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런! 똑똑한 국방부 선정 불온도서 23권이 특히나 알라딘에서 완전 인기 절정이군요!

이를 어쩌나... 군생활동안 제가 반입했었던 도서도 무려 4권이나 있었군요. 아싸~! 안걸리고 넘어갔다! 이렇게 기뻐해야 맞죠? 아니, 죄책감을 느껴야 맞으려나? 허허. 어이상실.

이런 활기찬 불온도서 붐을 더욱 활기나게 하는 것은 아프락사스님의 이벤트 : "군인들이 편히(?) 사 볼 수 있는 (23권의 책들을 대신할) 대체 도서를 선정해주세요. :) "

그렇군요. 이제 이 23권은 우리 군인들이 보질 못할테니... 안타깝네요. 하지만 너무도 다행인 것은 우리 국방부 관계자들은 똑똑하다는 것! 아니, 완전 개비웃으려고 '똑똑한'이란 반어를 쓴 것인데, 설사 국방부 관계자들이 진짜로 똑똑하다하더라도(설마????), 예하부대의 간부들은 대개 이 23권에 맞먹을 불온도서를 분별해낼 식견일랑 전혀 없습니다. 부끄럽지만 장교출신으로서 한 달 전만해도 군대에 적을 두고 있었고 실제로 사병들 책들을 싹 검사하란 명을 받은 적도 여럿있고 여튼 제 경험상 그렇다는 겁니다. 그나마 다행이고 희망이죠? ^^ 그러니 아프님의 취지대로 대체도서를 선정해보는 건 상당히 신선하고 우리 사병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아 좋군요♪

아주 최근까지 군대에 몸을 담았던(노예계약에 묶여있던) 감을 살려 대체도서를 선정해보겠습니다.

 

<손석춘 소설 3종 세트>


 

 

 

 

아름다운 집  이름 없는 한 북한 지식인의 삶을 그의 일기와 편지를 통해 풀어가며 1938년부터의 한반도 역사를 풀어간다. 그의 일기와 편지들은 모두가 마음놓고 사랑할 수 있는 사회, 같은 한민족으로서 분열과 불신을 걷어내고 사랑과 신뢰가 충만할 수 있는 사회, 아집으로 맞선 대결이 아닌 더 큰 자유 속에서 통일된 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이야기 한다. 아직까지도 각종 강제 정신교육을 통해 북한을 마치 뿔달린 시뻘건 괴물같이 인식하도록 만들려는 국방부의 노력에 심신이 지치고 아파가는 우리 사병들, 이 책은 그들에게 남북-선악의 이분법이란 시각을 되돌아보게 해줄 것이다.

유령의 사랑  칼 마르크스의 생애를 유서라는 형식을 통해 새롭게 조망했다.1부는 주인공 한민주가 대학 후배이자 보수언론의 논설위원인 류선일의 공격을 받는 내용. 지칠대로 지친 민주는 마르크스의 무덤을 찾았다가 비밀 유서 세 통을 건내받는다. 2부는 유서를 공개하는 형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며, 3부 '유령' 편에서는 주인공이 마르크스와 영적 대화를 나눈다. 상상만으로도 통쾌하지 않은가?! 마르크스를 한국 군대의 한 가운데에 들여놓을 수 있다니!!! "소설 유령의 사랑입니다."라고 말하면 그냥 그럭저럭 연애 이야기이겠거니 생각하고 넘어가지 않을까?!

마흔아홉 통의 편지 태어나자마자 스웨덴으로 해외 입양된 주인공은 어느 해 생일에 문득,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된다. 양부모는 그녀에게 생모의 유물인 나침반과 '홍수련'이라는 한국 이름을 알려준다. 홍수련은 이내 자신의 뿌리를 찾아나선다. 그녀의 조국은 과연 어디인가, 무엇인가. 자랑스럽고 위대한 단일민족 대한민국에 대한 찬양의 찬양만을 듣고 듣는 사병들에게 새로운 생각의 숨틈이 될 수 있는 소설.

종합평 : 소설이라는 점을 들어 불온서적에 대한 검열의 잣대를 다소 낮출 수 있다. 제목도 둥글둥글한 것이 별반 의심이 안된다. 허나, 누군가 자세히 소설의 내용을 쑥 훑어본다면 금세 불온해져버릴 수 있는 위험성 내포! 어쨌든 군대내에서 가장 교묘하게, 가장 불온해질 수 있는 지름길♪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군사독재 시절, 남민전 사건으로 귀국하지 못한 채 빠리에서 택시를 몰아야만 했던 ‘똘레랑스의 전도사’ 홍세화가 감성적 터치를 가미해 전하는 그의 빠리 망명생활. 수필이라는 형식 그리고 청소년추천도서 등 다수 선정. 얼핏보기엔 그냥 무난해 보인다. 이는 즉 불온한 느낌을 피해갈 가능성이 크다는 말. 허나 이 책은 나를 처음으로, 아주 진솔하게 불온의 세계로 안내했던 아주 귀한 책. 그래서 중대원들에게도 기회 닿을 때마다 꼭 빼놓지 않고 추천하던 책. 얼핏 불온한 냄새가 나지 않으면서도 개개인을 불온의 세계로 친절히 안내할 수 있는 진솔한 글이 담긴 필필필필 대체도서!

