3권을 나는 김훈 작가 3부작으로 이름지었다.

읽는 순서는 가장 최근작인 '하벌빈'부터 시작했다

 

두 갈래였다.

먼저 하얼빈을 읽어본 지인들은

'너무 좋았다'와 '조금 실망스러웠다'는 두 반응으로 나뉘어졌다.

 

나에게는 어떨까?

기대감을 갖고 첫페이지를 열었다.

실망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기대했던 바에는 미치지 못했다.

'내밀하지만 치밀하지 못하다'는 느낌이다.

 

이제껏 영웅으로만 보였던 안중근을

인간적인 면들을 그려주고 있어서 좋았다.

그런데 깊이 들어가지 못한 느낌이다.

 

뭐라할까?

최종본이 아닌 중간본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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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이들 앞에 서서 가르쳐야 했다, 그 전에 글을 써서 준비했고, 그 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말을 했다. 20 여 년 동안 그 일을 했다. 이 책을 읽으며 그 때 썼던 내 글들이 모두 다는 아니었지만 상당수가 참 부끄러워졌다. 나 자신은 물론이고 타인(동식물 포함해서)에 대한 살핌과 헤아림은 전혀 없지는 않았으나 겉만 슬쩍 보아 넘기기 일쑤였다. 그러면서도 뭔가 깊고 넓고 큰 가르침인냥 심각한 표정에 잔뜩 힘을 준 목소리로 말했다. 글은 삶의 거울(173쪽)이라는데 내 삶은 실속은 없고 겉멋만 잔뜩 들어서 대단한 사람이라는 착각에 허우적거렸던 거 같다. 다시 찬찬히 깊이 살펴보고(관찰), 그 뜻을 헤아려서(통찰), 내 삶으로 품어내는(성찰) 글을 쓰고 말을 하며 살아야 겠다. 

나만의 언어 발명하기. 이것이 내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까닭이다. - P16

자기 이해를 전문가에게 의탁하기보다 스스로 성찰하고 풀어가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으며 그 중 가장 손쉬운 하나가 내 생각에는 글쓰기다. - P43

글쓰기는 곧 남들에게 보여지는 삶, 해석당하는 삶에 대한 두려움을 벗어버리는 일이다. - P60

‘질문하는 글‘은 ‘생성하는 삶‘으로 이어진다
- P118

우리는 경험이라는 체에 걸러진 것만을 본다. - P96

글에는 적어도 세 가지 중 하나는 담겨야 한다. 인식적 가치, 정서적 같이, 미적 가치. 곧 새로운 지식을 주거나 사회의 지평을 넓혀주거나 감정을 건드리거나. - P65

글은 삶의 거울이다 - P173

작가는 삶에 대한 옹호자 다. 모든 생명은 그 땅의 최상이고 그 세월에 최선이었음을 기록하는 것이다. - P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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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의 말들 - 안 쓰는 사람이 쓰는 사람이 되는 기적을 위하여 문장 시리즈
은유 지음 / 유유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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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고 두고 읽어도 좋을 책이다. 글쓰기 책인줄 알고 읽기 시작했는데 삶 살피기 책이다. 글이란 쓰기 전에 먼저 살펴야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나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고 다른 이들의 삶을 찬찬히 살피고 곱씹은 후에야 비로소 글을 쓸 수 있음을 알게되었다.
이제껏 너무 교만하게 살아왔다. 들여다보지 않았고 살피기도 전에 함부로 제단했다. 곱씹지도 않고 너무 많은 말을 했다.

무시나 과장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인정과 옹호의 글쓰기는 이 부조리한 사회 현실에서 불가능한 일일까 - P41

남을 부러워하지 말고 자기가 발 디딛 삶에 근거해서 한 줄씩 쓰면 된다. - P49

공부는 독서의 양 늘리기가 아니라 자기 삶의 맥락 만들기다. - P109

Man(인류)에 대해 쓰지 말고 man(한 인간)에 대해 쓰라.
E. B. 화이트 - P204

사람들이 알고 싶어하는 건 건조한 정답이 아니라 육성이 담긴 질문, 진실을 추구하는 목소리다. - P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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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의 노래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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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글펐다.‘
책을 다 읽고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내 마음에 올라온 첫 느낌은 ‘서글픔‘이다. 전쟁 속에 비참하게 살다가 죽어나간 백성들의 삶을 읽으며 서글펐다.
이제껏 이순신에 관한 다큐도, 드라마도 많이 봤다. 영화 명량, 한산도 봤다. 그런데 처음이다. 왜란으로 파괴된 백성들의 삶이 느껴지기는..다큐나 드라마, 그리고 영화를 보면서 단 한번도 생각해본 적 없었던 왜란 당시, 백성들의 비참한 삶이 ‘칼의 노래‘를 읽으며 느껴졌다.
돌이켜보니 내 삶의 자리는 백성들인데 이제껏 나는 장군들의 시선에서만 임진왜란을 읽어왔었던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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