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테일 경영 - 낭비를 이익으로 변화시키는
왕중추 지음, 허유영 옮김 / 라이온북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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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올해 초 들어 원유와 고철을 위시한 대부분의 원자재 값이 연일 급등세를 이어갔다. 환율이 도와주지 않는 상태에서 우리나라는 그저 속수무책이었다. 몇몇 대기업을 제외한 많은 기업들이 피해를 봤고, 적자를 해소하고자 제품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었다. 모든 품목에서 인플레가 가속화되었다. 서민들의 체감물가는 말할 것도 없고, 하반기 공공요금마저 오른다는 소식에 모두 혀를 내두를 지경이 되었다.
 
걷잡을 수 없이 오르는 물가, 한정된 자원, 하락세로 접어든 수익률. 기업의 리더라면 어떤 돌파구가 있을까. 시대가 요구하는 방향은 무엇인가. 그런 문제의식을 제시하는 책이 출간되었다. <디테일의 힘>을 집필하여 경영전문가로 크게 인정받은 왕중추의 신간이다.
 
책은 총 6가지 파트로 나뉜다. 그러나 주제는 단 하나이다. ‘절약이다. 낭비를 근절하고, 다 같이 절약하는 것이 저수익 저성장시대에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비결이라는 것이다. 먼저는 리더가 움직여야 한다고 말한다. 리더의 솔선수범이 직원들의 자발적 동기를 꺼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직원들이 절약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직원들의 낭비가 없도록 철저하게 감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원가절감, 생산설비의 관리, 제품의 품질향상 등이 경영능력의 핵심이 될 것이라는 주장의 뒷받침은 저자는 소개하는 기업들의 사례로 발견할 수 있다. 기업의 이윤창출은 절약이 수반되어야 건강하게 지속될 수 있음을 미국 대기업의 사례로 보여준다면, 중국 중소공업들의 사례는 저수익형 기업이 성공할 수 있는 발판으로 제시한다.
 
책의 서문과 마지막 후기에서는 누구나 강조하고 아는 것이라 뻔 한 이야기인 줄은 안다라는 뉘앙스가 나온다. 그래도 실천하지 않기에 가치 있는 서적이라고 말한다. 그에 대해 일정부분 동의하는 것은, 많은 기업이 이윤창출에 급급하면서도 상품가격만 올리고 접대비용만 늘릴 줄 알았지, 실질적으로 기업운용자체에서 새나가는 돈에는 안일한 인식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책의 제목을 잘 잡았다. 출판사의 의도는 디테일의 힘의 맥을 잇는 디테일 경영이겠지만, 독자가 이 책을 집을 때 디테일이라는 말에 흥미를 느낄 것이다. 막상 뚜껑 열면 강조되는 절약이라는 말에는 식상한 감이 많기 때문이다. 책은 기업절약에 대한 이론적인 강조점이 두드러진다.
 
실용성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는 않다. ‘합리적 선택, 정확한 개념, 철저히 관리, 수준향상, 능력 강화, 세심하게 분석, 엄격하게 처리, 안정성 확보, 전문성 강화등의 추상적이고 교과서적인 경영서적 미사여구들이 남발된 주장 일색이다. 실전에서 경영자들이 써먹을 비법서라기보다는 저자의 주장에 대한 지식부여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우리가 여기서 알면 되는 것은, 절약의 중요성과 절약을 위한 리더의 역할 정도이다.
 
그렇게 절약에 맞춰서 250페이지 정도가 이어지는데, 기업과 절약이라는 한 가지 주제로만 논하기 때문에, 중복되는 조언의 양상이 많이 나타난다. 단순히 빨간색으로 강조한 내용만 들여다보더라도 그 얘기가 그 얘기인 경우가 다반사다. 그런 점에서 좀 지루하다고 말할 수 있다.
 
