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보다 개가 더 좋아
캐롤라인 냅 지음, 고정아 옮김 / 나무처럼(알펍)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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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과 개 사이의 관계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은 인간이 인간에게서 얻기에는 어려움이 많은 것들이다. 가령, 인간이 또 다른 인간과...

일관성을 가지고 죽을 때까지 살아갈 수 있을까.

친근감의 강도를 지속적이고 마음대로 표현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외부적 자극에 따라 쉴 새 없이 변하는 감정을 잠재우고 아무런 조건과 따짐없이 있는 그대로

대하고 살아갈 수 있을까.

 

단연코 그렇지 못하다.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관계를 개는 가능하게 해준다. 개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은 개를 자신의 가족구성원으로 생각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며 외로움을 해결해줄 수단으로 개를 키우는 것이라고 보통은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 책에 나오는 수많은 사람들의 말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그러므로 경험해보지 않고 누군가에 대해 함부로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 책이 단순한 자기극복과정을 그린 에세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개에 대한 습성, 심리학 이론같은 읽을거리가 많이 나와서 재밌게 읽었다. 그런데 우리 뒷집 개는 지금 이 시간까지 두세시간은 계속 짖고 있는 것 같아;;; 잠자야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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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스의 산 1
다카무라 가오루 지음, 정다유 옮김 / 손안의책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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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있다고도 할 수 있어요.

 

 추석연휴를 이 놈과 함께 보냈다. 얇은 양장본이라고 얕봤다가는 의외로 두껍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한 페이지에 글자수도 많고 각 양장본이 400쪽은 넘는다. 도저히 결말이 궁금해서 잠을 이룰 수 없는 그런 건강을 내게 허락한 며칠의 휴식.. 주말에 이르자 살짝 불안, 초조감이...

크게 두 가지의 이야기로 서술된다. 다섯명으로 결성 된 대학동기들의 끈끈한(?) 인간관계로 말미암은 사고와 마크스라는 내면의 또 다른 자아를 가지고 살아가는 미즈사와의 범행. 이 두 사건의 관계는 우연히도 맞물리는데 사실 이 둘의 관계를 자세히 알고 싶어 결말까지 보았으나 속시원한 결말은 서술하지 않고 있다. 소설 전체로 보면 전자에 좀더 무게를 싣고 있는 것 같다. 사실 나로서는 미즈사와의 범행동기를 딱히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가 없다. 미래를 보장해 줄 정도의 집안배경과 재력, 학식을 겸비하고 있는 사회생활 5년차의 젊은이들. 한번도 실패를 맛보지 않았고 인생의 장애물이란 없을 줄 알았지만. 어디 인생이 그런 법인가. 순간의 판단착오로 다섯명의 대학동기생은 평생 서로를 배신하지 말아야하는 운명의 고리에 연결되고 만다. 자신의 보신을 위해 도덕성, 정의를 버릴 것인가,하는 철학적인 질문들도 던져주는 소설은 추리소설로서 아귀가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맛은 덜하지만 사회적 성공을 위해 살인도 불사하는 이들의 어두운 심연을 들여다 볼 수 있게 해준다. 살인계획이 성공한 것은 아니지만 급사로 노사시가 죽었을 때는 어떤 일의 의도와 결과 등을 생각하게 해준 까라마조프씨네 형제들도 생각났다. 불과 몇시간 전에 어떤 장면에서 너무나도 서늘한 기운에 책 읽다가 무섭기까지 했다. 날씨가 추워지면 나도 찬바람 맞으며 산에나 올라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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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뜨거워 Heat
빌 버포드 지음, 강수정 옮김 / 해냄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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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산 책이다. 보는 순간 어찌나 반갑던지.. 반값이라는 생각에 중고서점에 가면 눈이 휘둥그레지며 하나 둘씩 사가지고 오게 된다. 한 기자가 마리오 바탈리라는 사람이 운영하는 미국의 유명 레스토랑에서 이탈리아 요리를 배우기 위해 수련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며 요리는 단순히 재료를 자르고 섞고 열을 가하여 익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요리란 시각과 소리와 감촉으로 그야말로 온 몸으로 느끼며 열정을 쏟는 것이다. 칼질도 잘 못하는 바닥에서부터 시작하여 가장 어렵다는 파스타 스테이션에서 일하는 것으로 모자라 푸주한을 찾아 이탈리아로 가서 돼지와 소까지 배운다. 푸주한 다리오를 마에스트로라 모시며 돼지에 대해 배우는 장면이 가장 재밌었다. 그나마 돼지는 쉬웠다. 소의 각각의 부위의 이름은 가히 2차원인 종이에 옮겨 놓치 못할 정도라 한다. 이탈리아 음식 명칭이 익숙치 않아 도중에 인터넷으로 검색까지 해보며 읽었다. 뭔가 오래 해오던 것을 뒤로하고 과감히 도전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중년의 용기를 보았다. 지금쯤 저자는 무엇을 하고 있으려나. 요리 속에는 인생과 철학이 들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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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걷는다 2 - 머나먼 사마르칸트 나는 걷는다
베르나르 올리비에 지음, 고정아 옮김 / 효형출판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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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게 여행은 책이나 여행 가이드에 없는 걸 발견하는 것이다. 대체 뭘 발견하려는 거냐고 물을지도 모르겠다. 그건 나도 모른다. 내게 여행은 기대하지 않았던 순간에 믿기 힘든 존재를 만나고, 예상하지 못한 시골 구석의 소박한 조화로움에 충격을 받거나, 그때까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절대 생각하지 못했거나 그런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던 것을, 내 자신이 하거나 생각한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는 것을 말한다.

