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단편 하나 하나가 낱권으로 되어 있던 셜록홈스 시리즈에 푹 빠져 있었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이 책이 아직도 옛날처럼 그렇게 재밌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네편의 단편이 실린 책을 펼쳐 드니 가볍다. 그리고 어린시절에 읽었던 기억은 이미 사라져 버린채 전혀 새로운 이야기를 읽는 기분에 사로잡힌다. 분명 어릴땐 그저 셜록홈스의 놀라운 추리 실력에 감탄했을테지만 연륜이 쌓인 지금은 또 달리 셜록홈즈의 고객들이 들려주는 사건의 정황과 여러가지 단서들을 보며 나름대로 추리를 하고 내 추리가 들어 맞았다고 생각하는 순간은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짜릿함을 주는 책이랄까? 셜록홈스는 누군가를 보는 순간 누구보다 예리한 관찰력으로 그에 대해 벌써 많은것을 파악하는가 하면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만 하고도 그가 어떤 위기에 처해 있는지를 추리해 낼 수 있으며 분명 아직 아무런 단서도 잡지 못해 어떻게 될지 걱정하는 독자들을 놀리듯 이미 사건은 종결되었다고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그 태도가 어찌보면 참 거만해 보일것도 같지만 그것이 그의 매력이다. 그리고 아직도 어리버리한 사건속에 있는 왓슨이나 사람들을 현장에 세워 놓고 추리하게 하거나 사건을 의례하러 온 주인공들 또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역할을 하게도 한다. 셜록홈스 추리소설의 또 다른 매력은 아마도 인과응보와도 같은 악한들의 최후 결말이 아닐까 싶다. 나쁜 짓을 하게 되면 반드시 자신에게 그 해가 되돌아 온다는 사실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말이다. 악한들에 대한 복수를 꿈꾸지만 감히 실현시키지 못하는 사람들의 불만을 해소해 주듯 셜록홈스의 사건속 범인들은 자신이 저지른 범죄 행위에 스스로 목이 메어 버리고 만다. 얼룩무늬 끈의 범인의 죽음과 너도밤나무 저택의 비밀은 그 결말이 다소 끔찍하긴 하지만 결국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일어난 사고로 사건의 범인들이 화를 자초한 것이 되고 만다. 사실 홈스의 단짝 친구 왓슨의 바램처럼 너도밤나무 저택의 비밀에 등장했던 아리땁고 총명하고 눈썰미가 꽤 좋은데다 호기심도 왕성하며 무모할정도로 용감한 아가씨인 헌터가 참 아쉬웠다. 너도밤나무 저택의 가정부 일을 맡아야 하는지의 일을 상담하러 온 그녀의 이야기는 무척 상세 한데다 2주 정도 특이한 조건을 단 가정부일을 하며 그녀가 밝혀내려고 애썼던 사실들은 어찌보면 여자 셜록홈스라고 할 정도로 홈스와 참 잘 통할거 같은 매력있는 아가씨였는데 말이다. 혹 셜록홈스 또한 그녀의 매력에 빠져 있었으면서도 짐짓 아무렇지 않은듯 하고 있는건 아닐까? 경주마 실버 블레이즈의 이야기는 놀라운 반전이 숨어 있어 참 유쾌하기까지 한 느낌을 준다. 사건이야기를 듣고 이미 사건을 해결한 홈스는 사건현장에 가볼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했는데 자신의 예상과 달리 사건이 해결되지 않아 사건 현장을 찾아 마을과 사람들을 유심히 관찰하는가 하면 사람들이 놓치고 있는 단서를 찾아내고 결국 사라진 말의 흔적을 찾아 말의 거처를 알아 내고는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은채 경주가 있는 날이 되어서야 사라진 말과 범인을 한번에 밝혀 내다니 그의 추리실력 못지 않게 사람들 애를 태우고 재치있게 사건을 밝히는 모습은 정말 감탄이다. 세대를 이어 흥미진진하게 이 책을 읽고 있는 우리 아들 또한 같은 느낌으로 책을 읽고 있는걸까? 지금 시대에 셜록홈스가 존재한다면 사회문화정치 다방면으로 그의 활약을 기대하게 될것 같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