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학의 권유
이중재 지음 / 토네이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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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독학. 요즘 독학을 하는 시기는 은퇴 후가 아닐까 생각한다. 유치원 때부터 대학졸업하고 나서까지, 아니 직장에 취직해서도 새벽이든 야밤이든 다닐 수 있는 것이 학원이다. 그러나 정년으로 퇴직하고 나서도 아직짱짱한 나이인데, 무엇이든 해야 한다는 생각이 일반적인 황혼들이 가진 생각이다. 그냥 또 다른 생업전선에 나서는 이들도 있지만, 그 때쯤에는 하고 싶은 공부를 하게 되는 경향이 짙다.
 
검정고시에서부터 대학원 과정까지 다양한 학력욕구가 발생하기도 하고, 예술이나 문학방면으로 내공을 쌓기도 한다. 나는 그런 독학을 생각했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계속적인 배움이 있어야 하고, 그것을 독학으로 성공한 사람이 조언해준다면 도전의식이 더 풍부해지지 않겠나 하는 기대. 이 책을 들고 독학하고 싶은 분야에 대해 좀 더 독해지는 계기로 삼고 싶었다.
 
저자는 이중재 변호사다. 축구선수 출신 법조인이다. 알파벳을 몰라 자신의 이름도 영문으로 쓰지 못하던 축구선수가 2002년 법무사시험에서 수석을 차지하고 2004년에는 사법시험에 합격하게 된다. 그 주인공이 나서서 독학으로 일구어 낸 자신을 발판삼아 많은 사람들에게 독학의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책은 일반적이다. 통속적인 자기 계발서, 공부 비법서에서 더 나아감이 없다. 저자의 이야기는 특별하지만, 이 책은 특별하지 않다. 내가 기대한 것은 독학이지만 저자가 말하고 있는 것은 고시공부에 관한 조언과 그 마인드이다. 공부법도 고시책을 어떻게 봤는지에 대해서만 강조한다. 그것은 반복학습이다. 고시준비하는 사람치고 반복중요한 줄 모르는 사람 있을까.
 
고시생들에게는 자극이 될 수 있겠으나 독학을 꿈꾸는 자에게는 그닥 도움을 줄 수 없는 책이기도 하다. 그것은 저자가 공부만을 해왔기 때문에, 독학이라는 것을 포괄할 수 있는 범위자체가 좁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책의 구조가 단순하다. 공부법과 마음가짐. 그리고 내용은 평범하다. 성공한 저자가 썼다는 것 말고는.
 
나는 더 독학생으로서의 진솔한 얘기(알파벳 몰랐다는 일화 같은 것 말고)와 학원이 아닌 독학이어야만 하는 권유를 듣고 싶었던 것 같다. 누구나 취미가 있고, 그 취미를 발전시켜나가기를 원한다. 어떤 면에서는 독학이어야만 자신의 개성이 나오고, 자신의 노하우가 창출되고, 더 많은 깊이를 얻을 수 있는 분야들이 있다. 이런 맥락에서 독학에 대해 한 수 배우고 싶었던 나는 조금의 실망감을 얻었다.
 
저자한테 배울 수 있었던 것은 좋아하는 것을 독학하면 능률도 쉽게 오른다는 것이다. 저자는 민법이 좋아서 시작한 법공부로 성공했다. 우리가 성공을 위해서만 독학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말 좋아하는 것은 독학으로 공부해도 싫증과 무기력증 없이 계속 발전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좋은 제목을 가지고 진부함을 얘기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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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비틀 Mariabeetle - 킬러들의 광시곡
이사카 고타로 지음, 이영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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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분야에 전문가가 되건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하지만 노력이 없어도 하등 상관없이 우두머리가 되는 분야도 많이 있다. 그걸 타고났다고 한다. 물론 그 타고남 이상의 무엇을 누리려면 그 또한 거기부터 노력이 수반되어야 하겠지만, 그냥 타고난 것만 잘 이용해도 아무 어려움 없이 자신의 목표에 도달하는 사람들이 있다.
 
킬러. 그들도 물론 킬러로서 전문적인 훈련이 되어있어야 한다. 잠입기술, 상황판단능력, 사격, 시체처리, 만일의 사태 대비 등 여러 가지가 있겠다. 그런데 그 킬러들 위에 있을 수 있는 자가 있다면 그건 누굴까. 돈 많은 인간은 아니다. 바로 절대적인 두뇌와 감각을 가진 인물이다.
 
