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털 엔진 견인 도시 연대기 1
필립 리브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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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필립 리브의 견인 연대기는 올 초에 3권부터 손에 넣었는데, 3권이라는 이유와 ‘악마의 무기’라는 무서운 표제로 인해 펼쳐보질 못하다가 얼마 전 1권을 가슴팍에 안고는 폴짝폴짝 뛰었다. 와, 이제 시작이야! 부푼 마음으로 가볍게 시작하려고 첫 문장을 읽었다.



‘바람이 세차게 불고 하늘은 잔뜩 찌푸린 어느 봄날, 런던 시는 바닷물이 말라 버린 옛 북해를 가로질러 작은 광산 타운을 추격하고 있었다.’ (p. 11)



뭐여, 이것이. 당최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가서 30분은 벙 쪘다. 런던이 북해를 가로지른다고? 런던이 생물이름이여? 나름 상상해 보려고 애를 썼지만 알 길이 없었고, 되는대로 문장을 꿀꺽꿀꺽 삼키며 몇 장을 넘겼지만 파악이 안 되기는 매한가지. 상황이 그려지질 않으니 책장 넘기기는 더딜 수밖에. 임자 제대로 만나서 첫 장부터 바짝 긴장했다.



그 임자, 필립 리브. 영국 브라이턴 출신의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 <모털 엔진>므로 2002년 ‘네슬레 스마티즈 어워드’ 금상을 수상, ‘휘트 브레드 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한 마디로 이 소설 짱이라는 말씀. 견인도시 연대기 4권은 현재 모두 출간된 상태고, 다른 저서로는 <라크라이트><아더왕, 여기 잠들다>가 있다. 그리고 어린이 과학책 그림도 꽤 많이 작업했다.



책의 내용을 말로 설명하려면 참 복잡하다. 때는 35세기쯤이고, 땅 위에 엔진과 바퀴를 단 견인도시들은 먹고 먹히는 전쟁 속에서 날로 궁핍해져가는 상황에 있다. 주인공은 톰. 견인도시 런던에 사는 역사학자 길드 3등 견습생. 어느 날 길드협회회장인 밸런타인을 죽이러 찾아온 소녀 헤스터와 견인도시 밑으로 떨어져 뜻하지 않는 동행을 하게 된다.



둘은 반(反)견인연맹의 도움을 받으며 런던으로 가는 모험에 오른다. 밸런타인의 딸 캐서린은 아버지의 비밀을 캐기 위해 포드를 만나고 그 나름의 모험을 통해 견인도시 중심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무시무시한 일을 알게 된다. 밸런타인과 런던 시장 크롬은 거대한 사냥무기를 개발 중에 있었다. 그것은 21세기 ‘60분 전쟁’에 사용되었던 핵무기에서 고안된 강력한 에너지빔을 쏘는 메두사였다. 크롬은 메두사를 이용한 ‘우주정복’을 꿈꾸며 전쟁에 대한 광기를 보인다.



도시가 공격당할 위험에 처하자 민심은 흉용해지고 사람들은 불안에 떨었으나, 시장이 메두사가 출현시켜 타도시를 불바다로 만들어버리자, 역사학자를 제외한 모든 주민이 환호하고 그를 찬양했다. 그 때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이기주의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생들인 것이다.



지구 환경이 거의 다 못쓰게 되어버린, 진흙땅덩어리로 변해버린 시대에 남은 후손들을 상상하는 저자의 시각이 인상적이다. 그들이 먹고 사는 방식은 견인도시를 분해해서 나온 고철쓰레기로 무역하고, 노예를 부리고, 과학기술로 인분을 식용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족속들이다. 현재의 인류가 남긴 지식과 대부분의 유산은 쓸모도 없고, 오직 소용되는 것은 전쟁에 쓰이는 무기나 비용이 적게 드는 로봇을 생산하는 일뿐이었다.



