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사랑
이언 매큐언 지음, 황정아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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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서로의 생각이,관심이, 방향이 일치하면 사랑이지만 그렇지 못하면 집착이 되고 병이 된다. 여기 그런 사랑의 모습이 있다. 아니 이건 사랑이 아니라 일종의 병이었다. 패리는 자신의 종교적 착란의 상태를 조에게 투사하며 하느님이 그를 자신에게 보냈다고 생각한다. 편지를 보내고, 미행을 하고, 급기야는 생명을 위협하고 자살을 시도한다. 그런 패리의 등장으로 십년도 넘은 클레리사와 조의 사랑은 쉽게 무너진다. 요즘 읽고 있는 존 파울즈의 <나의 마지막 장편소설>에서 사랑은 신체적,도덕적으로 자신을 오픈할 수 있는 타이밍을 아는 것이라고 했다. (물론 정확히 이런 문장은 아니었다만) 모든 사랑은 시점의 문제일까.. 패리의 병적인 사랑, 클레리사와 조의 평범한 사랑.. 사랑의 모습은 주인공이 누구이냐에 따라 자기만의 빛깔을 띤다. 그래서 답이 없다.  

이언 매큐언은 다른 소설에서도 그랬듯이 인간의 도덕성에 대한 문제를 소설에 많이 그려낸다. 소설의 초반에 열기구의 아이를 구출하려는 대여섯의 남자들중 하나였던 조는 먼저 손을 놔버려 살아난 것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린다. 한명만이 그 풍선의 줄을 잡고 있었는데 가벼워진 풍선은 강풍에 실려가 안타깝게도 그 한 남자를 죽인다. 그 남자의 부인은 오해를 하게 된다. 죽은 남편의 차에 딴 여자와 함께 피크닉을 간듯한 흔적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후에 어떤 불륜커플이 우연히 차가 고장나 이 사람의 차를 얻어탄 것으로 밝혀지면서 부인역시 남편을 의심한 것에대한 죄책감에 빠진다.  

병적인 패리의 집착에 공포가 느껴졌고 의외의 방향으로 진행되는 이야기에 긴장이 늦추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사랑... 아무리 사랑이 상대적인 것이라지만 겪고 싶을 이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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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84 3 - 10月-12月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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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9월초쯤 받았는데 열자마자 우시카와가 나왔다. 우시카와? 우시카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심지어 이 책을 올초에 읽었는데도 말이다. 많은 책을 우걱우걱 되씹지도 않도 먹어치운 결과다. 1권부터 다시 읽겠다는 결심을 단행.. 아주 천천히 읽었더니 이제사 다 읽었다.  

나는 웬만하면 한번 읽은 책은 다시 읽지 않는데 다시 읽어도 재밌다. 결말을 전혀 예측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3권에서 우시카와는 핵심인물로 등장한다. 덴고와 아오마메를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결말은 해피엔딩이다. 덴고의 고양이마을, 그리고 아오마메의 1Q84년 에서 그들은 1984년으로 돌아온다. 시간은 상대적이라서 그 둘이 떨어져 있는 이십년은 그렇게 길게 느껴지지 않았으리라. 하루키가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선택한 대로 살아진다. 마음먹은 대로 이루어진다. 아오마메가 말했듯이 그런 삶을 살기를.. 하루키는 바랐던게 아닐까. 

하지만 이 책이 완결편이라 하기에는 궁금한 것들이 남는다. 덴고와 아오마메만 보자면 결말은 예상한대로 끝났다. 하지만 도대체 공기번데기는 무엇인가? 우시카와의 입에서 나온 리틀피플은 무엇이며 그들이 공기번데기를 만든 이유는? 리더는 누군가로부터 목소리를 들었고 그 내용은 무엇인가? 마더와 도터는 무엇이지? 특히 선구라는 종교단체의 정체는 그들이 추구하는바는 아직도 모르겠다. 아오마메와 덴고의 집앞에 나타났던 NHK수금원의 정체도 의문이다. 노부인은 그 이후에 어떻게 되었나? 사라진 후카에리는? 그리고 우시카와를 죽인 다마루가 모든 사건을 급히 해결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혹시 다음 권이 나올수도 있나? 개인적으로 우시카와가 좀 불쌍하다. 나름대로 핵심인물이었고 안타까운 개인사(?)로 동정심이 생겼기 때문. 게다가 외모는 좀 그래도 유능한 사람 아니었던가. 소설의 마지막 장은 덴고와 아오마메이다. 그들은 만나야만 하는 운명이었고 그 운명의 힘을 감지하고 서로를 찾아 마침내 만남을 이루었다. 모든 이에게 이런 강렬한 운명같은 것이 있다면.. 그 운명의 소리에 귀기울여 살아가는 것이 의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하루키는 역시... 하루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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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순간
빌 밸린저 지음, 이다혜 옮김 / 북스피어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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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 있습니다. 

