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나리 달이네집 낮은산 어린이 1
권정생 지음, 김동성 그림 / 낮은산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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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도서관을 들러 아이들 책을 고르다가 권정생이라는 이름 세글자에 너무 반가워 꺼내든 책이다.
김동성님의 은은하고 화사한듯 두페이지를 꽉 메우는 수채화 그림이 그림과 참 잘 어우러져 있다. 
비나리는 경상도 어느 산골 마을의 이름이며 달이는 일곱 여덟살쯤 된 강아지 이름이다. 

 



누구는 호떡같다고 하고 누구는 덜익힌 군고구마 같다고 하고 누구는 각시탈처럼 생겼다고 하는
아저씨를 아빠라 부르는 달이는 다리가 세개밖에 없는데도 하나도 불쌍하지 않은 강아지다.
게다가 강아지 달이는 옛날엔 신부님이었던 아빠와 대화를 나누기도 하는 모습을 보니
사람과 동물의 교감은 정말 가능한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






옛날에 신부님이었던 달이의 아빠는 사람들이 세상을 평화롭게 살아가기를 희망하지만
사람들은 언제나 똑같은 실수를 하고 똑같은 잘못을 하는데다 달이는 하느님이 무섭다고
아빠와 무섭지 않은곳에서 살고 싶다고 말한다.
인간들의 마음이 너무 나약해져 의지할곳을 찾다보니 보이지 않는 신에게 의존하려 하는데
달이는 왠지 사람들이 모여서 회개하고 기도하는 그런 모습들이 행복해 보이지 않았나 보다.





신부님 또한 달이와 같은 심정이 되어 모든걸 훌훌 털어버리고 비나리 산골마을로 들어가
매일 매일 땀흘리며 밭을 갈고 논을 일구는 농사꾼으로 살아가게 되는데
어느날 자신이 너무 바빠 함께 해주지 못한 달이가 그만 덫에 걸려 다리 하나를 잃고 만다.
욕심 많은 인간들이 놓은 덫에 아무 죄도 없는 달이가 왜 상처 입어야 하는지
신부님이었던 달이의 아빠는 세발로도 좋아서 깡충깡충 뛰어 다니는 달이가 안쓰럽기만 하다.





비록 다리 하나를 잃어 다리가 셋이지만 예전처럼 잘 걷고 뛰는 달이는 혼자 있을때면
먼 하늘을 바라보며 가만히 깊은 생각에 빠지기도 하는걸 보니 보통 강아지는 아닌듯 하다.
신부님이었던 아저씨를 아빠라 부르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는 자체부터
달이는 이미 그저 평범한 강아지는 아니었던거 같다.





어느날 밤하늘 달을 쳐다보며 오래전 전쟁으로 잃은 가족들을 생각한다는 아저씨를 보니
달이의 이름이 왜 달이인지 알거 같은 강아지 달이 또한 아저씨와 같은 마음으로 달을 바라보기도 한다.
핵폭탄을 만들고 전쟁을 일으키고 가짜 참기름을 만들어 팔고 덫을 놓는 인간들에 대한
강아지 달이와 옛날에 신부였던 아저씨가 같은 생각을 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을 담은 이 그림은 달이가 온전한 네 발로 아저씨와 함께
마음놓고 아름다운 들판을 뛰어 다닐 수 있는 평화로운 세상을 꿈꾸는 작가의 바램을 담고 있다.
어쩌면 조금 슬플것도 같은 이야기지만 세개의 다리로도 아저씨와 행복하게 지내는 달이를 보며
다리 하나가 없다고 불쌍하게 여길것이 아니라 달이처럼 상처받는 강아지와 아이들이 없는
그런 세상을 이루기 위해 애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다.

권정생님의 책들을 가만 보면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거나 세계의 평화를 염원하는 주제가 많은듯 하다.
이미 작고하셨지만 자신의 불행했던 어린시절은 더이상 우리 아이들에게 없기를 바라는 작가의 바램을
감동적인 책으로 남겨두었으니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함께 권정생님의 글을 읽으며 깨쳐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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