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 접시를 들여다보니 근사한 양갱이 담겨 있다. 나는 모든 과자 중에서 양갱을 가장 좋아한다. 별로 먹고 싶지는 않지만 그 표면이 매끈하고 치밀한 데다 반투명하게 빛을 받는 모습은 아무리 봐도 하나의 예술품이다. 특히 파란 빛을 띠게 이겨서 훌륭하게 다듬은 것은 옥과 납석의 잡종 같아 아무리 봐도 기분이 상쾌하다. 그뿐 아니라 청자 접시에 담긴 파란 양갱은 청자 안에서 지금 바로 생겨난 것처럼 반들반들해서 나도 모르게 손을 뻗어 만져보고 싶다. 서양 과자 중에서 이토록 쾌감을 주는 것은 하나도 없다. 크림의 빛깔은 약간 부드럽기는 해도 다소 답답하다. 젤리는 언뜻 보석처럼 보이지만 부들부들 떨고 있어 양갱만큼의 무게감이 없다. 백설탕과 우유로 오층탑을 세우는 짓은 언어도단이다.-66쪽
니혼바시를 지나는 사람의 수는 1분에 몇백 명인지 모른다. 만약 다리 근처에 서서 지나는 사람의 마음에 맺힌 갈등을 일일이 들을 수 있다면 이 뜬세상은 눈이 팽팽 돌 정도로 어지러워 살기 힘들 것이다. 다만 서로 모르는 사람으로 만나고, 모르는 사람으로 헤어지기에 오히려 니혼바시에 서서 전차 깃발을 흔드는 지원자도 나오는 것이다. 강태공이 규이치의 울먹인 얼굴에 아무런 설명도 요구하지 않은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돌아보니 안심하고 낚시찌를 주시하고 있다. 아마도 러일전쟁이 끝날 때까지 주시할 모양이다.-17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