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슴에 꽃핀 세계의 명시 2 우리 가슴에 꽃핀 세계의 명시 2
정끝별 엮음, 정원교 그림 / 민음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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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상시절엔 유명한 시인들의 시집을 뒤져 마음에 콕콕 박히는 시들을 일기장에 베껴 적거나

내가 좋아하는 친구와 교환일기를 주고 받으면서 이쁜 그림과 함께 적어 같이 공감하기를 좋아했다.

낙엽만 굴러가도 웃는다는 그 사춘기엔 그 시들이 전해주는 것들이 달랐을까?

나이가 든 지금은 왜 부러 시집을 들추거나 좋은 싯구를 베껴 적지 않는지 참 이상하다.

그런데 마침 많은 한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외국 시인의 시가 두권의 책으로 출간 되었다.

1권의 시집에서도 이미 그 감흥을 고스란히 전해 받고 깊어 가는 가을에 취해 있는데 2권의 시집도 마찬가지다.

 

외국 번역시다 보니 아무래도 다른 나라 언어를 우리 말로 옮기는 작업이 수월하지는 않았을듯하다.

그래도 최대한 우리의 감성에 어울리게, 시가 주는 느낌을 살리는 수고로움을 대신해준 역자들이 참 고맙다.

게다가 원문까지 실어 놓았으며 한편의 시를 마치면 그 시인의 뒷이야기나 시에 대한 이야기

혹은 같은 시인의 다른 시를 소개하기도 한다.

랭보의 모음, 셰익스피어의 소네트 148, 디킨슨의 희망은 날개 달린것, 괴테의 발견, 바쇼의 하이쿠도 한수 소개되어 있다.

사실 1권에서는 참 반가운 시인들의 시가 많았는데 2권의 시집은 어딘지 좀 낯설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시를 한수 읇조리고 시인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보니 점 점 친숙해지는 느낌이기도 하다.

 

미라보 다리 --- 기욤 아폴리네르

 

미라보 다리 아래 센 강이 흐르고

우리의 사랑도 흐르는데

나는 기억해야 하는가

기쁨은 늘 괴로움 뒤에 온다는 것을,

 

밤이 오고 종은 울리고

세월은 가고 나는 남아있네,

 

서로의 손을 잡고 얼굴을 마주하고

우리들의 팔이 만든

다리 아래로

영원한 눈길에 지친 물결들 저리 흘러가는데

 

밤이 오고 종은 울리고

세월은 가고 나는 남아 있네

(이하 생략)

 

인생의 어느 다리 한부분을 건너가고 있는 내 마음에 와 닿는 이 시 한편이

오늘 싸늘한 가을 바람에 식은 내 가슴속 심장을 따뜻하게 데워주고 있음을 느낀다.

그리고 이 시집은 현대적인 감각을 담은 삽화가 멋지다.

지금 시대의 젊은이들이 이 시집을 읽는다면 그들도 윗세대와 공감하는 시집이 되리라 생각이 된다.

한가지 바램이 있다면 다음엔 우리나라 시인들의 명시책이 나와주면 더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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