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모차르트의 놀라운 환생
에바 바론스키 지음, 모명숙 옮김 / 베가북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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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의 초상화를 보았는가. 음악교과서에서든 음악실에서든 교복입고 한 번은 봤을법한 그의 얼굴. 빨간 연미복에 금장무늬. 부리부리한 큰 눈에 두껍고 짙은 쌍꺼풀, 진한 눈썹과 크고 높은 콧대, 얇지만 굳게 다문 입술, M자형 가발. 반들반들한 그의 흰 피부. 교양과 기품, 그리고 자신감을 드러내는 표정까지. 남들이 말하는 신동, 천재라는 수식어가 초라할 정도로 초강력 포스를 드러내는 그 모습에서 나는 늘 남모를 경외감을 품어왔다.



그래서 음악회에 가서 모차르트를 들을 때는 바흐만큼이나 그 ‘본연의 음악’을 존중한 해석을 좋아한다. 아무리 날고 기는 음악가라도 모차르트를 맘대로 비벼대는 꼴은 못 본다. 모차르트를 연주하려면 손 모양부터 달라야 하고, 소리, 호흡, 템포, 셈여림, 모든 부분에서 연주 그 자체가 모차르트여야 한다는 생각을 가질만큼 모차르트님의 음악은 내게 각별하다.



이 책은 모차르트의 환생을 그 모티브로 하여 이야기를 전개한다. 1791년 12월 5일에 죽었어야 하는 모차르트가 2006년의 어느 날 빈에서 부활한다. 일어나보니 딴 세상, 임종 당시의 기억이 생생한 그는 잠에서 깨자마자 갑자기 21세기를 살게 된다. 주님은 왜 그를 다시 이런 세상으로 보냈을까. 미완성으로 남아있는 ‘레퀴엠’을 완성하라는 숙명으로 이해한 그는 종이와 펜만 있다면 계속적으로 작곡을 한다.



무일푼 부랑자로 떠돌다가 표트르라는 바이올린 연주자를 만나고 그와 함께 바에서 어영부영 연주를 하며 지낸다. 머릿속에서는 늘 음악이 흐르고, 새로운 바에서 ‘재즈’를 접한 그는 즉흥연주에 맛을 느끼며 클래식과 재즈를 넘나들며 피아노 연주를 하고 인정받는다. 그러나 정작 돈을 벌수는 없었다. 경제관념이 쥐꼬리만큼도 없는 그는 맥주나 마셔가면서 일을 하고, 표트르에게 얹혀산다. 게으름과 엉성한 시간관념으로 자기좋을대로 움직이는 그는 그가 만들어내는 음악적 완벽함과는 거리가 너무 멀다.



18세기에서 21세기로 건너온 그는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에 적응하기가 무척이나 어렵다. 이 부분이 아주 세세하게 다뤄지는데, 새삼 우리가 누리는 것들이 얼마나 짧은 시간에 걸쳐 이루어진 것인가를 느끼게 한다. 전기, 전화, 변기, 지하철, 자동차, 스피커, CD플레이어에는 벙쩌버리고 현대 복장, 음악시장의 판세, 신분증명제도, 화폐, 사상적 기류에서는 문화적 이질감을 느끼고, 대화하는 인간들에게는 얼간이 취급을 당한다.



“표트르, 난 작곡하고 있어. 새벽부터 밤에 잠들 때까지 작곡을 해. 심지어는 잠 속에서도 음악이 나를 내버려두려 하지 않아. 음악은 계속 내 안에서 싹트고, 5월의 잡초처럼 돋아나고 있어. 그래서 작곡하는 것은 결코 억지로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현재의 상태야. 다만, 내가 그것을 그때 적어두지 않아서 달아나버린 거야.” (p. 248)



음악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 그가 모차르트임을 증명할 수 없는 그.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지만 그 여인에게 자신을 밝히는 순간 일은 뒤틀리고, 그는 살아있는 모차르트이기에 정신병원에 보내진다. 그리고 21세기에 와서도 레퀴엠의 완성은 정점에 다다랐지만, 끝내 라크라모사만은 그의 손끝에서 펼쳐질 수 없었다. 그리고 12월 5일 그는 또 한 번의 죽음을 맞게 된다.