이 책을 본 경영자들 중 태반은 당장에 절약모드로 돌입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자원이 부족해지고 물가가 계속 오르게 되는 미래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아주 중요한 내용을 지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이루려면 무엇보다 기초가 든든해야 하고, 저자는 결국 경영자의 기본마인드를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가 강조한 절약의 기업문화가 자리 잡아서 성숙한 경영인식이 세계경제를 좀 더 풍요롭게 만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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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미술산책 가이드 - 미술 따라 골목골목
류동현.심정원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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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애들이었을 때, 동네 시장통에서 이런 우스갯소리를 듣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애들은 가, 애들은 가.’ 왜 애들은 가야 했을까. 그야 물론 애들은 고객이 아니니까. 아이에 대한 비교육적 현장이라는 인식보다는 있어봤자 장사가 안 되니까 가라는 얘기였다. 그 아이가 커서 옷가게에 갔다. 점원의 눈초리는 딱 이렇다. ‘안 살거면 입어보지 마.’ 워낙 아이쇼핑이 많아서 이 옷 저 옷 입어보고 그냥 가는 사람들이 많으니 점원으로서는 그런 진상들이 진력 날만도 하다.



구매의사가 있는 손님이 아니면 판매처는 그 누구도 달갑지 않다. 갑자기 잔돈이 필요해서 편의점에 들어가면, 껌이라도 집어야 인지상정인 세상이다. 그런 시절에, 미술계에서는 좋은 작품 널렸으니 그냥 와서 보고만 가라는 책들이 슬금슬금 나오고 있다. 이 책 또한 그런 취지로 더 미술 관람문화가 대중에게 더 친숙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출간되었다. 사실 나 같은 초짜들은 이런 책이 무지하게 반갑다. 마음은 있으나 몇 번 가보면 다시 절어버리는 갤러리, ‘용기를 주소서’ 하는 마음이 되는 것이다.



책은 미술계에 오랫동안 몸담으며 일해 온 미술전문지 기자 류동현의 저서이다. 1부에는 우리나라에 자리 잡고 있는 미술관, 박물관의 단출한 역사와 맥을 짚어보고 대표적인 갤러리의 형태들을 소개한다. 2부는 미술 감상에 대한 조언과 미술관련업을 소개한다.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부록에 있다. 갤러리가 밀집해 있는 동네에 가서 한방에 몰아서 탐방하는 약도를 그려준다. 나도 사간동, 광화문, 인사동 쪽은 조금 익숙했지만 놓친 갤러리가 많아 저자가 소개해 주는 코스는 단연 도전해 보고 싶은 의욕이 생긴다.



단순히 미술관이나 갤러리 소개에 급급하지 않고, 초보들에게 보다 넓은 영역을 소개해 주려고 애쓴 흔적이 보인다. 흔히 지나치는 대기업 본사 앞 조형물들이나 디자인도 관람의 한 영역이라는 부분에서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백화점에 가서 제대로 ‘아이쇼핑’할 수 있는 길도 알려주니 며칠 전 충무로 신세계백화점에 가기 전 이 책을 펼쳤다면 좋았을 뻔 했다는 생각이 든다.



전시장 외에도 우리나라에서 크게 진행하고 있는 많은 미술축제들과, 경매에 관한 부분, 그리고 좋은 컬렉터들의 마인드를 소개함으로써 미술계 입문을 가볍게 독려하고 있다. 작가는 서구위주로 편향되기보다는 동아시아 쪽 그림들을 많이 접함으로써 작품에 대한 폭을 넓히라고 조언한다.





지금의 전시상황과 갤러리의 행보를 다룬 책이기에 현대미술과 젊은 작가들의 전시를 중요하게 다룬 듯하다. 개인적으로 고전음악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 시절의 고전미술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편이다. 그러나 갤러리를 아무리 다닌들 현대작가들의 작품위주로 만나야 하기 때문에 초짜에게는 미술관람이라는 것이 상당히 난해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새로운 소재들의 결합이나 추상적인 디자인, 미디어 아트나 퍼포먼스 쪽으로 가면 더 어렵고 이해하기 힘들다. 미술사를 공부하며 차근히 관람하고 싶다면 아직은 ‘갤러리보다는 르네상스 기획전 같은 곳부터 다녀야 하지 않겠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무조건 많이 봐야 한다는 정설을 따라 저자가 소개한 길을 자주 걸어봐야겠다. 비록 한 점 구매의사가 없는 뜨내기의 발걸음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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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배 - A Trumpet in the Night Sky
최선배 노래 / 파고뮤직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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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곡이 재즈 스탠다드 혹은 영화 OST로 다 명곡들만 선별되어있다. 

