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궁 - 수수께끼의 궁
최정미 지음 / 끌레마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역시 영화 시나리오를 쓰고 드라마 극본을 쓴 작가답게 글을 참 흥미진진하게 쓴다. 그래서인지 책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자꾸만 어느 배우의 캐릭터와 겹쳐져 나도 모르게 드라마를 보듯 그렇게 책을 읽게 된다. 역사적 사실만을 다루어야 한다면 그닥 쓸 말이 없을테지만 작가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쓰여지는 이런역사소설은 그야말로 한편의 미스터리 추리소설을 방불케 한다. 


인조반정 이후 19년의 세월이 흐른 어느날 광해군의 부음 소식이 진해지고 궁은 연이은 살인사건으로 발칵 뒤집히게 된다. 임금의 측근을 맡아보던 대전 내관이 죽고 제조상궁이 사라지게 되는가 하면 수라간 숙수가 임금의 수라상에 올릴 맥적을 먹고 독살당하게 된다. 그 무렵 궁의 꽃을 감찰하는 별감 진현은 궁녀와 내통하다 들켜 목숨이 경각에 달리지만 임금의 총애를 받던 소용 조씨의 아들을 죽이려한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 내라는 목숨을 담보로 한 보름간의 말미를 얻는다. 


인조의 뒤를 이을 누군가에 의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인평대군을 의심하기에 이르는데 자신을 유심히 관찰하는 진현과 대면하고 이야기를 나누던 인평대군과 엉뚱하게도 서로 머리를 맞대고 살인사건을 풀어 나가는 형국이 된다. 인평대군의 위세에 힘입어 차례로 죽은 사람들의 시신을 둘러보고 살인 사건 현장을 찾아 다니며 탐문을 하던 두 사람은 죽은 사람들에게서 공통된 어떤것들을 찾아내게 되는데 때는 이미 너무 늦어 인조가 죽을 위기에 처하게 된다. 


소설속의 꽃별감 진현은 참 재미난 캐릭터다. 꽃에 대해 박식한 만큼 여자를 무지 밝히던 그가 결국 그런 이유로 목숨을 내놓고 사건을 추리해 가게 되는데 또다시 묘한 매력을 풍기는 말못하는 나인에게 관심을 갖는다. 그녀를 만나보기 위해 보낼때도 없는 편지를 써서 보내겠다고 수선을 떨고 비속에 피는 수국을 꺽어 나인의 처소 앞에 가져다 놓기도 하는등 역시 개버릇 남 못준다는 이야기가 하나도 틀린게 없다. 하지만 사건을 추리해 내는데 있어서는 재치가 넘치고 머리 회전이 참 빠르다. 


결국 사건은 인조반정에서 부터 사건의 불씨가 지펴졌으며 우리가 짐작했던 것들이 전혀 다른 이야기로 등장하게되니 그저 놀랄수 밖에 없다. 그리고 19년이나 수모를 겪으며 살아야했던 광해군의 삶을 추리해내는 작가의 이야기를 통해 그의 삶을 돌이켜보게 되는 소설이다. 작가의 전작들처럼 송강호나 이정재 그리고 코믹한 조연급 배우들을 섭외해 기존의 드라마나 영화들처럼 만들어져도 좋겠다는 생각을 문득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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