모차르트의 위대한 음악성은 끊임없이 마음과 머릿속에서 음악 그 자체로 샘솟고 흘러나와 그의 영혼을 꽉 사로잡고 있다. 그가 일생을 그저 그 자신에게서 흘러나오는 음악들 안에서 지냈다는 것이 너무 동화적이었다. 그런 엄청난 대곡들을 단번에 그려내고, 연주해내고, 변형하고 모방할 수 있다는 천재성이 이 작품에서 고스란히 보여준다. 모차르트가 가진 음악적 위대함은 시대를 초월했고, 장르를 가리지 않았다.



저자는 작품의 전개를 레퀴엠의 순서에 따라 나누었고, 그 부제와도 상통하는 느낌을 가지고 모차르트의 부활기를 그려내고 있다. 레퀴엠을 위한 모차르트의 또 한 번의 삶이 온전히 레퀴엠의 삶으로 그려지고 있다는 것에서 인상적이었다.



다만, 모차르트가 죽기 직전의 정신상태, 즉 박약한 인격체 그대로 21세기를 만났고, 빈대처럼 빌붙으면서 뻔뻔하고 책임감 없는 인간상으로 그려져서 속상했다. 물론 시대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도, 그에 대한 존경심이 도저히 발휘될 수 없는 캐릭터로 존재해서 저자에게 서운하다. 가령, 마도라는 여자를 만나 하룻밤 사랑을 하는 장면이라든가, 미래에 대한 계획 없이 사랑에만 몰두하는 성격 등이 낭만적이라기보다 연민을 자아냈다.



화려한 필력이라든가, 치밀한 구성이 있지는 않지만, 사건의 진행 안에서 보여주는 모차르트의 심리와 상황전개가 흥미로운 소설이다. 모차르트에 대한 놀라움보다는 그에 대한 친근함을 심어주는 소설이다. 그리고 더불어 작품 안에서 그의 음악 또한 대중에게 쉽게 다가가도록 이끌어준다.



실제로 모차르트를 만난다면 이런 꼴이라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이런 죽음은 그에게 절대 온당치 않기에 작가에게 드는 의문이 있다. ‘왜 굳이 틀을 깨는 캐릭터를 취했을까’하는. 그러나 그런 성정의 그였기에 21세기에서도 자유롭게 많은 작곡을 하며 좋은 친구를 사귈 수 있지 않았을까. 모처럼 상상력 풍부한 작가의 재미난 발상을 읽으며 귀여운 모차르트의 삶을 만났다. 앞으로 한동안 모차르트의 깨끗하고 맑은 음악을 들으면서 저자가 부여한 독특한 감성을 듬뿍 느끼게 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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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사는 즐거움 - 누구와도 함께할 수 없는 나만의 행복 찾기
사라 밴 브레스낙 지음, 신승미 옮김 / 토네이도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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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하고, 혼자서 하는 활동을 즐기는 편이다. 극장에, 갤러리에, 콘서트홀에, 식당에, 카페에 혼자 들어가기를 주저하지 않고, 짝짝이 손잡고 다니는 인파속에서 ‘나 홀로’임을 전혀 개의치 않는다. 머리에는 늘 잡생각이 부글부글 끓어서 걸을 때 혼자 공상을 하는 게 습관이 되어있고, 걸음은 어찌나 빨빨대는지 경보연습이나 하는 것 마냥 속도를 낸다. 이러니 뭐, 혼자 있기 때문에 외롭거나 뻘줌 해 할 인간상은 아니다.



이 책은 앞으로 혼자 살아갈 나를 위한 조언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컸다. 혼자서도 얼마든지 즐겁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비결을 나눠주기를, 특히 여자 혼자 살아갈 때에 어떤 부분에서 즐거움을 획득할 수 있는지를 알고 싶었다.



저자는 사라 밴 브레스낙. 25년간 일간지 기자로서 일했고, 여러 일간지에 칼럼을 싣기 시작하면서 명성을 얻었다. 지금은 아이와 남편이 있는 가정에서 재택근무를 하면서 지내고 있다. 이 책은 <뉴욕 타임스> 120주 연속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30개국에서 출간되어 700만 부 이상이 팔린 밀리언셀러이다.