저자가 내다 본 미래에는 ‘발전’이라곤 요만큼도 없고, 방탕함조차 허용되지 않을 정도로 딱딱하게 굳고 결핍된 사회로 그려진다. 신분제로 인한 계급발생은 더욱 심화되어 민주주의와 평등사회가 구현되지 않는다. 또한 지금만큼이나 부정부패가 만연하다. 아무 것도 기대할 수 없는 인간은 35세기에도 문드러진 환경만큼이나 척박한 사회를 살아간다.



저자가 보여준 미래의 모습이 아주 참신했고 흥미로웠지만 달갑지는 않았다. 심리묘사나 상황전개, 주인공들의 로맨스 수위, 사건의 심각성이 그려지는 농도, 저자의 위트 등 청소년 문학적 요소가 많이 드러난다. 그럼에도 미래에 대한 발상이 청소년에게 시사 하는바는 그리 녹록치 않게 그려졌다는 점에서 더 주목하게 되는 작품이다.



으레 미래에는 다른 세상이 펼쳐지리라 생각하지만, 처참한 환경에서 아직도 전쟁의 싹을 틔우는 지도자가 양산되고, 인류는 아무런 대책 없이 하루하루 자신의 신분에 맞게 노동할 뿐이라는 생각, 결코 가볍지 않게 느껴야 할 우리의 미래상인 것 같았다. 이 책은 우리가 후손에게 어떤 땅을 물려주게 될 것인가를 생각하게 했다. 전쟁에 대한 대비와 방어를 명목으로 한 끊임없는 무기개발이 미래에 살아갈 이들에게 어떤 영향으로 남을 것인지를 고민하게 하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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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얼 퍼거슨의 시빌라이제이션 - 서양과 나머지 세계
니얼 퍼거슨 지음, 구세희.김정희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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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얼마 전 담비사 모요의 <미국이 파산하는 날>이라는 책을 읽었다. 역자가 ‘How The West Was Lost’ 라는 원제를 중심내용에 맞게 변역한 제목이다. 이 책에서 모요는 미국이 어떻게 하다가 ‘그 지경’까지 왔는지 주식, 부채, 주택, 연금, 소비, 기술 등 여러 분야의 현주소를 분석해낸다. 또 중국의 무서운 성장세를 다루며 4가지의 향후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그녀의 책엔 ‘직설’이 가득했다.



이 책은 그녀의 스승, 니얼퍼거슨의 책이다. 세계적인 석학으로 그 명성은 가히 현존최고라 자부한다. 현재 하버드대학교 역사학과 교수이자, 하버드대학교 비즈니스스쿨 교수, 런던정경대학교 교수, 옥스퍼드대학교 선임연구원, 스탠퍼드대학교 후버연구소 선임연구원을 겸하고 있다. 모요의 저서와 같은 맥락의 주제를 띤 이 저서는 제자에게 한 수 가르쳐주는 스승의 사랑이 듬뿍 담겨있다. 아니면 제자를 발리게 만드는 개구진 스승의 장난기이거나. 암튼, 이 책을 읽어가는 모요는 문득 자신의 저서에 대해 ‘씨빌라이제이션!’ 하고 외치게 되지는 않을까.



책은 서양의 문명을 꽉 잡고 있다. 서양이 세계패권을 쥐락펴락하며 반백년을 호령할 수 있었던 이유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왜? 서양의 그 우위가 넘어가고 있으니까. 어디로? 짱깨들의 나라로. 태양이 지지 않는 나라가 두 번의 전쟁으로 처칠이 처치 곤란한 빚더미에 앉은 지 오래니, 태양의 왕이 통치했던 나라라고 별 수 있으랴. 요즘은 그저 여기저기서 ‘재정 위기’로 빌빌대고들 있다.



‘경쟁’에서 원정항해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이 시기에 중국이 유럽보다 부강했지만, 끝내 ‘항해’와 그에 부가되는 ‘무역’에서 우위를 잃었다. 유럽열강은 항해를 시작하여 식민국 의 발판을 마련한다. ‘과학’에서는 유럽의 순수과학, 지구과학, 사회과학, 응용과학 등의 괄목할만한 성과들을 나열한다. ‘재산권’에서는 스페인의 배가 남미로, 영국 배가 북미로 들어가서 이뤘던 정착방식의 대조를 조명하고, 노예제의 관행을 언급하면서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에 대해 깊이 있게 다룬다.



