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가 교환학생을 가고 싶다고 한다. 은근히 고집이 센 아이니, 우리가 반대한다고 해도 결국 자기 뜻대로 할 것이다. 교환학생을 가는 가장 큰 이유가 영어를 좀 익히겠다는 것이니 미국으로 가야 할 텐데 나는 당연히 반대다. 우선 나는 미국이라는 나라를 그다지 신뢰하지도 좋아하지도 않는다. 미친놈 한 명이 수틀리면 순식간에 수십 명이 아무 이유 없이 총 맞고 죽는 나라다. 그런 뉴스가 심심찮게 있는 나라다. 마약이 우리나라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담배 피우는 것쯤에 불과한 나라다.

 

나는 영어 교사이기도 하지만 영어라는 것은 업무적으로든 뭐든 간에 절실히 필요한 사람이 배우면 된다. 그래야 학습 효과도 빠르다. 영어를 배운답시고 외국인을 졸졸 따라다니면서 밥을 사주는 거 극협한다. 영어 실력향상만을 목적으로 한다면 미국 가서 어쭙잖은 선생한테 배우는 것보다 성문종합영어에 나오는 주옥같은 원문을 달달 외우는 편이 훨씬 더 효율적이라고 확신한다.

 

딸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혹시 있을지도 모를 인종 차별에 대해서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더니 딸아이 말이 이랬다. “아빠, 내가 왜 인종 차별이나 하는 사람 같지 않은 사람 때문에 내 꿈을 포기해야 해?” 이 말을 듣고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이제는 내 자식이지만 나보다 더 사고의 폭이 넓고 깊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인정하게 되었다. 반대할 명문도 없고 반대할 생각도 없다. 부모라고 자식의 꿈을 막을 수는 없다. 다만 딸아이가 스스로 생각을 바꿨으면 좋겠다고 마음속으로 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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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11-19 14: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객관적으로 보면 따님 말이 다 맞는데, 이게 부모 맘은 또 공감이 가네요. 자식 뜻대로 안되죠. 걱정하는 맘도 몰라주고말입니다. ㅠ.ㅠ

박균호 2021-11-19 15:07   좋아요 2 | URL
네 특히 딸아이니까 걱정이 더 됩니다..ㅠㅠ그러나 가겠다면 쿨하게 보내줘야 하겠지요. 기분 좋게 떠나게요 ㅎㅎ

프레이야 2021-11-19 15: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고민이긴 하겠습니다. 친구나 누가 같이 가면 마음이 조금 나을 것 같은데 어쩔 수 없겠지요.
아이들 바람을 어른들 걱정 때문에 막을 순 없는 노릇이구요. 영어선생님이시군요 ^^

박균호 2021-11-19 15:13   좋아요 2 | URL
지방에서 서울 보낸 것도 걱정이 되고 그랬었는데 미쿡이라뇨ㅎㅎㅎㅎ 자식을 끼고 살수도 없는 노릇이니 이젠 놓아줘야겠지요.

프레이야 2021-11-19 16:19   좋아요 3 | URL
저희 애도 지방에서 서울 가서 처음엔 걱정했는데 나중 교환까지 알아서 가겠다고 다 신청해 놓고 알리더군요. 기간이 어떻게 되는진 모르겠지만 잘하고 올거에요. ^^

박균호 2021-11-19 19:37   좋아요 1 | URL
그 집 자녀는 더 용감하군요. 사전 신청 후 통보 라니요 ㅎㅎㅎ

Falstaff 2021-11-19 16: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근데요, 교환학생으로 가는 비용은.... 자기가 번 건가요, 부모한테 얻어서 가는 건가요?
저희 집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좀 알고 싶습니다. 비밀 댓글로 주셔도 좋습니다.

박균호 2021-11-19 18:59   좋아요 2 | URL
딸아이가 휴학을 하고 일을 해서 제법 돈을 벌었지만 그래도 그 돈으로 하기엔 좀 그래서요 ㅠㅠ 자식이 하나라...그냥 우리가 부담하기로 했어요. 물론 가게 되면요..

Falstaff 2021-11-19 19:42   좋아요 1 | URL
답글 주셔서 고맙습니다. 퇴근해서 글쎄 집에 다 오니까 제가 얼마나 어려운 걸 부탁했는지 알아챘습니다. 죄송합니다. 반성하겠습니다.
아시고 싶은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어쨌든 도움을 주지 않았답니다. 그게 너무 매정한 처사가 아니었는지 여태 캥기면서 살고 있거든요. ㅎㅎㅎ 앞으로도 계속 캥겨야 할 거 같습니다. 박 선생께서는 좋은 선택을 하신 거 같습니다.
말씀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박균호 2021-11-19 20:00   좋아요 1 | URL
아유..별 말씀을 다 하십니다. 부탁이랄것도 없는 질문인데요. ㅎㅎ 부모야 어떤 선택을 하든 모두 자식을 위한 것 아니겠습니까? 단지 방법만 다를뿐이죠. 매정한 처사는 아니었다고 봐요.

psyche 2021-11-19 17: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 큰 딸의 경우 영국으로 교환학생을 갔었는데요.
저희 아이같은 경우는 미국에 사니 언어는 상관이 없었지만 정말 많이 성장해서 왔어요. 넓은 세상을 보고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면서 많이 느끼고 배운 거 같더라고요. 갔다와서 동생에게 꼭 교환학생을 가라고 이야기했는데 안타깝게도 동생은 코로나 떄문에 기회를 놓쳤죠. 저는 기회와 형편만 된다면 보내시는데 한 표 던집니다.

박균호 2021-11-19 18:57   좋아요 1 | URL
아...그렇군요. 안그래도 다녀온 선배가 꼭 가라고 권해서 가고 싶었나봐요..

초란공 2021-11-19 18: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부모님의 마음이 공감이 갑니다. 뭘 하고 싶은지 고민이 없는 자녀가 아니고 확고한 의지와 생각하는 바가 있는 자녀분 같아요^^ 꼭 미국을 가야 답은 아닐 수 있지만 따님이 어디 가서든 잘 하실듯한데요^^;;

박균호 2021-11-19 18:57   좋아요 1 | URL
위로와 격려가 되는 말씀 정말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