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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방랑
후지와라 신야 지음, 이윤정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5월
평점 :
후지와라 신야가 약 40여년전 동양 여러곳을 다니며 직접 찍은 사진과 40여일간의 느낀 것들을 기록한 동양기행! 초행길에 낯선 곳에서 당황하게 되는 여행자다운 면모와 호기심을 가지고 동방의 여러나라를 휘적휘적 다니는 듯한 느낌의 여행기입니다.
여행기를 떠올리면 누구나 인정하는 멋지고 아름다운 풍경을 떠올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후지와라 신야 이 사람의 동양방랑 여행기는 그림자의 뒷면 같은 숨겨진 사람사는 풍경속을 파고들어 사진마저 어둡습니다. 사람을 만나고 심심곡곡 산속 승려를 만나고 사창가 창녀를 만나 그가 깨닫게 되는 것들! 인간의 삶이며 정신이며 사상 그리고 삶의 철학입니다.
겨울 해협을 넘어 이스탄불을 시작으로 앙카라, 지중해, 흑해, 시리아, 이란, 파키스탄, 콜카타, 티베트, 버마, 치앙마이, 상하이, 홍콩, 한반도를 거쳐 도쿄에서 마무리를 합니다. 우리나라 서울을 방문한 이야기가 아무래도 젤 궁금해서 먼저 읽었는데 왜 하필 청량리였을까 싶지만 에메랄드그린이라고 표현한 한강이 다시 보이고 우리의 판소리가 그렇게 인상적이었나 싶습니다.
이 책의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사진이에요. 책장을 넘기면 온통 분위기가 어둡고 칙칙하고 컴컴하거든요. 하지만 저자의 여행기를 읽다보면 이 사진이 더 특별하게 다가오고 그가 묘사해 놓은 글을 읽으며 그가 담았을 사진이 더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결코 이쁘고 아름다운 것들을 담기 위해 애쓰지 않은 저자만의 고집이 느겨져요! 무엇보다 사람들의 표정을 꾸밈없이 보이는 그대로 담아 놓아 심지어 점 점 그의 사진에 심취하게 된다는 사실!
티베트 심심유곡의 사원을 가게 된 저자. 그곳에서 저자는 정말 속세와는 완전 다른 그들만의 세계를 접하게 되요. 처음엔 허기진 배를 하고도 절대 넘기지 못했던 음식을 받아들이게 되는 놀라운 혀의 식감에 대한 이야기와 하루에 두끼만 먹으면서 경전을 외는 절제된 그들의 삶과 그런 삶을 견디지 못해 도망치는 동자승을 보기도 합니다. 평생 트라우마처럼 그곳 파란 하늘이 인상에 박혀버렸지만 그곳을 떠난다는 저자를 바라보던 스님의 표정을 그대로 담은 사진! 그야말로 이 여행의 클라이막스 느낌입니다.
그리고 홍콩에서 만난 그림을 그리며 살아가는 두 형제의 영화같은 이야기 또한 흥미진진합니다. 부자가 되겠다고 고향땅을 도망쳐 나와 돼지 오줌통을 달고 바다를 건너 홍콩에 온 형제는 묘혈 파는 인부를 시작으로 운명을 바꾸는 화장과 화장품까지 팔아보지만 끝이 좋지 못해 지금은 모르핀을 그림에 숨겨 팔아 하루 한끼 해결하기 바쁘게 살아가는 그렇고 그런 신세! 그렇더라도 살아있음이 느껴지는 이야깁니다.
‘그런데 탕위엔, 너는 도대체 뭘 하는데?’
‘찾을 게 있어.’
‘뭘 찾는데?’
‘그걸 모르겠어.’
‘별난 녀석이군. 뭘 찾는지도 모르면서 어떻게 찾는단 말이야?’
‘듣고 보니 그런 것도 같네...’
어쩌면 이 두사람의 대화는 지금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과 우리의 답인것도 같아요.
굉장히 두꺼운 책이지만 보통의 책의 형식을 벗어나 어쩌면 저자가 쓴 여행에 대한 기록의 행간조차 그대로 책에 옮겨 놓은듯 만든 여행기!
내가 이미 알고 있던 그런 이야기였다면 아마 대충 훑듯이 읽고 말았겠지만 저자의 눈에 보이는 듯한 여행기가 실감나고 재미져서 정독하게 됩나다.
저자의 삶의 고비를 넘기게 해 준 빙점, 일상이 무료해지고 있는 내게도 필요한 빙점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