연주를 기대했다. 

재즈 1세대의 농익은 연주.. 그 재즈의 숙성된 느낌이 어떻게 배여있을까 싶어서. 




첫 곡을 틀자마자 

내가 CD를 잘못넣었는지.. 다시 확인했다. 

When I Fall In Love..의 인트로가 60년대 헐리웃 영화 OST같았다. 

곡의 전반적인 사운드가 그렇게 올드하다. 

이런 느낌의 When I Fall In Love. 연주가 많이 있지만, 소장하고 있지는 않아서 횡재했다고 생각했다. 


연주는 전반적으로 부드러운 소리를 지니고 있다. 

베이스의 솔로마저  부드러워서 곡의 느낌이 잘 전달된다.


두번째 곡 Cinema Paradiso

플릇이 생연이 아니고 조윤성의 미디작업이라니.. 놀라울 따름. 

이 역시 유연하게 처리된 곡, 

다만 비올라 솔로가 좀... 곡을 못 타고 있다. 그래서 테마로 돌아가는 최선배의 소리가 반갑다. 


세 번째, 콜코바도. 
 
이 앨범에서는 트럼폣보다 

Flugelhorn이  더 많이 쓰였다. 첫곡부터 세 번째 곡까지 다 이 악기의 부드러움이 주를 이룬다. 

보컬의 소리를 듣다가 호른 소리를 들으면 굉장히 나른해 진다. 

테너색소폰소리가 그 음색을 받아내고, 다시 보컬이 나오면 곡이 한창 깊어져있다. 


네 번째, '넌 사랑이 뭔지 몰라'... 

트럼펫의 소리를 완성도 있게 들려준다. 

대신, 솔로잉에서 좀 아쉬운 라인들이 들린다. 



다섯 번째, MY ONE & ONLY LOVE

 여성 보컬. Kathleen Grace의 목소리. 

북유럽 재즈쪽에서 많이 들을 수 있는 보이스이다. 

트럼펫소리에 찡찡해진 귀를 정화시켜주는 곡. 

이어지는 호른과의 협연.. 그 라인이 인상적이다. 



여섯 번째,  그 유명한 문리버. 

이런 곡을 할 때는 어른으로서 엄청난 부담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첫번째곡이나 이 곡이나.. 

조윤성 챔버소사이어티가 영화음악같은 분위기를 자아내고 

호른소리를 얹는다. 

드럼의 리듬을 진부하지 않게 잡아낸 것이 인상적이다. 


일곱 번째 미스티. 

얼마 전 미스티라는 책을 읽었는데, 같은 이름이라는 이유로 그 어린 망아지를 연상케하는 음악이다. 

다섯 번째 곡과 동일한 보컬이지만, 소리는 조금 다르다. 

여기서는 조금 더 강하고, 가공하지 않은 소리에 초점을 맞춘 듯 하다. 


그리고 드디어 나의 넘버. 여덟 번째 곡이다. 

이건 언급이 무의미할 정도다. 

원곡부터가 너무 좋아서... 테마가 나오자마자 빠져드는.. 이 느낌 어쩔것이야. 

여유있는 트럼펫 테마, 나머지들끼리 조절하고 있는 리듬.. 

아쉬운 것은... 이 곡이 왜 제일 짧으냐는 것이다. 



아홉 번째, 곡부터는 무난하게 흐른다. 

아무 래도 내가 여덟번째 음악을 듣고 나면 

모든 곡에 흥미가 떨어지는 모양이다. 

I Remember Clifford도 피아노와 호른의 듀엣곡으로 정말 좋다. 

마지막에 앵콜형식으로 하는 라운드 미드나잇 솔로도 인상적이다. 


그러나 나는 여덟번째 곡에서 모든 집중력을 쏟았으니, 

앞으로는 My Foolish Heart를 제일 나중에 들어야 겠다는 생각. 




조윤성이  이 앨범을 같이 프로듀싱했다는 말에 

기대가 많았는데 

최선배의 연륜이 묻어나는 연주를 잘 들었다는 느낌과 함께 

피아노의 존재감이 좀 묻히지 않았나 싶다. 