이 책에서 그런 인물이 나온다. 중학생 소년 왕자. 그는 그냥 타고난 머리를 지녔다. 어른을 상대해서 완벽한 우위를 점할 만큼. 그는 미네기시를 염탐하러 가는 길에 동행자로 기무라를 선택한다. 그는 왕자를 죽이려고 열차에 탔지만, 오히려 그에게 아들을 볼모잡히면서 기차에 발이 묶인다. 그리고 미네기시의 아들을 납치에서 구해내고 돈다발이 든 트렁크와 함께 신칸센 열차에 탄 킬러콤비 밀감과 레몬. 그리고 그 트렁크를 중간에 빼돌려서 내리라는 명을 받은 나나오. 그렇게 다섯 사람이 중심이 되어 열차안 이야기는 시작된다.
 
사건이 터진다. 갑자기 미네기시 아들이 죽고, 트렁크가 사라진다. 당연히 가방은 나나오가 빼돌렸지만, 아들은 왜 죽었을까. 나나오는 가방을 숨겼지만, 잠시 후 가보니 가방은 없어졌다. 서로의 정보를 감추고 쫓고 쫓기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심리전. 그리고 영악한 아이 왕자가 펼치는 잔인한 전개. 종국에는 조금 엉뚱하다싶은 결말로 치닫지만, 그것 또한 일본 미스터리소설 특유의 개성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제목에 호기심이 강하게 일었다. 작가는 마지막부분에서야 이 작품의 제목을 설명하고 있다. 무당벌레가 영어로 lady beetle(bug)인데, 그 빨간 날개에 있는 점은 슬픔을 의미하고, 마리아님의 슬픔을 등에 지고 날아간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이 책에 마리아가 있고, 무당벌레가 있다. 그리고 죽음이 빈번하지만 마리아와 무당벌레는 죽지 않는다. 그리고 소설은 무당벌레에게 온갖 불행요소를 배치하고 있다. 코믹스럽게.
 
이 소설의 특징은 뭔가 인간에 대한 일반적인 심리를 직접적으로 많이 내비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왕자와 기무라의 대화, 즉 어린 아이가 어른을 지배해 가면서 보여주는 내면심리의 우월성이라는 측면에서 다뤄지는 언급이 많았다. 독자로서 거저 얻어가는 부분이었다.
 
그런 점이 대부분의 통치자가 가진 특기다. () 사람들이 그때 거기서 내렸어야 했어라며 후회할 때는 이미 늦는다. 학살이든 전쟁이든, 그리고 우리에게는 아무런 이득도 없는 법 개정이든, 그 대부분은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 새 그렇게 되어 있는것이며,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저항했을 텐데하는 식이다. (p. 273)
 
레몬에 비하면 밀감은 머리가 좋고 내면도 충실한 것처럼 여겨졌다. 내면의 충실함은 상상력을 풍부하게 해준다. 상상력이 단련되면 타인에게 공감하는 힘이 강해진다. 다시 말해 그만큼 나약해진다. 그런 만큼 레몬보다도 밀감을 조종하기가 더 쉽다. 그렇다면 난 아마 지지 않겠지, 하고 왕자는 생각했다. (p. 489)
 
소재부터 전개, 인물의 캐릭터까지 다양하고 흥미진진한 스토리였다. 또한 아무리 악의 화신으로 자라나 아이들은 물론이요, 어른들도 가지고 놀아 단번에 해치워버리는 머리 좋은 아이라도 또한 노인의 통찰과 간파, 그리고 세월이 쌓아낸 내공과 처세기술에는 당해낼 수 없다는 보여준다. 한 낮의 열차 안에서 이루어진 스펙터클한 킬러들의 두뇌싸움. 이 여름에 아주 시원한 책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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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로빈스의 인생혁명
존 로빈스 지음, 김은령 옮김 / 시공사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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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존 로빈스는 세계 최대의 아이스크림 기업인 배스킨라빈스 떠리원의 상속자였지만, 스무 살에 아버지의 뜻을 거역하고 집을 나와 혼자서 대학을 다니고 결혼을 하여 검소하고 소박한 삶을 꾸려가고 있는 환경운동가이자 베스트셀러다. 그의 저서로는 <육식, 건강을 망치고 세상을 망친다><음식혁명><존 로빈스의 100세 혁명>등이 있다. 점차 저작으로 성공을 해가니 저서에 이름을 넣고 혁명이라는 주제로 밀어붙이는 것 같다. 이 책 또한 존 로빈스의 인생혁명이다. 다음에는 어떤 혁명이 기다리고 있을까.
 
