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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정복한 남자 류비셰프
다닐 알렉산드로비치 그라닌 지음, 이상원.조금선 옮김 / 황소자리 / 200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류비셰프는 러시아의 유명한 곤충학자라고 한다. 82살동안 살면서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끊임없이 계획하고 기록하여 마치 자신의 생 동안 이루어야할 사명을 알고 태어난것처럼 살았다고 한다. 26세의 나이부터 자신의 생활을 시간기록하였는데 내면세계나 감정을 기록한 것이 아니라 객관적 사실만을 건조하게 나열하고 그런 행위를 하는데 드는 시간을 기록했다고 한다. 면도하는 시간, 휴식하는 시간, 신문을 읽는 시간처럼 별 의미가 없어보이는 자투리 시간까지도 기록하여 연간단위로 통계를 내고 5년뒤에 공부할 내용까지 계획을 세울수 있었다고 한다. 그 통계가 너무나 정확했기 때문에 예를 들어 한편의 논문을 작성하는데 얼만큼의 시간을 소요될 것인지 예측할 수 있었다고 한다.
참, 이렇게 살았던 사람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늘 시간을 죽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무엇하나 하기에는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나에게 류비셰프의 생활 방식은 획기적이었다. 하루에 잠도 10시간정도로 매우 충분히 잤고, 지인들에게 편지를 쓰는 시간도 있었으며 평소에 운동도 좋아했다고 한다. 이렇게 여유롭게 생활하면서도 자신의 학문세계를 탄탄히 구축해나갈 수 있었다니 보통사람이 갖기 어려운 강한 정신력을 가지고 있었던게 틀림없다.
또 그 관심의 분야가 대단했는데 생물수리학(?)이 그의 전공이었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학, 역사, 음악 과 같이 전공과는 전혀 상관없는 분야에까지 관심을 보였는데 단순한 취미차원의 관심이 아니라 논문을 낼 정도의 열정이었다고 한다. 칸트가 궁금하면 그와 관련한 책을 독파하고 논문까지 낼 정도였다니.. 왕성한 호기심이 그의 인생을 이끌고 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살면서 반드시 무언가를 이루어야 할까.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죽어야만 할까. 그래야 남들이 나를 인정하니까? 인정받아서 뭐하려고?
류비셰프의 생활방식이 대단한건 알겠지만 이렇게 까지 살아야하는 생각은 든다. 하지만 학자로서의 그의 정신력과 추진력은 감탄해 마지 않는다.
시간이 없다고 투덜대지 말아야겠다. 결국은 의지 부족의 문제 아니겠는가. 반성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