북아메리카가 남아메리카보다 잘살게 된 단순한 이유는 다수에게 분배된 재산권과 민주주의를 핵심으로 하는 영국 정책 모델이 소수에게 부와 권력을 집중한 스페인 모델보다 효과가 뛰어났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노예제도와 인종 분리정책은 미국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었고, 그 유산이 아직도 남아 10대 임신, 저조한 교육 성취도, 약물 남용, 부당한 투옥 같은 고질적인 문제들이 아프리카계 미국인 사회를 괴롭히고 있다. (p. 237-8)



‘의학’에서는 서구의 ‘전쟁사’를 훑으며 나치의 역사까지 훑어 ‘의학발전의 수치스러운 단면’을 보인다. ‘소비’에서는 ‘서양의 의복사’를 산업혁명부터 20세기전반에 걸쳐 살펴본다. 물론 여기서도 전쟁이 빠질 수 없다. ‘20세기니까’. 직업에서는 ‘서양의 종교’를 다룬다. 기독교를 중심으로 현재 타락한(종교적 입장) 서구와 선교의 결실이 피어나고 있는 중국을 들춘다.



책이 뭐 기대만큼이나 깊이 있는 조명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저자는 이 일련의 주제들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역사적 시각으로 봤을 때 잃어버린 많은 우위로 스스로 저물고 있음을 느끼는 서구, 그 잘나갔던 문명이 최후의 현상으로 막 내리기 전에 ‘좀 잘해보자’는 것이다. 중국이 문제가 아니고, 서구가 쌓았던 우월한 문명의 패키지가 지속적인 건재함으로 리드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는 것.



책이 가지고 있는 광범위한 이야기들 때문에 재밌고, 저자의 사고를 엮어내는 문장력 때문에 더 흥미로운 책이다. 역사를 담고 있는데, 그 초점이 심플하고 핵심위주이기에 차근히 읽다보면 ‘뭘 위해 읽지 않아도’ 술술 읽히는 책이다. 내용 그 자체만으로도 배우는 점이 많고, 역사적으로 우리나라를 생각하면서 교훈을 얻기도 한다.



서구에 초점을 맞추지만, 서구의 시각은 아니다. 열강의 위업을 드러내기도 하고, 제국의 치부를 꺼내기도 한다. 서구가 이끌어온 온 역사의 핵심을 짚으면서 독자에게 건강한 시선을 심어주는 세계적인 석학다운 좋은 책이다. 삽입된 사진 자료도 좋고, 군더더기 없는 번역도 괜찮았다. 무엇보다 니얼 퍼거슨의 깊이 있는 역사해석을 만날 수 있는 재밌는 서적이었다. 서구의 미래? 알아서 하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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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의 밤 투모로우 Tomorrow 2
존 마스든 지음, 김인 옮김 / 솔출판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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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2권은 악몽의 밤답게 악몽으로 시작해서 악몽으로 끝난다. 주된 악몽은 책의 전반에 걸쳐 나타난다. 그러나 사실 소설의 시작과 끝에 배치된 친구의 이탈이 아이들에겐 가장 큰 슬픔이자 악몽이다. 그렇게 이 책은 어두운 사건들로 엮어져있다. 그러나 인상적인 것은 사건이 슬프다고 주인공들이 낙담과 좌절로 주저앉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서로를 감싸 안고, 이해하고 배려해 나간다는 점이다. 청소년소설로만 봤을 때는 아주 교훈적인 내용을 많이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먼저 코리와 케빈이라는 커플이 좋은 활약을 해주었으나, 코리가 ‘헬’밖에 나갔다가 등에 총상을 입는다. 그래서 케빈이 차를 운전하고 코리를 병원으로 데려간다. 여기서 엘리의 무리는 다 같이 슬픔과 실의에 빠진다. 몇 주 후 호머가 아이들을 독려하여 코리를 찾아가기로 한다. 그리고 간신히 숨어들어간 포로들의 병원에서 코리는 간신히 숨만 붙어있는 상태였고, 많이 맞았다던 케빈은 포로 시설에 갇혀서 만날 수도 없었다.