 

<특강/인터뷰 모음집>

 

 

 

 

똑똑한 국방부 관계자들 기준으로는 아마도 불온한 위험분자와 양호한 지식인들이 뒤섞여 있는 특강/인터뷰 모음집들. 그닥 많이 불온하지는 않은 몇몇 사람들 혹은 잘 판단되지 않는 몇몇 사람들로 인해 아마도 불온한 몇몇의 이야기들까지 덩달아 군부대 내에서 온전히 돌아다닐 수 있을 듯. 일명 물타기 작전?! 군부대 내에서도 안정적인 방법으로 떳떳이 불온분자의 생생한 목소리를 간직할 수 있다는 장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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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8-08-02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빠리의 택시운전사 넣으면 부대에서 아 얘가 제대하고 외국 나가 택시 운전하려나보구나 생각하는거 아녀요? 국방부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아요. :)

Arm 2008-08-03 21:37   좋아요 0 | URL
ㅎㅎ 다른 이벤트 글들도 찾아 읽고 있어요. 분위기남 아프락사스님 덕분에 불온도서 사건이 더 재밌어졌습니다♪

푸하 2008-08-03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잘 봤어요. 불온함의 전파자로서의 앎님의 행보가 많이 기대됩니다.^^;

Arm 2008-08-03 21:38   좋아요 0 | URL
푸하님~~ 방학도 없이 분주한 일상이신가요?
'앎'을 알려주신 건 정말 정말 정말 평생의 귀한 재산이 되었어요! ^-^

순오기 2008-08-03 0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제가 본 건 '빠리의 택시 운전사 '하나군요.
남들이 올린 책 빼고...나도 올려볼게요.^^

Arm 2008-08-03 21:39   좋아요 0 | URL
추천해드려야지~ ^^

2008-08-03 23: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08-08-07 16:06   좋아요 0 | URL
어제 책 잘 받았어요~ 서평 밀린 책이 있어서 금방은 못 읽을거에요.ㅜㅜ
잘 읽을게요~ 앎님, 배보다 배꼽이 컷어요.^^

Arm 2008-08-09 18:07   좋아요 0 | URL
배가 있기에 배꼽이 있었어요~ ^^

조선인 2008-08-04 0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빠리의 택시운전자도 한때 불온도서였어요. 지금은 풀렸지만. ㅋㄷ

순오기 2008-08-05 23:07   좋아요 0 | URL
파리의 택시운전사에 이어 나온, '한강은 남북을 가르고 세느강은 동서를 가는다'도 한때 금서였어요.^^

Arm 2008-08-09 18:09   좋아요 0 | URL
조선인님, 순오기님. 그렇담 세상이 좋아지고는 있는 거겠죠? 그렇겠죠....?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Arm 2008-08-17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결국 글샘님으로부터 이벤트 선물을 받게 되었어요. 야호~

감은빛 2008-08-18 0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군대에서 [빠리의 택시 운전사] 읽었어요. 몰래 숨겨서 읽었죠. 사실 남성분들은 대부분 아시겠지만 검열나오기 전에 다 알 수 있고 충분히 아무도 모를 곳에 숨길 수 있으니까요.
 

 

대한민국 제18대 국회 조찬기도회


 





<자료출처: 뉴스파워 최창민 기자> 

예수님, 이 꼬락서니를 어찌하오리까!
예수님, 이 꼬락서니를 어찌하오리까!
예수님, 이 꼬락서니를 어찌하오리까!  

"너는 기도할 때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은 다음, 숨어 계신 네 아버지께 기도하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주실 것이다." (마태 6,6)

예수님, 이 꼬락서니를 어찌하오리까!
예수님, 이 꼬락서니를 어찌하오리까!
예수님, 이 꼬락서니를 어찌하오리까!  

 

국회에 '이스라엘 12지파' 등장한다

 노컷뉴스 | 기사입력 2008.07.08 10:03 | 최종수정 2008.07.08 13:15
[CBS정치부 도성해 기자]

르우벤, 시므온, 유다, 단, 납달리, 갓, 아셀, 잇사갈, 스불론, 므낫세, 에브라임, 베냐민.

'이스라엘 12지파'가 조만간 국회에 등장한다.

국회 조찬기도회(회장 황우여 의원)에 소속된 기독의원 115명은 조만간 여야를 아우르는 12지파 별 소모임을 만들어 소그룹 기도회와 나눔, 교제, 봉사활동 등에 나설 예정이다.

국회 조찬기도회장을 맡고 있는 한나라당 황우여 의원은 "조찬기도회원 중 장로 직분(피택 장로 포함)을 가진 의원들이 꼭 12명이라는 데 착안해 이들을 연장자 순으로 르우벤부터 베냐민까지 이스라엘 12 지파의 족장으로 삼고, 그 아래 8~9명의 의원들을 부족민들로 배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황 의원은 "각 지파별로 1주일에 한번씩 모임을 갖고 교제와 봉사는 물론 정치를 하면서 마주하게 되는 어려움이나 개인적인 고민 등을 나누고 서로에 대한 중보기도와 나라와 민족을 위한 기도를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각 지파별로 한달에 한번씩 전체 조찬기도회를 책임지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독 국회의원 12지파에는 무려 110명이 넘는 의원들이 속해있고,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와 민주당 원내대표 등 여야 핵심 당직자나 중진의원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어 여야간 중재역할을 하는 데도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한나라당내 친이계와 친박계 의원들도 고르게 섞여 있어 당내 갈등 해소의 실마리를 찾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낳고 있다.

