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시인의 삶을 다룬 소설이다. 교과서에서 읽어만 보았지 깊이 있게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이렇게 그의 삶과 연관지어 시를 읽노라니 가슴이 사무친다는 말이 이런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울기도 몇 번... 광복을 몇 달 앞두고 감옥에서 동주와 몽규는 죽어간다.  태어날 때 부터 죽을 때 까지 절망적인 시대를 살아야했던 이들. 감히 상상하지 못할 인생. 이 책이 많이 읽혔으면 좋겠다. 책의 말미에 참고한 책들 목록을 보니 저자가 이 책에 기울인 노력이 가늠되었다.

 

 

 

 

 

 

오래전부터 집에 있던 책인데 이제사 읽었다. 이렇게 좋은 책인줄 알았더라면... 도시의 삶에 지친 공부만했던 저자는 모든 것을 버리고 당나귀를 데리고 여행을 떠난다. 조심성 많은 당나귀에 대한 묘사. 그렇게 천천히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그간 바쁘게만 살아온 인생을 되돌아 본다. 당나귀라는 동물을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개처럼 쉽게 상상은 되지 않았지만 좋게 읽었다. 저자가 가지고 있던 갈증이 내가 늘 느끼던 것이라 더 마음이 갔다.

 

 

 

 

 

 

 

 

요즘 미술관 관련 책을 열심히 읽었더니 그림을 보면 대충 어느 화가의 그림인지 알게 되었다. 지역이 그렇다 보니 고흐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사실 고흐의 그림은 고흐의 극적인 삶이 더 많이 부각되었던 터라 온전히 그림만을 감상하기가 어려웠다. 예술작품을 그 예술가의 삶과 떨어트려 감상할 수 있는가라고 묻는다면 그 또한 어려운 질문이긴하지만. 그런데 <고흐 그림여행>이란 책을 읽으면서는 내가 알지 못했던 고흐의 다양한 그림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아쉬운 것은 판형이 좀 더 크고 도판도 좀더 질이 좋았더라면 하는... <네덜란드 벨기에 미술관 산책>은 도판도 좋고 지식도 알차서 흡족하게 읽었다.

 

 

  마스다 미리의 책도 심심해서 읽었다. <하기 힘든 말>은 문화가 달라 동감하기 어려운 게 많았다. <뭉클...>은 이런것에도 뭉클할 수 있나, 싶었지만 재밌게 읽었다. 상대방의 어떤 미묘한 변화나 특징을 잘 잡아낼 수 있다면 생활이 좀 더 재밌어지겠지. 자주 뭉클하기 위해서는 '섬세함','세심함'이 필요하다는 결론.

 

 

 

 

 

 

 

 

 

 

 

 

 

 

 

 

 

만화책도 읽었다. 다니구치 지로의 그림은 늘 느끼지만 참으로 아름답구나. 내가 좋아하는 다카기 나오코 책도 3권!

 

 

 

 

 

 

윤동주의 시 한편을 옮겨 본다.

 

 

                      새로운 길

                                          윤동주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문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내일도......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_1938. 5. 1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자기 결정 - 행복하고 존엄한 삶은 내가 결정하는 삶이다 일상인문학 5
페터 비에리 지음, 문항심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는 정말 자기결정대로 살고 있을까?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인생의 방향을 정하는 큰 일까지 말이다. 얼핏 보면 그런 것 같지만 이 책을 읽고 좀 더 깊이 생각해보면 정말 내가 나의 결정대로 살고는 있나,하는 생각이 든다. 자기가 결정하는 삶을 위해 이 책에서 세가지 키워드를 꼽으라면 나는 타인, 기억, 감정을 들겠다. 무인도에 혼자 살지 않는 이상 우리는 항상 나를 둘러싸고 있는 타인의 시선을 신경쓰게 마련이다. 가깝게는 가족부터 친구, 이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의 문화라는 것까지 나의 결정 하나하나에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결국 타인은 타인일 뿐이다.

바로 라브뤼예르가 꼬집었던 것으로, 타인은 어디까지나 타인에 불과하며 그들이 우리를 평가할 때 우리 자신과는 아무 관계도 없는 오직 그들만의 문제인 수만 가지 요인에 의해 그 평가가 왜곡되고 부정적이 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자기 결정적 삶은 이러한 낯섦도 견뎌낸다는 것을 뜻합니다. p.36

또 기억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쯤 생각할 필요가 있다. 머리속에 자리잡은 어떤 기억의 노예로 평생을 살아가거나 보이지 않는 감옥에서 허우적대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볼일이다. 어떤 사건 자체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 사건을 우리가 어떤 식으로 이해하고 자기말로 표현해내느냐에 따라 기억의 주인이 되거나 노예가 될 수 있다.