늘 24시간 교대로 보초를 서가면서 자신들의 만든 규칙을 이행하는 그들. 무료한 시간보내기를 끝내고 새로운 곳에 이르러 희망을 발견하고자 주인공 엘리는 ‘헬’근처 강을 건너 새로운 지형탐사를 권한다. 여기서 크리스만 빠지게 된다. 정서적 혼란과 불안을 가지고 시를 쓰고 혼자만 있던 크리스는 혼자 ‘헬’에 남는다. 엘리는 크리스가 혼자 술을 계속 먹는다는 사실을 눈치 챘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강 건너 절벽 아래로 들어간 아이들은 텐트촌를 발견한다. 그들은 ‘하비의 영웅들’이라는 호칭을 달고, 하비 소령이라는 작자에게 소속된 무리였다. 거기서 어른들의 허례허식으로 포장된 무능력함과 권위의식에 빠진 리더십의 부조리를 절감하지만 아이 본연의 소속감을 얻고자 며칠을 묵는다.



“어른들은 불행하고 우울해 보일 때가 많잖아. 사는 게 너무 복잡하고 골칫거리도 너무 많은 것처럼 말이야. 하지만 막상 세상을 망쳐놓은 건 어른들인 것 같아. 물론 우리나이로 있는 게 항상 좋다는 건 아니고 우리에게도 문제가 없지는 않지. 하지만 어른들만큼 심한 것 같지는 않아.” (p. 222)



멍청한 리더가 나대는 결과, 적군의 덫에 걸린 텐트촌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고, 아이들은 그 틈을 타 다시 ‘헬’로 올라간다. 그 과정에서 잔혹한 전쟁행위의 목격이 있었고 살인이 있었다. 육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큰 충격과 상처를 입은 아이들은 한바탕 크게 우는 것과 쏟아지는 잠의 욕구를 채우는 것으로 스스로를 달랜다.



‘헬’에서는 크리스가 사라졌다. 아이들은 일단 나가서 교회 첨탑에 올라 적군을 염탐하고, 하비소령의 변절행위를 목격한다. 그리고 특유의 총명함을 동원하여 토스트기를 이용해 적군의 초소를 폭파시킨다. 그런 흥분 속에 다시 안전한 곳을 찾아 떠나는 그들은 갑작스럽게 ‘크리스’의 부패된 시체를 발견하고 오열한다.



그야말로 악몽의 밤을 겪은 아이들이다. 때문에 앞으로는 더 강해진 아이들을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든다. 점점 갈수록 아이들의 사고력이 발달하고, 전쟁 속에서 ‘적군’에 대항하여 일을 벌리는 유일한 레지스탕스로서 그들은 점점 더 과감한 소행을 펼쳐간다. 거기서 이 책의 묘미가 있다.



많은 감정의 전개를 지나치게 세세히 다루고, 정작 인물의 행동은 그 전개가 둔하고 느리다. 전쟁소설 치고는 긴박감이랄지 전쟁의 참혹함이 보다 미화된 형태로서 전달되는 감이 있고, 1990년 중반에 쓰인 소설이라 그런지 소재에서 줄 수 있는 기술적인 매력이 덜하다.



아이들의 ‘성’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펼친다. 장기적인 전쟁양상으로 빚어진 아이들의 정신쇠약이 원인이라면 조금 더 쉽게 이해하지 않았을까. 도피의 방편이 아닌 일반적인 청소년의 성적 호기심과 사랑의 감정으로서 이루어지는 성적행위라는 점에서 의외성을 갖는다. 그 상황에 그런 곳에서 그런 느낌을 받는 아이들, 정서적 차이를 느꼈다.



앞으로 또 얼마나 더 잔혹한 시련을 견디게 될지 궁금해진다. 그리고 얼마나 더 발전된 용기와 지혜로 어른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사건들을 빚어낼지도 흥미진진하다. 이 소설을 다 보게 되면 꼭 영화를 보리라 다짐하게 된다. 어른들은 갇혀있고, 어른들은 쫄아있고 아이들이 해결하고 아이들이 가르쳐주는 소설이다.