장로 직분을 가진 12명의 족장과 담당할 지파명은 ▲ 이상득-르우벤(한) ▲ 김성순-시므온(민) ▲ 이경재-유다(한) ▲ 허천-단(한) ▲ 이용경-납달리(창조) ▲ 서종표-갓(민) ▲ 김영진-아셀(민) ▲ 황우여-잇사갈(한) ▲ 김진표-스불론(민) ▲ 임두성-므낫세(한) ▲ 이병석-에브라임(한) ▲ 최규식-베냐민(민) 으로 확정됐다.

부족원들도 당과 지역, 선수, 성별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이미 선정됐다. 다만 어느 지파에 속할지 여부는 국회가 개원하는 날 12명의 족장들이 제비를 뽑아 결정하기로 했다.(아래 참조)

한편 목사 국회의원인 한나라당 강명순 의원은 12지파에는 속하지 않고 목사임을 감안해 제사장 직분을 맡아온 레위 지파로 분류돼 조찬기도회 전체를 위한 중보기도를 담당하기로 했다.

강명순 의원은 이미 18대 국회가 시작된 지난 5월 30일부터 매일 오전 7시 의원회관 107호실에서 기도모임을 갖고 있다.

황우여 의원은 "장로 국회의원을 정확하게 12명으로 세워주신 데는 하나님의 오묘한 뜻이 있는 것 같다"며 "12지파별 모임을 통해 국회와 국가를 위해 매주 열심히 기도하는 정치인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래는 여야와 지역, 선수, 성별 등을 고려해 나눠진 12 그룹)
1. 이윤성/김효석/송훈석/이혜훈/이종구/안민석/김성회/허범도/장제원 의원   2. 김형오/원혜영/정두언/박영선/박상은/신지호/김성수/윤영/조원진 의원   3. 서청원/이낙연/김기현/박순자/김종률/성윤환/윤석용/권영진/김성식 의원   4 .김충조/허태열/진영/전병헌/박영아/손범규/조전혁/김선동/김광림 의원   5. 정몽준/원희룡/서상기/진수희/주승용/강봉균/이화수/홍장표 의원   6. 천정배/안경률/박병석/공성진/최규성/홍정욱/유정현/정미경 의원   7. 정장선/최철국/우제창/김정권/김충환/김장수/강용석/백성운 의원   8. 홍준표/홍재형/권경석/서갑원/김동철/이정선/구상찬/김태원 의원   9. 정세균/조진형/강성종/조해진/황영철/주광덕/안형환/전혜숙 의원   10. 김영선/이성헌/변재일/조경태/정양석/이철우/윤상현/곽정숙 의원   11. 정의화/조배숙/김부겸/이사철/이범래/김동성/고승덕/이진삼 의원   12. 남경필/박진/이군현/신낙균/류근찬/구본철/이정현/이춘석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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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7-14 2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또 뭥미~~ ㅠㅠ
11일간의 여행 떠나셨다고요~ 다녀오시면 책선물 드릴게요.
내 맘대로 님을 행운의 주인공으로 정했어요. ^^

Arm 2008-07-25 21:32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이건 또 뭥미~♬ ^-^
이야;; 제게 이런 행운을요?! 가슴이 순간 환해지네요!

순오기 2008-08-01 18:36   좋아요 0 | URL
국방부 불온서적에서 한 권 골라주세요~ 주소와 연락처도 비밀로 남겨주시고요.^^
너무 시간이 흐르면 내 맘 변할 수도 있다고요~ㅋㅋㅋ

Arm 2008-08-03 21:39   좋아요 0 | URL
드디어 맘 정했습니다! ^^
 
[우리의 소박한 꿈을 응원해 줘] 서평단 알림
우리의 소박한 꿈을 응원해 줘 - 이랜드 노동자 이야기 우리시대의 논리 6
권성현 외 엮음 / 후마니타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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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문제가 사회에서 어떻게 다뤄지고 있는가는 그 사회의 민주주의의 수준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척도입니다.’ ‘신자유주의 무한경쟁으로 치닫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사회 모든 구조물의 기반을 이루는 힘'인 노동과 노동문제를 올바로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입니다.’ - 출판사 후마니타스 출판 철학 중

그간 노동문제와 관련된 도서를 지속적으로 출간해온 후마니타스에서 신간 ‘우리의 소박한 꿈을 응원해 줘’를 내놓았다. 지난 2007년 6월 매장 점거 농성으로 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이랜드 노동자들. 어느새 그/녀들의 파업 투쟁은 1년을 넘어섰다. ‘우리의 소박한 꿈을 응원해 줘’는 사람 냄새나는 진솔한 인터뷰와 다양한 분야의 활동가들의 글을 모아 이랜드 노동자들의 그 1년이라는 무수한 아픔과 눈물이 밴 시간의 의미를 되짚어 본다. 물론 활동가들의 글도 가치있으나 뭐니뭐니 해도 이 책의 참 맛은 크고 작은 총 14개의 인터뷰이다. 인터뷰는 이랜드노조 조합원을 대상으로 다양한 인터뷰어들이 인터뷰이 1명에서 4명 등과 자연스럽게 소박하고도 절실한 대화들을 엮어가며 채워진다. 이외에도 고등학생인 한 조합원의 자녀, 납품업체 직원과의 인터뷰, 미니인터뷰 또한 그 맛이 새록새록하다.

