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가 교환학생을 가고 싶다고 한다. 은근히 고집이 센 아이니, 우리가 반대한다고 해도 결국 자기 뜻대로 할 것이다. 교환학생을 가는 가장 큰 이유가 영어를 좀 익히겠다는 것이니 미국으로 가야 할 텐데 나는 당연히 반대다. 우선 나는 미국이라는 나라를 그다지 신뢰하지도 좋아하지도 않는다. 미친놈 한 명이 수틀리면 순식간에 수십 명이 아무 이유 없이 총 맞고 죽는 나라다. 그런 뉴스가 심심찮게 있는 나라다. 마약이 우리나라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담배 피우는 것쯤에 불과한 나라다.
나는 영어 교사이기도 하지만 영어라는 것은 업무적으로든 뭐든 간에 절실히 필요한 사람이 배우면 된다. 그래야 학습 효과도 빠르다. 영어를 배운답시고 외국인을 졸졸 따라다니면서 밥을 사주는 거 극협한다. 영어 실력향상만을 목적으로 한다면 미국 가서 어쭙잖은 선생한테 배우는 것보다 성문종합영어에 나오는 주옥같은 원문을 달달 외우는 편이 훨씬 더 효율적이라고 확신한다.
딸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혹시 있을지도 모를 인종 차별에 대해서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더니 딸아이 말이 이랬다. “아빠, 내가 왜 인종 차별이나 하는 사람 같지 않은 사람 때문에 내 꿈을 포기해야 해?” 이 말을 듣고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이제는 내 자식이지만 나보다 더 사고의 폭이 넓고 깊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인정하게 되었다. 반대할 명문도 없고 반대할 생각도 없다. 부모라고 자식의 꿈을 막을 수는 없다. 다만 딸아이가 스스로 생각을 바꿨으면 좋겠다고 마음속으로 빌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