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일기
폴 오스터 지음, 송은주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월
평점 :
품절


 2011년에 나온 책인데 우리나라에는 지금 번역이 되었고 이 당시 폴 오스터의 나이가 예순넷이었나보다. 제목 그대로 폴 오스터 자신의 일기다. 평소에 폴 오스터의 팬이라고 자처하는 사람이라면 뭔가 그의 창작의 근원을 보는 듯한 느낌일 것이다. 이제는 겨울로 접어드는 나이. 그 나이에 이르기까지는 그를 이루었던 많은 것들이 등장한다. 그것은 몸, 장소, 그리고 그를 둘러싼 인간과계이다. 책의 첫페이지부터 사로잡는 문장. 너는 네 몸안에서 사는 것이 어떠니. 우린 결코 우리의 몸을 떠날 수 없다. 일상의 사소한 동작들 하나하나 의식적으로 되돌아본적이 있는가. 수없이 나열되는 그 동작들을 읽으며 나는 내 몸의 감각을 느껴본다. 오른다리에 무릎통증이 조금 있고 지금 방이 살짝 싸늘해서 기침이 간간히 나오고 있다. 장소 또한 우리가 살아온 과정을 말해준다. 가난했던 20대부터 한번의 결혼 실패와 재혼에 이르기까지 저자가 거쳐왔던 수많은 방들. 그리고 그를 둘러싼 사람들. 불행했던 부모의 결혼생활. 행복한 재혼. 매우 솔직하고 직설적으로 서술해서 오히려 그것들이 주는 거부감 대신 사실로서의 나열로만 느껴진다.

 하지만 인생의 나이로는 겨울일지언정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온다. (이상고온으로 봄도 없는 요즘이지만..) 젊은이이건 늙은이이건 몇번의 봄이 남았는지 누가 장담을 할 수 있겠는가. 난 그저 내가 사랑하는 이 작가가 꾸준히 책을 내주고 기대이상 이든 기대이하든 내가 그의 팬이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부디 그의 갑상선이, 심장이 건강하여 그리고 공황장애가 더 심해지지 않아 오래오래 더 많은 글들을 써낼 수 있길 멀리서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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