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집
연서인 지음 / 북노마드 / 201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어려서부터 집이라는 공간과 책 그리고 화초들을 참 좋아라했다.

대문을 들어서면 마당이 있고 그 마당을 지나 양쪽으로 온갖 꽃과 나무들이 가득했으며

뾰족 지붕을 한 집 응접실 문앞으로 평상이 놓여 있던 그곳에서 바람 솔솔 보는 날이면

책을 펼쳐 들고 금새 졸음이 와 꾸벅꾸벅 졸던 어린시절 추억 때문인걸까?

사람은 왜 어른이 되면 어릴적 지나온 시간들을 떠올리고 그리워 하게 되는걸까?

분명 그 시절엔 어른이 되고 싶어 안달을 했을텐데 말이다.

 

 

 

이 책의 저자는 자신의 삶을 담고 살았던 공간이 되어 준 집을 떠올리고

또 친구들과 지인들이 그들의 꿈을 펼치고 살았던 공간을 이야기하며

사람마다 꿈꾸는 집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나로 하여금 그동안 살아온 집을 추억하게 하고

내가 꿈꾸는 집은 어떤 집인지 그려보게 하는 책이랄까?

 

 

 

바퀴벌레가 등장하고 지나다니는 사람이 한번씩 빼꼼히 들여다 보는

정말 오래오래 숙면을 취할수 있었다는 지하실 그 집 이야기를 들으며

문득 16년전 시댁에서 분가를 해서 살게 된 우리들의 첫 보금자리가 떠올랐다.

아무리 발을 동동 굴려봐도 지상에 방을 얻을 돈이 안돼 지하방을 얻어 살았던 그때!

처음으로 신랑이랑 딸아이랑 셋이서 오손도손 살집을 얻어 한지를 사다 직접 도배를 하며

신혼아닌 신혼을 꿈꾸었던 그 지하방에서의 기억은 정말 잊을수가 없다.

 

여름 장마철에 부시시 방을 나서다 바닥에 흥건히 고인 물때문에 수중생활을 하다시피 하고

벌레 종류라고는 온갖것들과 거의 동침하다시피 했으며

그래도 창이라고 천장에 딱 붙은 창으로는 동네 사람들이 구경하는 동물원같은 기분이 들었던

그 집에서 딱 1년을 살고는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빚을 얻어 지상으로 탈출하게 되었던 그집이

그때는 정말 눅눅한 곰팡내가 싫고 어둑컴컴한 방에 하루종일 불을 켜는게 싫고

동네 사람들이 다 싫었는데 이렇게 세월이 흐른 지금은 이야기꺼리가 되는 추억이 되어 버렸다.

 

 

 

저자의 말처럼 그동안 살아온 집들이 싫지 않은데도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 살 수 있냐고 물으면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는 그런 집이 정말 얼마나 될까?

아무리 좋은 추억을 담고 있는 집이라 하더라도 이상하게 그 시절을 추억하는건 좋지만

다시 되돌아가는건 썩 내키지 않는다.

 

 

 

방세가 없어 동동 거리고 방을 구할 능력이 없어 동거인을 찾는 집에서 낯선이와 살아야하고

그럼에도 창문을 열면 턱이 있어 화초 몇개를 키울 수 있다는 행복한 생각을 하고

어두운 지하방에 살면서는 다른곳보다 오래 오래 숙면을 취할수 있다는 장점을 찾는 저자를 보니

삶의 자세가 참 밝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또한 저자의 삶의 동선속에 있는 용산구나 삼청동 그리고 홍대앞과 같은 공간은

내게도 추억의 한자락이었던 공간이어서인지 낯설지가 않다.

처음 찾아가는 친구의 방이 친구처럼 친근한 느낌이 드는것처럼 그렇게 친근함이 느껴지는 책이다.

사진을 들여다 보며 혹시 내가 아는 공간은 아닐까 찾아보게 되는,,,^^

 

출퇴근이 멀지만 오래 오래 차를 타면서 여기 저기 자리를 맘껏 골라앉을 수 있다는 즐거움을 알고

먹고 살기 위한 직장은 한시간반 거리지만 자신이 머물고 싶은 공간이라는 집때문에

그런 시간까지도 끌어 안으며 살아가는 작가가 참 긍정적이란 생각을 하게 한다.

조금만 직장과 멀고 학교와 멀어도 힘들고 지친다고 살던 집을 훌쩍 떠나 버리기 일쑤인데

저자의 머물로 싶은 집다운 집을 아직 찾지 못했다는 사실이 참 안타깝다.

 

저자의 여행에 대한 생각 또한 새로운 시각을 가져다 준다.

10년전에 갔던 곳을 다시 찾아각나 낯선 골목골목을 들어설때의 설레임은

그 어떤 곳으로의 여행만큼 큰 즐거움을 준다는 사실에 공감한다.

해외로의 여행을 떠올려 보면 가이드의 구구절절 해설을 들으며 끌려다닌 관광지보다

야밤에 우리끼리 몰래  통하지 않는 말이지만 몸짓 발짓으로 재래시장을 찾아갔던 길이나

골목을 돌아다니며 그곳의 풍경을 맘대로 구경했던 일들이 오히려 더 오래 오래 기억에 남는다.

 

나는 이 책을 보며 그동안은 남이 지어 놓은 집을 돌아다니며 살아오고 있었다는 사실에

이제는 내가 살아갈 집을 구체적으로 꿈꾸로 그 집을 지어서 꼭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널다란 마당엔 꽃밭이 하나 가득이며 2층으로 오르는 계단위 2층방엔 자그마한 다락방이 있는

진짜 내가 살고 싶은 그런 집을 꿈꾸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