그걸 의도했다면  참 잘된 음반이라고 말하고 싶다. 

조윤성의 연주는 후반부에서 가서 What a Wonderful World정도의 솔로잉 잠깐 정도나 맛볼 수 있다. 

나머지에서는 그리 특색있지 않다. 

그 점이 더 좋았다. 

선배를  완벽히 살려주었으니까. ^^




한국인의 재즈 트럼펫음반치고는 꽤 잘 나온 음반이다. 

야. 우리나라도 이런 소리를 내는 어른이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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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미트리스
앨런 글린 지음, 이은선 옮김 / 스크린셀러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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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드니로와 브래들리 쿠퍼가 주연을 맡은 영화 <리미트리스>는 지난 달 3월 개봉 첫주만에 미국과 영국의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바 있다. 그 영화 원작소설이 바로 앨런 글린의 리미트리스다. 2001년에 출간되었고, 2011년에 영화로 개봉되며 한국에 번역되었으니 만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현대의 작품치고는 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겠다.
 
작가에 대한 정보는 많지 않다. 이 작품이 그의 처녀작이라는 정도. 처녀작이 이 정도이고, 후속이 8년 만에 쓴 <Winterland>한 권밖에 없다. 때문에 앞으로 그의 저작행보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자기검열이 심하고, 완벽주의가 강한 작가이기에 내는 작품마다 명작일 수밖에 없는 기질을 보이는 것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소재가 특별하다. MDT-48라는 약이 모든 사건의 발단이 된다. 홍보책자에는 뇌의 기능을 100%로 끌어올린다고 말하지만, 정작 책의 내용에서 이 약은 정체를 쉬이 알려주지 않는다. 다만, 그 약의 효능이 주인공에게 나타날 뿐이다. 에디 스피놀라는 외주편집자로 일하면서 자신의 무능력함에 자포자기식으로 살아간다. 그러나 단순한 만남에서 얻게 된 신종 약으로 완벽하게 다른 사람이 된다. 그리고 약의 효과로 돈을 얻고, 약의 부작용으로 죽음을 얻는다.
 
소재에 비해 스토리가 지저분하다. 워낙 약의 효과가 탁월해서, 주인공이 정신 못 차리고 돌아다니며, 생각도 파편처럼 이어진다. 그것을 표현하고자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인물, 인물과의 만남, 인물에 대한 캐릭터, 주인공과 주변인물과의 거리 등이 정리되지 않고 그냥 그렇게 흐른다. 모든 사건과 인간관계가 약에서 약으로 집중된다.
 
주인공이 아무리 똑똑해지고 든든한 백이 생기고 돈을 많이 벌어도 조폭하나 그 머리로 처리하지 못하고, 끝내 피를 본다는 전개도 이해되지 않는다. 애초에 머리 잘 굴러갈 때 한정된 수량의 그 약을 스스로 만들 생각을 하지 못했고, 이후에 약이 떨어져가니까 제조에 대한 생각이 스쳤다는 것도 뭐냐싶다.
 
뇌의 100%를 쓴다는 가정은 조금 더 특별해야 하지 않을까. 너무 상상력을 동원하지 않은 듯한 생각이 든다. 인류가 뇌를 10%~20% 가량 쓰고 죽는다는데, 인류가 발전시켜놓은 세상이 이러하다면 적어도 한 사람이 뇌를 100% 쓴다고 했을 때 저자가 상상할 수 있는 범위는 독자의 상상력정도는 훨씬 초과해야 하지 않을까. 주식 잘해서 돈 잘 벌고, 기억력 좋고, 독서력과 이해력을 바탕으로 떠벌리는 것 좋아하고. 그 정도로 잘 먹고 잘 사는 길이 열렸다고 하는 것은 약에 대한 부작용 설정에 비해 너무 약하지 않았나 싶다.
 