어떨 때는 용감해야 한다. 강인해야 한다. 어떨 때는 나약한 생각에 무조건지면 안 된다. 머릿속에 슬그머니 들어와 겁주려는 악마들을 눌러버려야 한다. 한 발 한 발 번갈아 내디디며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뒷걸음칠 때조차, 다시 앞으로 나아갈 때 금방 따라잡을 수 있도록 너무 뒤로 물러나지 말아야 한다.

이것이 내가 배운 것이다. (p. 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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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시작된 날 투모로우 Tomorrow 1
존 마스든 지음, 최소영 옮김 / 솔출판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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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투모로우 시리즈. 그 첫 권으로 ‘전쟁이 시작된 날’을 집었다. 총 7권으로 구성되어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2권까지밖에 출간이 안됐다. 성격상 이렇게 툭 끊기면 계속 신경 쓰여서 다른 책 볼 때 힘들다. 아직 5권이나 더 봐야 하는데, 부디 찔끔찔끔 발간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이 소설은 호주의 평화로운 한 시골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사건의 발발은 전쟁이다. 주인공 엘리를 위시하여 7명의 소년 소녀들이 지네들끼리 숲으로 캠핑을 떠난다. 그 숲에서 ‘헬’이라고 부르는 강이 흐르고 바위로 가려진 보물 같은 장소를 발견하고 5일간 머문다. 돌아간 마을에는 아무도 없고, 폭격의 잔재만 드문드문 보인다.



‘전쟁’이 일어났고 가족들을 비롯한 마을 사람 전원이 포로로 한 데 모아져있음을 알게 된다. 집으로 가서 필요한 물건들을 챙기고, ‘헬’을 자신들의 기지로 삼는다. ‘크리스’라는 친구까지 만나서 총 8명이 된 아이들은 위기를 만나자 숨겨진 진가가 발휘된다. 학교 다닐 때는 멍청하고 불량했던 소년 호머는 특유의 리더십을 발휘하고, 로빈은 자신의 지혜를 끌어올리고, 나머지 친구들도 모두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긍정적인 기질을 한껏 ‘렙업’한다.



하나로 똘똘 뭉친 아이들은 마을에서 크고 작은 소동을 일으키며 적군을 교란한다. 여기서 ‘어떤 국가’가 적이 되었는지를 직접적으로 말하지는 않는다. 우호국으로 미국이나 뉴질랜드를 거론하는 것과는 달리 적군에 대한 직접적인 묘사가 없어서 실제감이 떨어진다.



이 책에서는 전쟁이 시작된 후 이 아이들의 변화를 보여주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아이들의 단결력, 총명함, 무엇보다도 ‘큰 용기의 발현’이 인상적이다. 남자 다섯에 여자 셋으로 구성된 무리에서 세 커플이 나오고, 무엇보다 주인공이 두 사람을 놓고 갈등하는 부분이 있다. 아이들만 남은 전쟁이라는 고도의 긴장된 상황속에서도 연애사를 놓치지 않고 써내려가는 흥미요소 장치가 조금은 식상했다.



아직은 화자로 나오는 여자아이가 초딩틱한 문체와 심리로 글을 주도해 가는 면이 있다. 때문에 앞으로 펼쳐질 이 아이들의 변화의 양상, 그리고 전쟁의 흐름이 이 아이들에게 가져다 줄 심리적 영향 같은 것들이 궁금해지는 소설이다. 극한의 상황에 처한 청소년의 민감한 심리와 사유에 보다 깊이 있게 접근해갈 수 있을는지 기대감이 더해지는 1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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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사 산책 1 - 20세기, 유럽을 걷다
헤이르트 마크 지음, 강주헌 옮김 / 옥당(북커스베르겐)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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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는 너무 많은 격동을 거쳤지만 한 세기밖에 지나지 않은 ‘살아있는 역사’이다. 윗세대가 목도한 바로 그 일이 지금의 세대에게도 뚜렷한 기록으로 전해지며, 이것은 후대에게 숙명적인 과업을 지니고 있음을 느끼게도 한다. 8월 28일 '극우파’쪽 인물인 노다가 일본 총리가 되었는데, 이것이 대일관계에 악영향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선의 기저에 바로 20세기 우리나라 역사가 망라되어있는 것처럼 말이다.