인터뷰의 내용들은 차갑고 딱딱하고 저 높은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따스하고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바로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이곳에 닿아있다. 노동조합, 매장점거, 투쟁 등의 단어를 들으며 왠지 그/녀들이 낯설고 문제있고 무언가 엇나간 억센 사람들이란 이미지로 떠오를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을 통해 그/녀들의 살아있는 목소리를 들어보자. 그/녀들은 1년이 넘도록 투쟁, 투쟁! 거칠게 외치지만 이내 우리의 귀에는 구수하게 익숙한 우리 이모, 우리 삼촌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녀들은 결코 먼 나라 다른 별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들은 오히려 우리 옆에서 때론 함께 때론 각기 울며 웃으며 동행하던 우리 이모, 우리 삼촌에 더 가깝다.

아무래도 제 생활이 집회 위주다 보니까 가정생활은 뒷전이 되죠. 남편이 가사일을 많이 도와주고 있어요. 중학생, 초등학교 5학년짜리 아들 둘이 있는데, 못 챙겨 주는 게 미안하죠. 엄마 마음은 항상 애들한테 빈자리에 대한 죄책감이 있잖아요. 중학생 아들은 며칠 전에도 ‘엄마가 꼭 이겨야 된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야 ‘내가 비정규직 인생 안 산다’고. 그런 애를 보면서 다른 사람도 저럴 거라고 생각해요.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우리를 무언으로 지지해 주는 사람들. 그런 노동자들 많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요새 그러고 살아요. (장은미, 월드컵분회 조합원)

일 끝나고 집에 오면 딸아이 자는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봐요. 딸아이가 커서 힘들게 공부해도 어디다 써먹을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해요. 1년 있으면 직장에서 나가야 되고, 10년 동안 일하다 보면 일고여덟 번은 직장을 옮겨야 할 텐데. 아이들이 우리처럼 그렇게 살아갈 걸 생각하면 정말 슬퍼져요. 아, 아이들이라도 꿈꿀 수 있는 세상에서 살았으면 좋겠어요. 근데 우리가 싸우지 않으면 그런 세상은 불가능한 일이잖아요. (조희숙, 월드컵분회 조합원)

그/녀들의 목소리를 계속 들어보자.

우리가 하는 게 옳지만 왜 바보처럼 네가 하냐고. 나 아니면 다른 누군가가 하겠지,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다른 누군가도 그렇게 생각하면 아무도 소리를 안 낼 테니까 나라도 소리를 내는 거다, 이런 당당함은 있지만 주위의 시선이...... 빨갱이로 몰리는 건 아닌가 하는 두려움도 있고 바보 취급 받는 것에 대한 억울함도 있고. 이런 이야기를 더 힘든 사람이 옆에 있는데 꺼내기가 서로 쉽지 않은데, 길어지다 보니까 이야기가 나오는 거죠. 하지만 내가 이렇게 하고 있는 거를 우리 아이들이 다 알고 있는데 포기해 버리면...... 아이들에게 그런 모습을 보여 주고 싶지 않아. 다른 사람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저희 큰 아이 같은 경우는 엄마가 이랬어, 이런 이야기를 내가 했던 게 아니고 학교에서 선생님에게 들어서 알게 되고, 그래 엄마 열심히 해봐, 도와줄 거는 없지만 신경 안 쓰게 공부만 할게, 이런 애한테 엄마 힘들어서 중간에 포기했다, 엄마 옆에 있는 사람들 등지고 나왔다 이런 모습을 보여 주고 싶지는 않은 거지. (황선영, 월드컵분회 조합원)

투쟁을 계속하실 수 있는 원동력은 나 자신에 대한 자존감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나를 사랑하고 내가 나를 지키는 거요. 그거 없으면 운동 못하잖아요. 여기서 내가 만약에 포기한다면 나 자신이 용서가 안 되는 거지. 그래서 있는 거예요. (이선화, 00분회 조합원)

요구안을 100퍼센트 따 내는 게 문제가 아니라 살면서 내가 알지 못했던 거를 알게 되었다는 것. 정치도 그렇고 내 권리가 뭔가, 내 권리는 내가 목소리 내야 되는구나, 한두가지가 아니죠. 삶에 대해 느끼는 게 많아요. 이게 성과죠. (이경옥, 이랜드 일반노조 부위원장)

'이러한 그/녀들의 목소리를 들으면 곧바로 그/녀들을 지지해야하는 게 정답이다'라고 강요하진 못할 것이다. 허나 이 하나만은 확실히 물어도 되리라, 젖은 애환으로 촉촉한 그/녀들의 목소리는 너무도 인간적이지 않은가, 인간의 목소리?

 

또한 그/녀들의 이야기를 읽어가다보면 오늘 역시 전국에서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촛불집회와의 유사성을 발견하게 된다. 그럼 먼저 그/녀들의 투쟁을 살펴보자.