로맨스가 없어서 좋았다. 여기에 식상한 로맨스까지 질척였다면 미국영화 겨냥 작품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 같다. 책에 오탈자가 없는 것도, 500페이지의 책 치고는 상당히 가볍다는 점에서도 좋았다. 막히는 것 없이 술술 넘어간다. 영화로 본 이들도 그랬지만, 지루함 없이 시간이 잘 간다는 점은 이 책 또한 마찬가지였다. 많은 시험들을 겪으면서, 뭐든 쉽게 소화하는 천재가 되고 싶은 이들이 많을 것이다. 저자는 말하고 있다. 그냥 능력껏 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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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
마크 레비 지음, 강미란 옮김 / 열림원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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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레비의 소설이다. 열림원에서 출간한 <그림자 도둑> <차마 못 다한 이야기들>을 소장하고 있다. 워낙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고, 그의 저서들로 이미 많은 감동을 받은 터라 이번 작품 또한 기대가 컸다. 작년 이맘때쯤에 두 권이 출간되었고, 이번에 두 권이 나왔다. 그런데 나는 지금 낮밤이 바뀌었다.
 
낮을 읽지 않고, 밤을 집었다. 낮은 낮이고 밤은 밤인 줄 알았다. 안 그랬다면 낮부터 사서 읽었을 것이다. 이야기가 한 맥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굳이 말하자면, 이 작품은 낮과 밤이 이어지는 4권이 한 작품이다. 밤의 1권은 어떤 시리즈의 3권부터 보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고고학자 키이라와 천체물리학자 아드리안은 연인이다. 우주의 기원을 기록한 돌을 찾고자 모험을 한다. 이 모험은 이보리란 인물을 통해서 철저하게 조종되고, 이 모험을 막고자 하는 거대한 세력 애슈턴의 무리에 의해 방해를 받는다. 전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는 주인공, 또한 전 세계 각지에서 그들을 위협하는 정체모를 무리들. 머리싸움 해 가면서 쫓고 쫓기는 추적이 계속 된다.
 
사실, 1권은 재미가 없었다. 낮에 대한 정보가 없으니, 소설의 장르가 미스터리 스릴러 로맨스만 연속되기 때문이다. 남자는 여자를 구하러 여기저기 쏘다니는데, 도대체 누가 이들을 무슨 연유로 쫓아다니며 해치려하는지 정보가 하나도 주어지지 않는다. 1권의 문체는 너무 단조로워서 문학적 가치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이다. 어떤 남자의 일기 같은데, 나열만 잔뜩되어있는 부자연스러움이 묻어나와 소설의 문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장면 전환에서 나오는 이보리와 애슈턴, 그리고 그와 관계된 인물들 간에 대화가 흥미롭지도 이해되지도 않았기에 마크레비는 청소년 문학만 잘 쓰나 보다라고 생각했다.
 
오해는 2권에서 풀린다. 이 책에서 이러한 문제의식을 발견한다. ‘학자의 사명이란 무엇인가.’ 애슈턴의 무리는 그들을 목적을 위해서 살인도 불사하지만, 그 목적이라는 것은 더 많은 인류를 희생시키지 않는데 있었다. 학자의 업적이 인류에게 공헌하는 방향일 때에만 그것이 가치가 있다는 입장과 역사를 고증하여 진실을 규명하는 것 자체가 학자의 소임이며, 인류에게 공헌하는 것이라는 입장의 충돌.
 
흥미로운 점은 지금 불확실한 면, 입증되지 않아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모든 면에 대해 각성을 주는 목소리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전혀 일어날 수 없다고 생각한 일이 21세기에 많은 실현되고 있다. 아주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자면, 코페르니쿠스가 지동설을 주장했을 때에는 아무도 믿지 않았고, 대대적인 종교적 탄압이 있었으나 후에 갈릴레오와 케플러 뉴턴으로 이어지는 과학적 입증으로 완전히 확립되었다.
 
갈릴레오를 비롯한 많은 과학자들의 발견과 그 발표가 후대에 사는 전 인류에게 큰 공헌을 남겼다. 업적에 대한 판단은 미래가 떠안아야 할 몫이 아닐까. 진실을 은폐하려는 목적이 아무리 숭고하다할지라도 미래적인 관점에서는 현명하지 못한 처사가 되기 십상이다. 가난한 많은 인류에게 희망을 갖고 살게 하겠다는 애슈턴의 정치적 사고가 오히려 역사가 품어놓은 인류의 알 권리와 지식발전의 계기를 흩뜨려버린 소행은 아니었는지 생각하며 이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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