감정이라는 것 역시 억눌러야만하는 간사한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 감정을 자신의 긍정적 정체성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는 성숙함이 필요하다.

성공과 경쟁이 최대 목표가 되어버린 오늘날, 소신있게 자기 결정으로 사는 일은 힘들다. 그러나 다음의 것들을 주기적으로 생각하며 내가 없는 내 인생이 되지 않도록 경계해야겠다.

 

자기 자신에 대해 비판적 거리 유지하기

각자 차별화된 자아상 만들어가기

그 자아상을 마지막 순간까지 끊임없이 새롭게 고쳐나가며 발전 시키기

자기 인식을 넓혀가기

자신만의 생각과 감정과 기억을 갈고 닦기

소리 없이 이루어지는 타자의 조종을 명료히 꿰뚫어 보고 방어하기, 그리고 자기 목소리 찾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나귀의 지혜 - 혼돈의 세상에서 평온함을 찾기
앤디 메리필드 지음, 정아은 옮김 / 멜론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당나귀의 귀를 유심히 보고 있는 것은 매혹적인 일이다. 한번쯤은 해볼 일이다. 당나귀 귀를 손으로 어루만지면 갓 오븐에서 꺼낸 신선한 바게트 같다. 더없이 따뜻하고 부드럽다. 촘촘하게 짜인 직물이랄까, 잘 숙성된 밀가루로 만든 빵이랄까. 그리고 그 바게트가 회전하는 것을 보라!
p. 16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알타이라고 듣는 순간 내가 생각한 거라고는 알타리 무였다;;

알타이는 몽골의 어디쯤인 데 저자가 3주간 그 곳에서 머물면서 쓴 여행에세이다. 그곳에 가게 된 이유는 어떤 작가의 글을 읽고 나서 였다고 한다. 한페이지에 인용된 그 책을 나도 읽어보고 싶었으나 번역이 되지 않은 것인지 검색을 해도 찾을 수가 없었다.

이 책에서 인상적인 것은 동행인 마리아, 한스에 대한 묘사였다. 낯선 사람에 대해 알아가는 것 또한 새로운 곳을 경험하고 느끼는 것과 같은 여행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마리아에 대해 묘사한 부분을 유심히 읽고 옮겨보았다.

마리아는 인생의 어떤 면에 있어서는 매우 근본주의적이었다. 사랑의 대상이 가진 모든면을 무조건적으로 사랑했고, 좋아하는 일을 향해 나갈 때는 다른 방향을 전혀 돌아보지 않는 고요한 과격함이 있었다. 그 점이 처음에는 나를 깜짝 놀라게도 했다. 그렇다. 마리아에게는 유럽 여인치고는 아주 드물게도 매우 아시아적인 어떤 요소, 아시아적인 느림과 고집과 자연스러움, 그리고 특히 동아시아적인 내성적 요소가 강했으며, 그 경향이 외모에서도 강하게 느껴졌다. p.116

오페라를 정말 좋아해서 일주일에 세번이나 입석으로 본다는 마리아는 자신의 이야기가 이렇게 쓰여졌다는 것을 알까, 아마도 알겠지? 달달한 다른 여행기와 다른 책을 읽고싶으신 분에게 추천.

 

 <실내인간>은 읽지 않았고 <보통의 존재>는 재밌게 읽었다.

저자는 글을 계속 쓰기로 한 모양인데 창작의 고통(?)에 대해 책의 상당부분에서 언급한 점이 흥미로웠다. 글을 쓰는 것이 좋기도 하지만 꽤 힘든 작업이었나 보다.

아주 재밌어서 이틀만에 다 읽었다. 하룻밤에 절반을 읽고 그 다음날 절반을 읽었다. 정말 소설같기도 한 남의 연애사가 이렇게 재밌기는 또 오랜만이다. 외로움의 절절함, 사랑하면서 느끼는 불안감을 섬세하게 묘사했다. 하지만 이런 극적인 스토리가 아니어도 담담하게 누군가를 위로해주었던 <보통의 존재>가 훨씬 좋았다.

언제 들어도 좋은 말이 무엇인지는 책의 뒷부분에 나온다.

나도 그 말이 참 좋다.

 

 

 

<사는 게 뭐라고>에 이어 이 책도 읽었다. 중간에 뇌수술을 집도한 의사와 나누는 인터뷰가 인상깊었다. 나와 상관없는 3인칭의 죽음, 나와 가까운 사람 2인칭의 죽음, 나 자신인 1인칭의 죽음.. 의사가 치료하던 환자가 죽으면 의사는 2.5인칭 정도의 감정을 느낀다고 한다.