점거 농성을 하고 경찰의 탄압에 맞서 싸우다 연행되기를 여러 날, 그래도 놓아 버릴 수 없어 돌멩이 맞고 물대포 맞으며 여기까지 왔다. (진재연, 사회진보연대 회원)

나는 점거하다가 털린 것보다 그때가 더 속상했던 거 같아. 물대포, 그거를 세상에. 천막에다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무슨 큰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어쩌면 사람한테 그럴 수 있어. 세상이 원망스럽고 경찰이 밉고.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전경들 중에는 ‘오버’하는 애들이 있어요. 나이도 어린 애들이 우리한테 입에도 담지 못할 욕을 하고. 감정이 있는 인간이다 보니까 화가 나서 그런다지만 방패로 사람을 찍고, 욕하고, 때리고. 그러면 우리가 너무 억울하지, 어린 애들한테 그렇게 당하니까. 또 자본가라는 사람은 정말 대단한구나, 정말 힘이 막강하구나 하는 거를 투쟁하면서 많이 느꼈어요. (정미화, 월드컵분회 조합원)

또 사진 찍힌 사람, 동영상에 나온 사람들한테 민사로 손해배상이 들어오고 있어요. 연행되어서 몇 십만 원 벌금받은 사람이야 아주 많고. 한 분은 농성장 안에서 편지 낭송을 했는데 쓴 사람도 아니고 대신 나가서 읽었는데 그걸로 1억100만 원 손배가 와 가지고 너무 어이가 없는 거지. 도대체 나한테 이걸 받겠다는 거냐? 한 달에 80만 원 벌어서 이거 언제 다 갚겠냐? (황선영, 월드컵분회 조합원)


출처: 연합뉴스 (2007년 7월31일)



출처: 한겨레신문 (2007년 7월31일)


출처: 이랜드 일반노조 (2007년 9월8일)

집회, 농성, 구호, 팔짱끼고 눕기, 점거, 물대포, 연행, 방패 찍기, 사진 채증, 강제 해산, 장기화. 어디 보자, 이 모든 것들은 촛불집회가 진행되어 온 모습 속에서 너무도 너무도 익숙한 장면들 아닌가? 정부에겐 집회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냐 작냐의 차이였을 뿐 그들의 정책에 반하는 ‘불순세력’에 대한 대응태도는 이렇듯 ‘일관성’이 있었다. 어차피 그들에겐 촛불시민이나 이랜드 노동자나 일부 불순세력일 뿐인 것이다.

이게 다가 아니다. 앞서 소개한 그/녀들의 이야기에서도 살필 수 있듯 그/녀들은 투쟁을 이어가는 이유로 대의를 내세운다. “나라도 안나서면 안된다.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한 일이다. 우리 아이들을 위한 일이다. 힘들지만 계속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러한 답은 촛불시민에게 왜 계속 촛불을 드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과 기가 막히게 일치한다. 촛불시민들이 굳이 퇴근 후 개인시간, 꿀같은 주말의 자유시간을 써가며 비 맞고 목쉬고 얻어맞고 폭도로 몰리며 밤을 새지 않아도 되 듯 그/녀들 또한 돈도 못벌고 자기 돈 써가면서 뙤약볕 아래에서, 칼바람 속에서 집회하고 연행되고 벌금물고 여러 날을 박스 깔고 돌바닥에서 자지 않아도 되었다. 하루 벌어 살기가 빠듯한 그/녀들은 서둘러 복직하거나 다른 직장을 찾아서 적은 임금이나마 벌어도 된다. 그게 당장 편한 길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오늘도 대의를 내세우며 가뭇한 희망의 밥숟갈을 넘긴다.

이렇듯 이랜드노조의 투쟁과 촛불집회는 진행되어가는 구조의 유사성을 갖는다. 그러나 이 이유만으로 그/녀들의 대의에 박수를 쳐달라고 억지를 부릴 순 없다. 다만 촛불집회와의 그 유사성에 고개가 끄덕여진다면 그/녀들의 억울한 마음과 진지한 눈빛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럼 한 발 더 나아가 그/녀들의 대의에 대한 이야기는 한 인용문을 던지는 것으로 대신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녀들은 비정규직 투쟁의 구심점이란 대의를 오늘도 치열하게 외치고 있고, 아마도 곧 비정규직이 될 우리의 청년들은 학점, 영어점수, 자격증을 통한 비상을 위해 오늘도 치열하게 웅크리고 있다. 그/녀들의 외침이 지금은 남의 일이겠지만 몇 년 후에도 꼭 남의 일이란 보장의 가능성은 그저 희박하다.

지금의 20대는 대부분이 비정규직이며, 곧 비정규직이 될 운명 앞에 서있다. 8백만 명을 넘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 평균은 119만 원이며, 전체 임금에서 20대가 평균적으로 받는 비율을 적용하면 88만 원이 된다. 그나마도 세전 금액이다. 따라서 하루 8시간을 일하는 20대 비정규직이 한 달에 확보할 수 있는 경제력은 그보다 적다. 이 임금을 기준으로 한 달에 50만 원을 저축한다고 생각해보자. 그러려면 죽음 같은 삶을 감당해야 하는데, 그렇게 10년을 모으면 6천만 원이고, 20년을 모으면 1억 2천만 원이 된다. 그리고 50대가 되었을 때, 그나마 비정규직 일자리조차 남아 있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이렇게 본다면 20대는 평균적으로 전세는 물론 결혼도 하기 어려운 세대이다. 결혼을 해서 소넹 얻는 돈은 중산층이 자녀 한 명에게 들이는 사교육비 정도이다. 아니, 이들도 전부 그만한 돈을 들여서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 아닌가? TV가 시키는 대로 물건을 사들이고, 잡지가 시키는 삶의 방식을 채택한다면, 20년 후에 1억 2천만 원의 자산 대신 그만큼의 빚이 기다리고 있을 수밖에 없다. 우리의 20대, 그들이 바로 ‘88만 원 세대’이다. (우석훈, 박권일, 88만 원 세대)