 

아주 짧은 분량이다. 이 책은 뒤에 몇장이 검정 종이로 묶여 결말이 봉인(?)되어 있다. 사실 이 결말이 별 것이 아닐 수 있어도 이렇게 해놓으면 궁금해서 도중에 읽기를 중단하거나 하는 일은드물 것 같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결말이 내가 예상하지 못한 것이긴 하다. 이 책을 읽기전에 알라딘을 돌아다니다가 이 소설의 스포를 보고 ㅠㅠ 읽지 말까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단 읽기 시작하자어떤 식으로 이 사람이 두번 죽었는지 궁금해졌다. 시점은 교차서술이다. 분명 동일인물인데 한쪽에서는 살아나고 한쪽에서는 이미 죽었다. 흔히 예상하기로는 사실은 둘이 다른 인물이겠지,라고 예상하는 것인데 알고보니 시간의 차이를 두고 이 한번 죽다 살아난 인물이 두번째로 죽은 것이었다. 인생이 얼마나 기구하면 같은 방식으로 또 죽겠는가. 이런 반전 자체는 신기하다고도 볼 수 있긴 한데 주인공이 기억상실증에 걸렸다가 자신의 기억을 되찾는 부분에서는 다소 자연스럽지 못하다. 갑자기 과거의 기억이 몰려왔기 때문에. <이와 손톱>은 읽지 않았는데 그 책이 더 재밌다고 한다. 읽어봐야지.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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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도날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14
서머싯 몸 지음, 안진환 옮김 / 민음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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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는 작가인 서머싯 몸이 직접 작중화자의 역할을 하면서 여러 젊은이의 일대기를 보여준다. 주인공 래리를 둘러싼, 엘리엇, 이사벨, 그레이, 소피 등등. 당연 주인공의 래리이다. 래리는 2차세계대전 참전을 통해 친구의 죽음을 보고 삶을 바라보는 방향을 달리하게 된다. 세상의 선과 악의 근원을 알아내고자 세계 여러 곳을 돌아다니고 인도에서 몇년간 수행을 하기도 한다. 그리하여 그가 알아낸 것은 무엇이었을까. 소설에서는 정확한 답을 주고 있지는 않지만 래리가 다시 인간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함께 부딪히며 사는 것을 선택했다는 것을 알려준다. 최소한의 경제생활을 통해 책읽고 글을 쓰고 금욕하며 삶은 어쩌면 서머싯 몸이 그렇게 하길 바랐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소설의 초반에 이사벨이 래리와 파혼하면서 둘의 인생행로는 완전히 정반대방향으로 나아간다. 세속적인 삶속에서 물질적 욕망의 삶을 추구하는 이사벨의 삶을 보면서 그 또한 나쁘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작가가 이사벨이란 인물을 좋은 쪽으로 묘사해서 일수도 있지만 우리 인간 누구라도 자신의 삶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렇게 새로운 것도 아니다. 평생을 사교계에 몸담고 죽는 순간까지 그 끈을 놓치 못했던 엘리엣도 묘사 또한 재밌다. 만족은 개인의 몫이다. 불행한 자는 춥고 배고프게 살다가 간 사람이 아니라 자신이 선택한 삶이 아닌 남들의 기준에 의해 자신을 판단하며 괴로워 하는 사람이라는 걸 이 소설을 읽으며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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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84 2 - 7月-9月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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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말하고 싶은 건 말이죠. 세상에는 모르는 채로 덮어두는 게 좋은 일도 있다는 겁니다. 이를테면 당신 어머니 일도 그래요. 진상을 알게 되면 그건 당신에게 상처가 돼요. 그리고 일단 진상을 알게 되면 거기에 대한 책임도 떠맡을 수밖에 없는 거예요.-265쪽

"선악이란 정지하고 고정된 것이 아니라 항상 장소와 입장을 바꿔가는 것이지. 하나의 선이 다음 순간에 악으로 전환할지도 모르는 거야. 그 반대의 경우도 있지. 도스토옙스키가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에서 묘사한 것도 그러한 세계의 양상이야. 중요한 것은 이리저리 움직이는 선과 악에 대해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지. 어느 한쪽으로 지나치게 기울면 현실적인 모럴을 유지하기가 어렵게 돼. 그래, 균형 그 자체가 선인 게야."-289쪽

"마음에서 한 걸음도 밖으로 나오지 않는 일 따위, 이 세계에는 존재하지 않아."-2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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