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나날
제임스 설터 지음, 박상미 옮김 / 마음산책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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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한 게 없는 것 같았지만, 정확하게 똑같은 것 같았지만 보이는 게 다가 아니었다. 붕괴는 시작이 보이지 않는다. 어떤 국면에 이르러야만 벽에 균열이 보이고 기둥이 쓰러지고 건물의 앞면이 내려 앉는다. p.129

 

 매일 찾아오는 하루하루에.. 일상의 균열은 어떻게 생기는 것일까.

이 소설은 정말 오랫동안 읽었다. 쉬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는다. 무려 포스트잇이 몇개나 붙었는지 모른다. 어딘가에 옮기는 것은 포기하고 나중에 다시 읽어보기로 한다. 사람이 한결같으리라는 것, 일상의 안정이 변치 않으리라는 우리들의 이상은 얼마나 덧없는 것인지..  그 변화의 과정을 천천히 보여주는 소설이다. 제목은 역설적이게도 가벼운 나날이지만 그 가벼운 나날 속에 도사리고 있는 삶의 무게가 한없이 무겁다. 그래서 어떤 결론에 (인생에 결론이라는 것이 있다면..) 이르게 될지라도 그 인과가 하나 어색하지 않은 그런 인생의 길들이 나를 포함하여 우리 주변에는 널려있다.

 일상의 환멸에 주저 앉을 것인가. 가면을 쓰고 꾸역꾸역 살아나갈 것인가. 아름다운 이 소설에 넉다운 당하고 책장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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