‘그런 그/녀들을 응원하고 싶은 절박한 심정으로, 우리는 이 책을 만들었다.’는 엮은이의 말처럼 ‘우리의 소박한 꿈을 응원해 줘’라는 책이 그/녀들의 그간의 상처를 다소나마 어루만져주고 그 상처를 더 많은 사람들이 사회적 감수성, 삶에 대한 감수성으로 공감할 기회를 제공해주고 나아가 가뭇하기만 그/녀들의 희망, 아니 우리들의 희망을 부디 더 맑고 향기롭게 가꾸어가는 데 작지만 귀중한 힘이 되길 바란다. 나의 이 얕은 서평 또한 그/녀들에게 작은 응원이 되길 감히 바래본다.

 

덧글1> 책 수익금의 1퍼센트는 이랜드 투쟁에 지원됩니다.

덧글2> 그런 의미가 있는 책을 서평단에 뽑혀 공짜로 받아보게 되어 마음에 걸리고 걸립니다;;;;
꼭 한 권 제 돈으로 사서 주변 친구에게 선물할게요. ^^;;;

덧글3> PD수첩 ‘이랜드, 신화창조의 그늘’ (2007.07.31) 동영상 링크 mms://cast.kdlp.org/branch/seoul/20070731_pdnote.wmv

덧글4> 이랜드 일반노동조합 홈페이지 http://www.elandtu.or.kr/

덧글5> 책에 대한 아쉬움 몇 가지...
- 인터뷰마다 날짜를 기재해주셨다면 시기별 상황도 고려하며 더 풍부하게 글을 읽을 수 있었을텐데요.
- 비정규직 법안의 내용, 그 의미와 이랜드노조 파업 시작의 상황에 대한 간단한 글을 실어주셨다면 이랜드사태에 무심했고 사전지식이 없었던 독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 차례의 각 항목에 인터뷰어의 이름만 기재되어 아쉽더군요. 응원하기 위해서는 진정 주인공인 인터뷰이들의 이름이 차례에도 기재되었으면 합니다.

덧글6> 촛불집회에 이랜드노조도 함께 하시던데 마침 이 책을 읽고 있을 때라 책에 조합원 이경옥님 사인도 받았답니다! 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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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상적 예외 상태 속의 사람들 - 『우리의 소박한 꿈을 응원해 줘』
    from 도서출판 그린비 2008-08-29 14:30 
    '당신들의 요구는 정당하지만 우리에게는 돈이 없다.' 그러나 지금 한국 사회를 솔직한 눈으로 바라보자. '전체'를 위해 희생해야 할 '부분들'이 사실상 전체이고, '정상'에서 벗어난 '예외'가 정상을 이룬다. (부커진R 1호『소수성의 정치학』)저는 정상을 벗어난 '예외'입니다. 그린비엔 비정규직이 없기 때문이죠. 한국 사회에서 비정규직 노동인구가 800만에 가까운(혹은 넘어선) 이 시대에 정말 특별한 존재, 예외적인 존재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
안병수 지음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충격이다! 

과자를 워낙 맛있게 잘 먹으면서도 늘 무언가 찜찜한 기분을 떨칠 수 없었기에 이 책에 살짝 관심이 가긴했다. 

그러나 책제목에 ‘아이’란 단어도 들어가고 표지그림엔 웬 막대사탕이 그려져 있길래 단지 그 이유만으로 솔직히 무시해왔었다. 왠지 깊이도 없고 별 특별한 내용이 있겠냐란 예상.

게다가 엄청 많이 팔리기도 했다. 소문난 집에 먹을거리 없다고 왠지 좀 가볍고 유치한 제목과 표지에 더해 그 유명세는 굳이 이 책에 손이 가는 것을 막았다. 

솔직히 이 책을 구매하게된 것도 알라딘 5만원 이상 구매시 2천원 적립금을 위한 금액 딱 맞추기, 인기도서 할인쿠폰 등의 마케팅전략에 말려들면서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약간 떨떠름한 느낌으로 만나게 되었다.

그런데 결국 이 책을 읽고난 후의 평가는, 충격이다! 충격! 즐거운 충격!

16년간 국내 유명 과자회사의 신제품개발부와 구매부에서 근무했던 저자. 과자를 사랑했고 과자를 아꼈으며 이러한 과자로 사람들에게 행복감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졌던 그. 그런데 과자업계에 종사하는 선배, 거래처의 관계자들이 건강악화로 고통받고 세상을 떠나가는 것을 보고, 저자 스스로 건강이 안좋아져간다는 느낌을 받으며 그는 어느 때인가부터 심각한 의문과 회의에 빠진다. 막연한 의문과 회의를 돌파하기위해 그는 각종 도서를 구매하여 공부에 임한다. 공부의 결과, 그는 바로 16년간 몸담았던 과자회사를 박차고 나온다. 그 순간부터 각종 가공식품과도 결별이다. 그 후 그는 이 책을 썼고 그를 깨우쳤던 외서들을 번역하여 내놓았으며 지금은 슬로우푸드를 통한 삶의 진정성을 회복시키기 위해 후델식품건강연구소를 운영중이다. 아, 물론 저자의 건강은 눈에 띄게 좋아졌다고 한다.