p.390

 

폭염과 열대야가 며칠째인지 모르겠다. 2권을 읽다가 카라쿰 사막을 건너는 장면에서 섭씨 42도, 사막의 모래 온도는 82도.. 윽 얼마나 더웠을까, 이건 힘든 정도가 아니라 고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두 번째 여행에서 저자는 에브니라는 수레와 함께 사막을 건넌다. 어린이용 자전거 바퀴로 만든 간이 수레인 모양이다. 물을 연거푸 마셔도 더위를 이기기란 쉽지 않다. 다행히 몸이 1권에서처럼 힘들어 보이지는 않는다. 새로운 곳에 도착할 때 마다 사람들은 여권을 보여달란다. 그리고 외국인에게 모여든다. 이때 언어가 통하는가에 따라 이야기가 길어지거나 짧아진다. 하루밤을 재워준다, 의 순으로 계속 이어진다. 여행의 여유가 느껴지기 보다는 걸어야 한다는 목표의식으로 스스로를 내모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럼에도 이 책의 소득이라면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이슬람 사회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 책이 쓰여진 시점이 이천년대 초반이므로 10년정도의 격차가 있긴 하지만 말이다.

*이란 사람들이 위인이나 성인을 모신 이슬람 사원을 방문하는 건 이런 행위를 통해 물라의 폭력적이고 숨통을 죄는 권력과 거리를 둘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성의 경우 온몸을 절대 보여서는 안된다. 저자는 이란 여성의 위치를 페르시아 제국의 최하 단계에 둔다. 검은 차도르.. 여전한가?

*이슬람 법은 네명까지 아내를 둘 수 있도록 허용하지만, 중혼자가 많지는 않다고 한다.

*남녀평등이 자리를 잡으려면 아직 멀었지만 직업을 갖는 여성이 늘고 있고 대학에서는 여학생 남학생보다 우위를 차지하는 실정이란다.

*이란 사람 대부분은 시아파 교도, 쿠르드 사람들은 순나를 따르는 정통 이슬람 교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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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렉터 - 한 웃기는 만화가의 즐거운 잉여수집생활
이우일 지음 / 톨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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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온갖 잡동사니를 모으는 남자가 있다. 이우일의 홈페이지에서 종종 빈티지 피겨들을 많이 모은다는 것은 알았는데... 책의 중반쯤에 있는 각종 피겨들의 얼굴을 클로즈업한 사진들은 요즘말로 ㅎㄷㄷ 하다;; 집이 터져나갈 지경이라니.. 아내님의 고충이 얼마나 크실까 웃음이 났다. 그래도 그 보물들을 쳐다보며 마감의 압박을 이겨내는 삶의 활력소가 된다니.. 나도 원래는 뭔가를 잘 버리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그 중 대표적인게 십수년 묵은 이것저것 끄적거린 수첩이었는데 그것들을 없애는 순간 내 추억이 날아가는 것 같아 간직(?)하기를 벌써 몇년째인지 모르겠다. 그런데 요즘 그것들을 하나둘 없애는 중이다. 심플하게 살려고 말이다. (응?)

이 책을 읽다가 두손 두발 다든 것중에 하나는 가족의 안전을 위해 구입한 것들.. 지구 최후의 날을 대비했다고나 할까. 비상용 알루미늄 담요, 비상용 고체 연료, 비상용 버너, 비상용 필터 달린 물통, 일체형 수저포크, 도끼 세트(!)까지.. 이 정도면 진정 잉여수집생활자의 종결자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나랑 비슷한 것은 수첩과 각종 필기구를 모으는 것. 그야말로 하나둘 사지만 어느 새 돌아보면 쇼핑백 몇개는 될 정도의 필기구들 ㅠㅠ 죄송합니다 엄마..

 

암튼 큭큭 거리며 재밌게 읽었다. 가족들을 위해 조금은 정리하시는게 좋을 듯도 하고. 어쩐지 조금은 위안이 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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