노년에 주식에 손댔다가 말아먹은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그는 이 책을 통해서 경제적으로, 환경적으로 그리고 영적으로 풍성한 삶을 누리는 것이 어떤 삶인지를 정확히 지적하고 싶어 한다. 책은 총 9가지 큰 주제로 나뉜다. ‘인생을 주제로 해서 인지 책은 굵직굵직한 소재들이 넘실대고, 책의 내용은 주제에 아주 충실하다.
 
1에서 3장까지는 에 대한 저자의 가치관을 전달한다. 그리고 사람을 6가지 유형으로 분류하여 경제성을 이해시키고 돈 관리와 절약비법을 전수한다. 여기에 있는 조언은 4장은 집에서 새는 돈을 줄이는 방법과 집 고르는 방법을 알려준다. 5장은 모든 교통수단에 대한 이야기, 지구를 위해 교통비 절약을 위해 우리가 선택해야 할 수단을 알려준다.
 
6장은 식습관에 대한 이야기다. 이 장에 있는 것들은 마이클 풀란의 푸드 룰의 핵심내용을 압축한 내용인 것 같았다. 영양 많고 값싼 식품 12개중 퀴노아나 귀리가 들어있어 흥미로웠다. 7장은 자녀구성에 대한 이야기다. 이 부분은 내가 저자의 의견에 동의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다. (아래 언급한다.) 8장은 청소세제의 독성물질을 배재하고, 천연의 재료로 청소할 수 있는 방법들을 자세히 알려준다. 9장은 저자의 돈을 넘어 행복을 일구는 인생에 대한 메시지로 정리한다.
 
우리가 아이를 많이 낳으면 심각한 환경문제가 발생한다. 지금과 같은 삶의 방식이 후손의 생명을 위협할 것이다. () 현재 인구를 고려할 때, 지구가 더 견딜 수 없는 속도로 소비하고 오염시키고 있다. 건전하고 윤리적이며 인간적인 방식으로 소비와 오염과 인구수를 줄이지 못한다면 자연은 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방법을 찾을 텐데 그 방법은 결코 아름답지는 않을 것이다. (p. 255)
 
일단, 인류가 환경오염의 주범인 것 같은 확실하다. 전 인류에 걸쳐 환경을 오염시켜왔고, 산업혁명이후에는 오염 농도 및 확산의 속도가 걷잡을 수 없이 빨라졌다. 그런데 후손들을 위해 자녀수를 재고하자는 발언은 어폐가 있다. 자녀가 곧 후손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럼 가늘고 길게 가자는 뜻인가. 보존하여 물려주기 위해서 물려줄 대상을 우리 대에서 줄여보자라는 것에는 동감하지 못한다.
 
저자는 아들 하나만 낳은 이유 중 하나로 소개하는 것은 우리 자원을 희석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p. 256) 저서에 자식자랑 못 놓는 팔불출에게서 가정에 대한 조언을 듣고 싶지는 않았다. 중요한 것은, 인구수는 소비와 오염을 증가시키는 요인이 맞다. 그럼 환경을 위해 인구를 줄이자는 것은, 인류를 위한 것인가, 환경자체를 위한 것인가. 특별한 소수가 좋은 환경을 누리게 하겠다고 다수의 생명을 근절하자는 것이 무엇을 위한 방향인가.
 
주부들에게 좋은 책이다. 실생활에서도 유용하고, 환경과 소비와 삶에 대해 직접적인 조언을 많이 가하고 있는 책이다. 상식선의 설명이 많아서 유용한 정보와 그렇지 않은 정보의 차이가 심했다. 이 책에서 추천한 대로 좋은 음식 선별하고, 청소도 더 환경적으로 하며, 삶을 더 환경보존에 맞추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좋은 자극을 선사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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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찰리 피스풀 개암 청소년 문학 11
마이클 모퍼고 지음, 공경희 옮김 / 개암나무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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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벌리 나이두의 <나는 한 번이라도 뜨거웠을까?>라는 작품은 청소년문학이자 역사고발소설이다. 세계2차대전 당시 케냐에 영국의 비상령이 선포되고 케냐인들은 억울하게 억압과 고문을 당하고 죽었다. 소년의 시각으로 돌려서 그려내지만, 영국의 범법행위에 대한 보상과 사과를 받아내려는 취지로 독자에게 강력하게 호소하는 소설이었다. ‘굿바이 찰리 피스풀이라는 소설 또한 당시 불의를 일삼던 영국정부에게 역사적 사실에 대한 사과를 받아내고자 하는 저자의 움직임이다.