저자는 오늘날 끊임없이 급증하고 있는 성인병 -암, 심혈관 질환, 당뇨병-을 ‘생활습관병’ 혹은 ‘문병병’으로 바꿔 칭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만큼 오늘날 사망원인의 다수를 차지하는 암, 심혈관 질환, 당뇨병은 우리의 생활습관과 밀접히 관계되어 있다는 말이다. ‘먹는 것이 곧 약’, ‘You are what you eat'이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가 일상에서 무엇을 먹는가가 우리의 건강을 나아가 우리의 삶을 좌우하게 된다. 

저자는 오늘날 우리 밥상과 간식거리의 대부분을 점령하고 있는 가공식품을 우리의 건강에 대한 파괴, 공포로 보고 있다. 책에서는 앞에서 소개했듯 저자가 가공식품에 대해 문제점을 인식하고 공부하며 그 것을 뛰어넘기위해 힘쓴 실천 이야기들이 진솔하게 펼쳐지며 라면, 초코파이, 바나나우유, 청량음료, 피로회복제, 소시지, 아이스크림 등 우리들이 너무도 즐겨먹는 각 가공식품들의 유해성이 세세하게 분석되고 있다. 우리와 너무도 친숙했던 이 식품들에 대한 저자의 친숙하지 않은 분석은 분명 즐거운 충격이 될 것이다! 다음으로는 저자가 판단하는 심각한 가공식품 문제의 큰 세 줄기인 (1)정제당 (2)나쁜 지방 (3)식품첨가물에 대해서 심도있는 해설이 이어진다. 여기에서는 신체의 혈당조절시스템, 지방산의 결합구조, 세포의 활동 등 정신을 바짝 차리고 머리를 굴려야만 이해를 높일 수 있다. 처음 이 책에 대해 가졌던 ‘가벼울 것이다’란 편견은 온데간데없이 난 잠시 머리를 싸매고 있어야만 했다. 그만큼 이 책을 통한 즐거운 충격은 깊이까지 있다!

여기서 잠시 시끄러운 소고기 정국을 떠올려보자. 애초에 정부는 미국산 소고기의 광우병 유발 위험성에 대해 국민에게 알릴 생각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결국 양식있는 지식인들에 의해 미국산 소고기의 광우병 유발 위험성은 온 국민이 알게 되었다. 이런 소고기 사기로 국민의 건강을 팔아넘기려는 오만과 불손으로 촛불의 도화선에 불이 붙은 것인데 끊임없이 광우병 괴담을 외치며 적반하장의 끝없음을 보이는 정부는 과연 언제쯤 미친 잠에서 깨어날지 참 답답하지만 어쨌든 소고기 정국을 통해 우리는 앎의 힘, 앎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광우병 유발 위험성에 대한 앎을 얻지 못했다면 우리는 그저 값싸고 맛좋다며 연신 미국산 소고기를 구워댔을 것이다. 하지만 앎이 있기에, 지식을 갖췄기에 우리는 아무리 싸고 맛 좋더라도 미국산 소고기를 멀리하게 된다. 혹여 어쩔 수 없이 먹게 되더라도 무언가 께름칙한 느낌은 가시지 않을 것이다.

이렇듯 가공식품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알면 보이고 지식을 갖추면 눈에 들어온다. 앎과 지식이 없을 때에야 그저 야참으로 보글보글 라면을 끓여먹고 무더위에 아이스크림을 쪽쪽 빨고 친구를 만나 햄버거에 콜라를 그저 즐겁고 맛있게 먹을 수 있지만 일단 앎과 지식이 생긴 후라면 이미 세상은 달라져있다. 나 개인의 경험으로도 이 책을 통한 즐거운 충격!, 그로인한 앎과 지식의 획득, 깨달음은 식품을 보는 나의 눈을 총체적으로 바꾸었다. 물론 안다고 실천까지 당연히 되는 것은 아니다. 처음엔 내가 습관을 만들지만 후에는 습관이 나를 만들고, 처음엔 습관이 바뀌지만 후에는 나의 인생이 바뀌게 된다. 또 다른 세상, 더 나은 삶, 그를 위한 우리의 실천을 위해 일단 알자! 우리 모두 이 책을 펴자!

오늘날 주부들은 두 가지 점에서 경제성장에 크나큰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무분별하게 가공식품을 소비함으로써 식품산업을 번창시킨다는 점이요, 또 하나는 가족을 질병에 걸리게 함으로써 의료산업을 발전시킨다는 점입니다.
- 어느 의학 평론가의 발언

내가 느꼈던 이 즐거운 충격!을 당신도 받길 바란다. 나아가 나의 삶도 당신의 삶도 한층 나아질 수 있길.  

 

덧글> 안병수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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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 예언자들을 조심하여라. 그들은 양의 탈을 쓰고 너희에게 나타나지마는 속에는 사나운 이리가 들어 있다. 너희는 행위를 보고 그들을 알게 될 것이다. 가시나무에서 어떻게 포도를 딸 수 있으며 엉겅퀴에서 어떻게 무화과를 딸 수 있겠느냐?"(마태복음 7장 15절)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참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국민을 상대로 마구 저지르는 오늘의 폭력상과 거짓들을 지켜보며 우리는 분노합니다. 주권재민을 힘껏 외치는 시민들의 고뇌를 마음에 품고 오로지 기도에 집중하기 위해 사제들이 오늘까지 이렇다 할 의견표명과 행동 없이 침묵 중에 지냈으나 이제 그런 절제도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되었습니다.