<혼자 ‘사는’ 즐거움>이 아닌 <혼자 ‘있는’ 즐거움>이 더 어울리는 제목은 아닐까. 책 내용은 ‘혼자 사는 여자’를 위한 조언이 아닌, ‘혼자 있는 시간’을 확보한 후 어떻게 써가면서 자신의 인생을 보다 풍요롭게 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어떻게 보면 ‘혼자’라는 단어보다는 ‘사는 즐거움’이란 단어가 더 중점적인 내용이지 싶다.



총 79가지의 타이틀을 설정하고, 무엇을 ‘하기’ 추천함으로써 온전히 자신을 위한 시간을 쓰게 한다. 이 책의 핵심은 ‘소소한 행복 추구’이다. 작은 것으로 큰 기쁨을 만끽할 수 있는 내면을 기르고, 일상 속에서 자아를 축내는 것들을 놓아버리도록 이끈다.



살아가면서 우리를 가장 괴롭히는 건 무엇일까? 결핍이다. 우리는 날마다 부족한 것들을 채우기 위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완전히 기진맥진해 있다. 결핍이 이끌어가는 삶은 우리에게 깊은 우울증과 상실감을 던져줄 뿐이다. 이 같은 비관에 젖기 쉬울 때 가장 지혜로운 처방이 곧 눈의 눈을 뜨는 것이다. (…) 오롯이 자신과 독대하고 있다 보면 우리가 진정 갈망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결핍이 접근할 수 없는 내면의 평화였다는 사실을 비로소 깨닫게 된다. (p. 23)



이 책의 목차들을 훑어보건대, 저자가 추천하는 즐거움을 누리려면 애초에 좀 소녀적 감성이 충만해야 한다. 세파에 찌들어 ‘혼자 살다보면 다 곰팡내로 충만할 뿐이야’로 시니컬해지면 이 내용은 자칫 비웃음거리로 전락할만한 유치함이 곳곳에 숨어있기 때문이다.



미래 때문에 불안하거나 확신이 없다면 빛과 사랑이라는 양날의 칼을 들어야 한다. 용이 아예 등장하지 않는 모험은 이야기할 가치가 없다는 사실을 항상 기억하라. 재미있는 옛날이야기에서 늘 그렇듯이 탐험이 끝나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게 될 것이다. (p. 59)



혼자 있는 시간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는 조언들이 풍부하다. 그리고 곳곳에 배치된 저자의 실제경험담, 그리고 공감할 수 있는 좋은 언어들이 마음을 울렸다. 무엇보다 긍정적이고 건강한 정신세계를 만날 수 있어 좋았고, 삶이 가라앉는 순간 어떻게 다시 끌어올릴 수 있는지도 배운다. 저자가 내미는 소박한 행복의 정신으로 진정한 자아의 삶을 가꾸어낼 수 있도록 독자의 생각을 따뜻하게 이끄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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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파산하는 날 - 서구의 몰락과 신흥국의 반격
담비사 모요 지음, 김종수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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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2천선 뚫고 가던 우리나라 주가가 연일 하락세를 맞았고, 개미 투자자들을 비롯한 여러 사람이 목숨을 버릴 정도로 다시 한 번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이 책은 1년 전에 집필된 듯하지만, 지금의 경제 위기는 가속화 된 악화의 길을 걷고 있고 세계는 서구의 경제파동에 너나할 것 없이 휘청거리고 있다. 여기서 누구만 노 날 것이냐. 저자는 중국, 크게는 브릭스를 꼽는다.

저자는 담비사 모요. 아름다운 담비사 모요. 세계적인 석학 니얼 퍼거슨의 제자라고 한다. 화학을 전공했고, 하버드대학교 케네디정부정책대학원에서 석사, 옥스퍼드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가 있다. 2009년에 출간한 <죽은 원조>로 주목받았고, <타임>이 가장 영향력있는 100인으로 뽑은 경제학자이다.

책은 1부에서 미국이 어떤 지경에 이르렀는지, 그 원인은 무엇인지를 낱낱이 분석한다. 가장 문제는 서구가 가진 ‘빚 관념’에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남한테 뭘 빌리는 것부터가 힘들고, 부담스럽고, 부끄럽다는 인식이 있다. 그냥 있는 것 가지고 살지 뭘 아쉬운 소리를 해가면서 한 평이나 더 늘려보겠다고 아등바등할까 싶은데, 서구는 그의 국민들에게 어떤 인식을 심어줬는지 그들에게 빚은 일상이다.