마지막 부분에 고통이 너무 심해서 호스피스 병원에 2주 정도 머무는데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더이상 가망이 없다는 말을 듣고 사노에게 찾아온 어느 여인의 말에 사노 요코는 마음의 평정을 찾은 당신이야말로 몸이 아닌 영혼을 구원받은 것이라고 한다. 그러자 그 여인은 그런 사실을 알려준 당신을 만난 것이 곧 구원받은 것이라고 한다. 서글프면서도 나 자신의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게한 책이었다.

젊은 시절에는 자연 같은 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꽃이 필 무렵에만 눈을 빼앗겼다가 시들면 금방 잊어버렸다. 벚꽃은 1년에 한 번만 떠올렸다.

꽃이 지면 벚나무의 존재조차 까먹었다. 왕성하고 바지런히 일했던 시기에는 꽃집에서 꽃을 사기도 했고, 정원의 조팝나무가 폭포수처럼 꽃피울 때를 기다리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내 눈에 비친 산의 단풍은 어딘가 이상했다. 고흐의 그림 속 빛나는 터치는 그가 창조해 낸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의 눈에 보였던 광경이 아닌가. 정신병으로 세상을 뜬 고흐는 죽음의 곁에 있었기 때문에 세상이 그처럼 불타듯 보였던 게 아닐까. p.176

 

 나온지 몇 년 된 미술관 관련 책을 읽었다. 여행을 앞두고 읽었다면 상당히 도움이 되었을 것 같다. 지식도 적당히 들어가 있고 숨어있는 보물같은 정보도 준다. 읽으면서 어렸을 때 부터 예술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유럽인들이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도처에 미술관이고 초등학교때 부터 미술감상을 자연히 접하게 되니 당연히 아름다움에 대한 태도도 다를 것이다. 감상 수업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던 나의 학창시절에 비하면 그래도 요즘은 좀 나아졌겠지만.. 언젠가는 나도 이 책들에 나온 미술관 안에 있을 수 있겠지. 계속 생각하다보면 조금은 늦더라도 시도하고 이루게될 수 있었으니까.

 

 

 

 

 

 

 

 

 

 

 

 

 

 

 

 

 

 

 

 

 

 

 

김중혁의 책도 읽었는데 뭔가 임팩트있게 기억나는 단편은 없었다.

<바닷마을 다이어리>를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다. 이복자매의 따뜻한 이야기다. 이렇게 사이좋고 화목하게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가족의 형태는 다양해지고 있지만 그 관계의 다양성까지 포용할 정도로 사람들의 의식이 성숙해지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토너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렇게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살다 보면 그런 일도 있는 법이죠. 세월이 흐르면 다 잘 풀릴 겁니다.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에요."

 이 말을 하고 나자 갑자기 그것이 정말로 중요하지 않은 일이 되었다. 순간적으로 자기 말에 담긴 진실을 느낀 그는 몇 달 만에 처음으로 자신을 무겁게 짓누르던 절망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그는 그동안 자신의 절망이 그토록 무거웠다는 것조차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마음이 들뜨다 못해 현기증이 날 것만 같고, 금방이라도 웃음이 터질 것 같은 기분으로 그는 다시 말했다.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닙니다. " p.264


여기 사람들이 실패라고 규정짓는 한 남자의 인생이 있다. '실패'라고 거창하게 말하기에도 너무 평범한 어느 누군가의 인생. 대학을 졸업하고 책과 공부가 좋아 교수가 된다. 잘 맞지 않는 여자와 살지만 이혼은 하지 않는다. 불륜이라 일컬어지는 순간의 사랑으로 잠시 살아나기도 하지만 어느 덧 나이를 먹고 병에 걸려 죽고 만다. 하나 있는 딸은 불행한 가정에서 자라 역시 불행의 시작이 보이는 인생을 걷기 시작한다. 겉으로 보면 이렇게 실패한 스토너의 인생이지만 이 인생을 어느 누가 실패라고 함부로 말할 수가 있는가. 책에 대한 조용한 열정. 인생의 순간순간에 보여지는 신중하고 가치있는 선택들. 고통스러운 일상을 하루하루 견뎌내는 강인함.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어느 타인이 알 것이며, 어느 누가 내 행동에 뭐라고 하느냔 말이다. 문장이 아름다워 영문판을 사서 비교하며 다시 읽고 있다. 오랜만에 마음에 쏙 드는 소설을 만나 행복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