 

저자는 마이클 모퍼고. 1943년 영국 하트버드셔 주 출생. 지금까지 백여 편의 작품을 썼고, 수많은 문학상을 수상했다. 전직 초등학교 교사였다. 작품으로는 <켄즈케 왕국><모차르트를 위한 질문><조시><마음이 머무는 곳> 등 어린이와 청소년을 주요대상으로 작품을 많이 썼다. 또한 이 책은 내가 좋아하는 공경희 씨의 번역으로 출간되었다.

 

소설은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다. 대령의 소유지에서 일을 하며 사는 단란한 가족. 아버지는 주인공 토모를 구하려다가 사고로 죽고, 어머니, 정신지체가 있는 큰형 빅조, 작은 형 찰리가 함께 근근히 살아간다. 그리고 학교에서 만난 몰리도 집에 자주 놀러온다. 토모와 찰리, 몰리는 삼총사가 된다. 대령과 왕고모는 주인공의 가족을 못살게 괴롭히는 존재들이다. 토모와 찰리는 동시에 몰리를 사랑하지만, 몰리는 찰리의 차지가 된다.

 

그런 상심에 젖을 새도 없이 전쟁은 터지고 토모는 입대연령이 아님에도 형과 같이 있기 위해 자원입대한다. 전쟁이라는 새로운 막에 접어든 소설은 그 참혹함속에서의 형제애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형은 동생을 지키기 위해 상사에게 불복종한다. 중요한 것은 그 반기가 상식상 정당한 일이었음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그는 허식으로 끝난 군사재판에서 처형을 선고받는다.

 

 저자는 바로 이 점, 당시 영국정부의 행태를 비난하고 있는 것이다. 변호인도 선임되지 않았고, 증인을 소환하여 주지도 않았다. 변명은 통하지 않았고, 재판은 길어야 20분이었다. 국가의 존폐위기 속에서 국민들의 안녕을 위해 징집된 어린 군인의 생명을 함부로 총살시켰다. 이유는 탈영이나 새벽에 초소에서 자고 있었다는 것, 한마디로 전투신경증을 앓던 자들에 대한 처형이었다.

 

나는 또 다른 한 부분을 지적하고 싶다. 군대에 가면 미친놈이 많다. 군대라는 조직 자체에 적응하지 못하는 군인도 있겠고, 그 조직체계가 가진 비열한 맛에 물들어 세월 때워 얻은 자신의 지위를 상스럽게 남용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80년대에 며느리가 시어머니 늙기만을 기다렸다 복수하듯이, 군인도 줄 하나 더 가기를 기다렸다가 신병 오면 자신이 당한 엿 먹음을 앙갚음하는 것이 관례다. 그러니 까라는 까는 구조에서는 돼먹지 않은 상사가 득실댈 수밖에 없고, 이 소설의 찰리 피스풀도 그런 거지발싸개같은 상사 때문에 목숨을 잃었다.

 

해병대 자살, 총기사고에 대한 기사가 연일 쏟아지면서 군대의 자체개혁이라는 말이 많이 나오고 있다. ·의경이나 육군에서도 자살을 비롯한 사건들이 많이 있었으며, 상담을 요하는 병사도 많고 영창에 들어간 병사도 많다. 휴전 60년의 세월을 지나면서 군대에 들어오는 청년들의 정신력은 많이 허약해져있고, 신병으로나마 전쟁을 겪어온 윗선 장관급들은 현 젊은이들의 나약함을 이해하지 않는다. 그런 부실함이 토대가 되어 자꾸만 군대 안에서 죽음을 불러온다. 총살이 사라진 지금, 총기난사사고는 또 어떻게 해결할지 우리 정부의 대응방안에 병사의 생사가 달려있다.

 

 공산주의는 죽음을 본보기로 삼는데 익숙해져 있다. 다른 이들의 정신력 단결을 위해 체제에 반하는 인물은 사살이 당연시된다. 하나의 생명보다 사상의 유지가 더 중요한 체제이다. 이와는 다르게 자유민주주의국가에서는 생명의 존엄성이 기본적인 권리이며, 국가는 자국민과 영토를 보호해야 하는 중요한 사명을 띤다. 그 국방에 동원되어야 하는 숙명적인 기초도구가 군사라면, 국가는 군대의 시스템과 결속력 강화를 위해 아낌없는 투자와 개선노력이 있어야 한다. 일반 세균의 230배나 검출되는 식수를 먹이면서 말만 앞서지 않고.