국민이 그토록 간절하게 호소하건만 정부가 미국의 압박에 자진 굴복하여 문제의 쇠고기와 위험한 부속물 수입을 전면 허용해버렸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들끓는 국민여론을 제압하기 위해 몽둥이와 방패로 시민들을 패고 내려찍으며 무참히 폭력을 행사했습니다. 이로써 촛불에 담겼던 간곡한 뜻은 짓밟혔고 우리는 대통령과 정부의 존립근거에 대하여 묻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 각료들 그리고 한나라당의 교만과 무지를 탄식하면서 그들의 병든 양심을 교회의 이름으로 엄중하게 꾸짖고자 합니다. 아울러 이 땅에 하느님 나라를 선포해야 하는 사제의 양심에 따라 오늘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는 점을 경고합니다.

먼저 보수언론의 폐해를 지적합니다. 참여정부 시절 광우병의 위험성을 무섭게 따지고 들다가 현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미국산 쇠고기의 절대 안전을 강변하는 조선·중앙·동아일보의 표변과 후안무치는 가히 경악할 일입니다. 정론직필의 본분의 버리고 이해득실에 따라 말을 뒤집는 언론의 실상이 널리 알려진 것은 만시지탄이나마 다행이 아닐 수 없습니다.

대통령이 국가정책의 많은 부분에 대하여 국민을 속이고 있는 현실은 더욱 큰 불행입니다. 대통령은 국민이 순진하다고 착각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은 그의 궤적을 잘 알면서도 혹시 경제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까 싶어 지난 대선의 결과를 빚어낸 것뿐입니다. 대통령은 국민의 기대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습니다. 금번 쇠고기 협상에서 드러난 정부의 무능도 울분을 터뜨릴 일이지만, 높이 받들고 깊이 새겨야 할 천심을 폭력으로 억누르는 정부의 교만한 태도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저 미국에 충성하려 드는 맹목적 사대주의도 딱한 일이거니와 오늘 우리 사회에 불어닥친 재앙은 무엇보다도 돈을 위해 정신의 가치를 값싸게 여기는 정부의 경박한 물신숭배에서 비롯했음을 지적합니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값싸고 질 좋은 외국산 쇠고기가 아니라 모두가 공생공락하는 드높은 자존감입니다.

국제적 망신을 일으킨 졸속협상이나마 정부의 주장대로 이에 복종하는 것이 한미FTA 체결 조건에 유리하고, 그래서 자유무역이 혹시 경제지수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억측이 설령 옳다고 가정해도 그 결과는 이미 굳어질 대로 굳어진 양극화 현상을 더욱 극단으로 몰고 갈 것이라는 게 교회의 판단입니다. 결국 정부는 불행한 미래를 강요하는 수단으로 공권력을 악용하여 국민의 통곡과 신음을 억지로 틀어막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어둠이 빛을 이겨 본 적이 없다"(요한복음 1장 5절)는 성경 말씀을 묵상하면서 오늘까지 촛불을 지켰던 민심을 지지하고 격려합니다. 우리 사제들은 청정한 수도자들과 전국의 모든 교우들과 함께 무장경찰들의 폭력에 숭고한 촛불의 뜻이 꺼지지 않도록 지켜 드리고자 합니다. 정부는 원천봉쇄와 강경진압 그리고 오늘 아침에 벌어진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압수수색과 체포 따위로 진실을 어둠에 가두려고 하겠지만 이런 모진 마음 때문에 국민이 받은 상처와 모욕은 더욱 깊어만 갈 것입니다. 이에 우리는 대통령에게 호소합니다.

1. 국민은 너그럽습니다. 대통령은 우선 쇠고기 협상의 실패를 인정하고, 국민 앞에 겸손하게 사죄를 청하는 뜻으로 장관 고시를 폐하고 쇠고기 전면 재협상을 선언하길 바랍니다.

2. 먼저 들으셔야합니다. 소통을 강조하는 대통령은 먼저 국민의 소리를 들으시고 그 진실을 깊이 헤아린 다음 국민과의 대화에 나서길 바랍니다.

3. 국민은 현명합니다. 문제의 핵심은 국민 건강의 안전성과 이를 보증할 검역주권입니다. 일부 언론이 쇠고기 문제를 친미와 반미, 진보와 보수의 이념갈등으로 몰아감으로써 핵심을 왜곡하지 말아야 합니다.

4. 과잉 폭력진압을 지시한 어청수 경찰청장을 해임하고 시위 중 연행된 사람들과 대책회의 구속자들을 전원 석방하십시오. 그리하여 존엄을 바라는 국민의 상처를 씻어주길 바랍니다.

5. 국민 여러분에게도 호소합니다. 촛불은 평화의 상징이며 기도의 무기이며 비폭력의 꽃입니다. 우리가 비폭력의 정신에 철저해야만 폭력의 악순환을 끊어버릴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모든 신앙인에게 호소합니다. 촛불은 안으로는 내면의 욕심을 불태우고, 밖으로는 어둠을 밝히는 평화의 수단입니다. 저마다 마음을 비우고 맑게 하여 지친 세상을 위로하고 서로에게 빛이 됩시다.

2008년 6월 30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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