편리성을 가장한 신용카드 권장, 주택소유 실현을 위한 은행담보대출. 무엇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런 빚잔치에 가담하게 한 것일까. 정부 자체가 여기저기 끌어다 쓴 흔적으로 봤을 때, 손 벌리는 것을 경계하는 유전자가 없어 보인다.

부에 겨워 흥청거리다가 이렇게 되었다. 있을 때 조심하지 않고, 남아도는 이익을 어디다 어떻게 소비할까 하다가 결국은 이렇게 다 소진하게 되었고, 현재 미국은 공식적으로 ‘돈이 없는’ 상태다. 규모가 엄청나다보니 남들처럼 빚으로 빚잔치는 못하고, 빚으로 살림만 유지하고 있는 처지다.

연금이 나라를 말려죽이고 있는 서구. 교육을 통한 인력의 질은 하향평준화 되고 공업인력이 줄어들고 있다. 해킹으로 새나가는 기술력을 어쩌지 못하고 있고, R&D산업 투자에 비해 그 특허수익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하도 여러 분야를 다루고 있어서 얇게얇게 쳐서 들어가는 부분이 많다보니 미래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부족했다. 지는 서구와 대비하여 뜨는 중국에 대한 평이 너무 깊이가 없었다. 그 나라의 이면은 실리지 않았고, 모든 면에서 서구를 압도한다는 듯한 인상을 받게끔 설명된다. 물론 지금껏 중국이 쌓은 막대한 부와 기술은 서구를 위협하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저자의 말대로 미국이 이대로만 나간다면 머지않은 미래에 중국이 제1의 세계경제대국이 될 가능성도 적자않아 보인다.

저자는 중국 같은 신흥국의 정치체제를 경제적인 장점으로 보고 있다. 정부의 통제력이 강한 상태에서 이뤄지는 일사천리식 정책진행이 절차 많고 복잡한 미국과 대비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정부의 비대한 힘이 문제의 해결을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히려 저런 정권의 압력 하에서 눌려지고 있는 국민들의 정서가 터지게 될 때, 어쩌면 대대적인 국민소요로 인해 중국은 흔들릴 수도 있다고 본다. 중국의 정치체제는 단기적 경제발전에는 유용이 쓰일 수도 있으나, 경제가 발전하고 국민의 의식수준이 고취될수록 위험한 시한폭탄적인 요소로 자리하게 될 것이라는 게 내 관점이다.

역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나라의 경제적 미래를 고민해 봐야 한다고 누차 말하고 있다. 미국에 산적해 있는 많은 경제·사회·정치·문화적 문제점들이 큰 시사점을 던지며, 우리나라의 문제점과 대조해 보게 된다. 우리나라도 부채도 심각한 상황에 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들의 부채와 공기업 부채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는 판국에서 ‘빚잔치’에 허덕거리는 서구의 경제를 보면서 좀 각성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세계경제대국의 앞자리를 누가 차지하느냐의 싸움은 ‘반면교사’적 가르침을 더 많이 준다. 그것이 이러한 미국과 저러한 중국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북유럽의 건전한 재무관리와 그 탄탄한 경제문화를 따라가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으로는 더 국가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서구의 빨간불이 중국에게 파란불이 될 수는 있어도, 우리나라에게는 주황불도 되지 못한다. 우리나라의 무역의존도가 높은 미국을 비롯한 서구가 열강의 저력으로 제대로 좀 일어나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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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의 배신 - 시장은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
라즈 파텔 지음, 제현주 옮김, 우석훈 해제 / 북돋움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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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먹거리 반란>으로 번역된 책에서 국제식량문제에 대한 원인 분석과 나름의 해결책을 제시했던 라즈 파텔. 예일대학과 UC버클리 대학의 아프리카학 센터 방문교수이다. 식량문제를 주로 연구해왔다. ‘라 비아 캄페시나’와 협조해 국제기구에 대항하는 전 세계적인 캠페인에 열중하고 있으며, 이 책에서도 그런 내용을 자세히 실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정치와 경제를 밀접하게 다룬다. 거의 동시에 진행시킨다. 그리고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하지 못하는 현재의 자본주의 경제를 비판하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 책의 첫 장부터 ‘오늘날의 경제침체의 원인은 자본주의 정신이 흘러넘친 데서 비롯되었다’(p. 23)고 말하고 있다.