 

이 소설은 국가와 전쟁,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군인들의 관계를 생각해 보게 하는 의미 있는 책이었다. 국가지도자들 간의 이권 다툼에 괜한 생명들의 희생만 요구된 이런 전쟁이 앞으로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전쟁이라는 위협 속에 늘 상비군을 가동하는 체제에서 생각해 봐야 할 요소, 그리고 시기적으로 들어맞는 군대가 가진 시스템적인 문제 그 어느 것 하나 가볍게 지나치지 못하는 생각들로 가득 찼던 책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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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스 오브 디셉션 롤스 오브 Rules of 시리즈 1
크리스토퍼 라이히 지음, 이정윤 옮김 / 프리뷰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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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나 책을 보다보면, 가끔 그런 작품을 만난다. ‘왜 얘가 주인공이야? 나 같으면 차라리 쟤를 주인공으로 쓰겠다.’ 싶은 작품. 주인공을 연기하는 배우의 연기력이나 비중을 따지는 게 아니다. 조연의 인생이 주연의 그것보다 더 궁금한 경우가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조연으로 묻히기엔 너무 아까운, 매력적인 캐릭터도 존재한다는 말이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을 보자면, 주연 다발이었다. 조명되지 않은 인생사가 궁금한 조연들이 넘치는 소설, 룰스 오브 디셉션이다.



주연은 이렇다. 국경없는 의사회 소속 외과의사 조나단, 그의 아내 엠마. 엠마의 친구 시몬느. 정보분석보안국 국장(그냥 경찰이라 생각하자) 폰 다니켄. 그리고 킬러 ‘고스트’. 나는 이 킬러가 주인공이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실제로 중반부까지 이 킬러의 비중은 매우 높다. 그러나 이게 웬일. 이 인생에게 주어진 너무 허무한 결말은 작가를 향해 ‘이게 뭐요! 얘도 킬러의 자존심이 있지!!’를 외치게 한다.



알프스에 올라가던 중 엠마가 큰 사고를 당한다. 조나단이 구조대를 부르러 내려간 사이 엠마는 크레바스에 떨어져 죽는다. 그리고 엠마에게 온 우편물의 정체를 쫓아가면서 거대한 음모에 휘말리게 된다. 바로 이 음모는 윗대가리들의 권력다툼이었고, 엄청난 배후가 숨어서 조종하고 있었다. 조나단은 경찰에게 쫓기고, 킬러에게 쫓기면서 아내의 정체를 알게 된다. 아내는 이 음모에 가담하여 완벽히 이중생활을 한 요원이었다. 시몬느는 또 어떻고.



결부가 많아 어지럽기는 했어도 아주 흥미진진하게 엮어지고,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며 전개가 빠르다. 내가 봤던 어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것은, 장면 전환과 커팅이 심하다. 스릴러 소설에서 그런 면이 매력적인 것은 너무 당연하다. 단번에 주욱 읽힌다. 과연 손에서 놓을 수 없다는 빈스 플린의 말을 실감케 한다.



어떻게 이런 소설을 구상할 수 있었을까. 내용이 너무 전문적이고, 팩트의 결합이 많아서 놀라웠다. 저자는 ‘당시 나는 정보 분야에 대해 들은 이야기가 많았다. 워싱턴과 해외에 많은 친구들을 알고 있었고, 그 가운데는 정부 최고위직에 있는 외교관 스파이 군인 정치인들이 포함돼 있다.’라고 말한다. 아무리 관련인을 많이 안다 해도 이런 정도로 소설을 구상하여 전개해 내는 것은 단연 놀랍기만 하다.



그야말로 상상초월인 작품이다. 국제스릴러작가협회 최고작품상을 수상한 그의 작품 ‘패트리어츠 미사일’도 읽어야 겠고, 현재 번역중인 2원 ‘룰스 오브 벤전스’와 3권 ‘룰스 오브 비트레이얼’도 출시되자마자 집어야겠다. 이 책 한권은 작가의 열렬한 팬이 되도록 운을 띄우고 있고, 그의 왕성한 작품 활동을 기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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