책은 20세기의 유럽을 다룬다. 지난 세기를 어떤 말로 축약할 수 있을까. ‘전쟁’와 ‘개발’이 아닐까 한다. 이 책 1권은 1900년부터 1938년까지의 유럽정세를 다룬다. 맥락은 단 하나가 출현한다. 전쟁. 뭐, 그것밖에 더 있겠나. 두 차례에 걸친 세계대전에 관한 방대한 지식을 650페이지를 할애하여 다뤄내고 있다.



저자가 직접 1999년도에 유럽여행을 한다. 그 당시의 유럽열강들을 방문하여 역사의 현장에서 느꼈던 나름의 현장 스케치와 관련인사들과의 대화를 당시의 역사와 엮어서 담아내고 있다. 저자는 1946년 로이바르덴 출생. 암스테르담 대학에서 법학과 사회학을 전공했고, 위트레흐트 대학에서 강의를 했다. 언론계에서 기자생활을 했고, 2009년에는 유럽의 역사와 문화 연구에 대한 공로로 프랑스 정부로부터 ‘레지옹 도뇌르 훈장’를 받았다.



책은 당시 정세에서 중요한 부분을 뽑아 기간별로 나누고, 국가별로 이동하며 자세히 다룬다. 실제로 저자의 여정을 지도로 표시하고, 독자가 그의 발걸음을 따라가는 식으로 전개된다. 보통의 역사서는 ‘자료’를 담지만, 이 책은 저자가 찍은 지금의 사진들을 담는다. 또 유럽사 ‘산책’이다 보니까 저자의 목소리에 특유의 색깔이 많이 담겨있다.



모든 나라와 정치 운동가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대로 역사를 쓰려 한다. 그들은 폭력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마치 부드러운 파스텔 톤으로 그려진 초상화처럼 보이려 노력한다. 일반적으로 패배자들은 그 어떤 자화상도 그릴 수 없는 법이다. 그들은 단지 사라질 뿐이다. 동시에 그에 대한 이야기 또한 완전히 없어진다. (p. 377)



주제의 선정도 신선하고, 내용의 전개도 산발적이라서 보통 접하던 일반 역사서의 흐름과는 상당히 구별된다. 특히 큰 역사의 줄기를 담고 있으면서도 디테일한 부분을 놓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많은 점수를 주고 싶은데, 가령 소련과 관련하여 ‘발트3국’의 당한 수난의 누적과 거기에서 촉발된 반유대정서의 원인을 밝히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작은 국가 베텔 요양소가 나치 저항운동의 본보기가 아닌 나치 협력의 숨은 조력자였음을 새롭게 조명하는 부분도 있다.



세계대전에 깊이 연관된 국가들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 여정은 2차대전의 발발을 맛보기로 언급하면서 끝맺고 있다. 2권을 얼른 사라는 소리지 뭐. 동서진영의 대립을 중심으로 정치적 색깔에 따라 전쟁당사국을 중심으로 산책하고 있기에, 상대적으로 전쟁피해자인 약소국들에 대한 이야기가 부실하다. 개인적으로 조금 더 약소국의 피해에 대해 알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는 면에서 ‘독자 개인의 공부량’을 던져주는 책이다.



유럽의 역사에서 발견되는 새로운 사실이 많이 드러난다. 흥미롭게 볼 점도 많다. 예를 들어 아직도 이탈리아에 ‘무솔리니’를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이 많다는 점. 스페인 내전이 세계대전에 있어 너무나도 굴욕적이었다는 점. 여러 가지로 배울 점이 많은 책이다. 또 이 책을 통해 봐야 할 도서의 수도 늘었다. 붙잡고 있는 동안에는 잠깐 내려놓기가 아쉬울 정도로 재미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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