맥을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하자면, 지금의 세계가 취한 자본주의가 끼친 경제적, 민주 정치적 폐해들을 심도있게 다룬다. 특히 빈곤한 자들에게 ‘불평등’을 촉발하는 자본주의, 정부나 기업의 이윤추구에 종속당하는 개인들에게 집중한다. 자본주의를 해석하는 입장에서는 마르크스의 입장을 취하고 있고, ‘인위적 인간’본성을 설명한 루소의 입장 또한 받아들여서 기업과 정부가 가진 문제점의 근원을 설명한다.

어떻게 하면을 통해 ‘자유재’를 지속가능 하면서도 공평한 방식으로 관리할 수 있는지 알아낸 조직 형태만이 번영을 누릴 수 있다. 미래의 정부가 성공한다면, 그 성공은 공공 영역에 대한 과거의 정치학, 세계를 공유하고 그 가치를 평가하는 과거의 방식 덕택일 것이다. 그 방식에는 다시 한 번 ‘커먼스(공유지)’라는 이름이 세심하게 붙여졌다. (p. 153)

저자의 입장은 이렇다. 재산이 완벽하게 사적 소유의 대상일 수만은 없으며 사회적 성격을 띤다. 재산은 사회적인 것이다. 사유재산이 성립하려면 그것을 공공의 손에서 떼어내 사유화하는 행위에 대한 사회적 승인이 필요하다. 공유를 위해서는 각자의 이기적 충동을 제어해줄 사회적관계망 그리고 세계의 가치를 평가하는 새로운 방식을 필요로 한다. (p. 170~1)

저자는 분배의 방식을 가장 중요시한다. 때문에 사회적 재산 공유가 해결책인 것 마냥 후반부를 장식한다. 어떤 시민이 될 것인가. 여러 가지 사례들을 제시하면서, 스스로 정치참여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투표 그 이상의 행동들을 취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의 정치는 ‘민주주의’가 아니다. 평등, 책임, 정치의 가능성이 개인의 행동에 따른 정치적 주체가 되어야 진정한 민주주의를 이뤄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국민은 왜 정부를 최고 권력기구로 인정하는가. 근본적으로 그것의 힘이 국민으로부터 촉발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시행하는 정책이 개인의 이익이나 윤리에 반할 때 그것에 대항할 수 있는 권리는 충분히 민주주의에서도 주어진다. 저자는 국민 모두가 정치의 직접 참여자로 나서서 할 말을 다 하고, 스스로의 불만을 해결하는 정치를 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그것은 변수가 거의 없는 소규모 집단에서도 실현하기 어려운 말이다. 각자의 의견 조율을 위해 먼저 규율을 세우자고 하는데, 굳이 그렇게까지 하면서도 ‘정부’를 내리고 ‘이익집단’을 올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개인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 것이 다 옳은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결국은 부를 중심으로 한 기득권층 사회취약계층으로 나뉠 수밖에 없다. 버는 놈만 더 벌고 못 버는 놈은 계속 허우적거릴 때, 버는 놈에게 지우는 사회적 책임과 과중된 부양 의식을 높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노블리스 오블리주 같은 민주적인 장려 행동 말이다. 그냥 있는 것 몽땅 거둬다가 너도 먹고, 나도 먹게 나눠버리면, 거기서 촉발되는 개인 간 불평등함과 생산력 하락은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이건 완전한 공산주의다.

저자는 공산주의의 쓴 맛을 모르는구나. 공산주의의 경제가 한 번이라도 발전을 맞이했다면, 그것은 그저 뼈골이 빠지는 노동력의 과부하였다. 불쌍한 사람은 있는 사람이 도와주고 나눠줘야 한다. 자발적으로. 그게 민주주의다. 그런 자발적 행위를 키워내는 것이 선진국의 교육이다. 저자는 빈곤층에 대한 동정의식으로 그 의식수준이 너무 멀리 가있다. 저자의 인생 또한 온전히 자본주의 덕에 누리고 살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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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가 살아야 내 몸이 산다
에스더 고케일 지음, 최봉춘 옮김 / 이상미디어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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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부터 허리가 말썽이었다. 괜히 아프고 어쩌고 해서 그 덕에 학교도 많이 빼먹었고, 물리치료네 한방치료네 침도 맞고 주사도 맞고 해도 통증 때문에 걷지를 못하겠어서 울기도 많이 울었다. 나중에는 무릎통증도 겹쳐서 스트레칭을 비롯한 교정프로그램도 해보고, 걸음걸이도 바꾸고 이것저것 해봐도 신통치 않았다. 그런 와중에 어떤 관련인지는 모르지만 소위 말하는 ‘테니스 엘보우’까지 겹쳐서 우울해 있던 찰나, 이 책을 만났다.



책은 에스터 고케일이라는 사람이 썼고, 여러 사람이 극찬을 하며 추천하는 방식이 담겨있다. 그녀는 하버드 대학과 프린스턴대학에서 생화학을 전공한 후, 샌프란시스코 동양의학학교에서 침술을 익혔다. 출산 후 추간판 탈출증 수술을 받고도 좋아지지 않아 스스로 등과 허리 통증과 원인과 치료법을 연구했고, 통증을 극복 해냈다. 그리고 현재 미국 팔로알토에 자신의 이름을 딴 건강연구소를 세우고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돈 받고 치료해 주는 저자만의 치료법 핵심을 책 한권에 실었다니 정말 대단한 결심이 아닐 수 없다.



초반부에는 저자가 얼마나 많은 사례로 이 치료법을 입증했는지 이 치료법의 권위를 보여준다. 그리고 허리통증의 원인을 알아보고, 이 책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와 얼마의 기간 동안 어떤 효과가 있을지를 대략 짚어준다. 저자가 말하는 허리통증의 원인과 치료는 모두 ‘자세’에 있다. 그래서 책은 모두 일상생활에서 취해야 할 간단한 자세를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어른들은 아이에게 ‘똑바로 앉아’ ‘제대로 누워’ 같은 소리를 하지만 막상 어떤 것이 바른 자세인지는 다 다르게 이야기한다. 이 책은 척추를 건강하게 하는 올바른 자세가 소개되어있다. 그리고 무엇이 나쁜 자세인지를 디테일하게 비교하여 보여줌으로써 일상에서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취하는 자세들이 그동안 우리의 척추건강을 위협했음을 알려준다.



아프리카를 비롯한 많은 인디언들이나 동양에 무리를 짓고 사는 사람들은 노동시간이나 노동의 질과 관계없이 모두 허리가 건강하다. 저자는 그런 점에 착안하여 그들의 평소 자세와 노동 시에 취하는 자세들을 연구했다. 실제로 저자가 보여주는 사진들도 그들의 자세가 허리에 무리를 주지 않고, 올바른 자세가 습관화되어있음을 알 수 있다. 올바른 자세를 취하는 대부분의 사진은 흑인이 많다는 점도 서구사회에서 문화적으로 만들어진 현대인의 자세가 허리건강을 많이 위협했음을 직감하게 한다.



책은 사진을 비롯한 보조 자료가 풍부하다. 저자가 앉고 서고 굽히고 눕는 여러 자세에서 취해야 하는 자세를 여러 단계로 나누어 사진을 곁들여 자세히 설명해준다. 쉽지는 않다. 특히 전경자세에 대한 감각이 발달하지 않아서 이게 맞는 자세인지 확인받고 싶어진다. 그러나 책을 천천히 계속 읽어가면서 저자의 치료법을 꾸준히 시행하다보면 진짜 좋아질 것이라는 확신이 마구 마구 드는 책이다. 그리고 저자가 권한 자세가 무의식적인 습관이 되어서 평생 허리걱정할 일 없이 살 수 있겠구나 하는 희망에 부풀기도 한다.



하나씩 하나씩 차근차근히 익혀서 익숙할 때까지 계속 이 책은 손에서 놓지 않을 것이다. 책값에 비해 너무 귀중한 정보를 얻은 것 같다. 바른 자세는 어릴 때부터 중요한 요건인데, 초등학교나 유치원에서부터 아이들에게 자세를 교육함으로써 미연에 척추 측만을 예방하는 사안도 검토했으면 좋겠다싶을만큼 이 책은 척추건강서적에 독보적인 위치가 아닐까 짐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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