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리나 강의 다리 대산세계문학총서 39
이보 안드리치 지음, 김지향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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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적인 사람들은 침착해 보이려고 하고 아니 거의 무관심한 체하려고 무척 애를 쓴다. 어떤 미신적인 합의에 의하여, 그리고 책에는 전혀 쓰여 있지는 않지만 예로부터 존재해온 수호자의 권위와 사물의 조리에 대한 신성한 법칙에 따라, 그들은 제각기 힘을 다하여 그 순간만큼은 자기가 어쩔 수 없는 재앙 앞에서 적으로 겉으로나마 걱정과 공포를 감추고, 아무 관계 없는 다른 일들을 가벼운 톤으로 얘기하는 것을 자신들의 의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111쪽

그렇게 하늘과 강과 산 사이 카사바에서 대를 이어간 세대는 혼탁한 물결이 휩쓸고 간 것에 그다지 슬퍼하지 않는 태도를 터득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곳에서 삶은 끊임없이 닳고 소모되지만 그러면서도 역시 지속되고 '마치 드리나 위의 다리처럼' 단단하게 서 있기 때문에 이해할 수 없는 기적이라는 카사바의 무의식적인 철학이 그들에게 스며든 것이었다.-117쪽

이렇게 밤은 지나갔고 그와 더불어 위험과 고생으로 가득 찼지만 명백하고, 흔들리지 않고, 자신에게 충실한 인생도 지나갔다. 오래전부터 이어져오고 그렇게 이어져내려온 본능으로 그들은 그런 것들 속에서 자신을 잊고 인생을 순간적인 감상들과 직접적인 필요들로 나누어버렸다. 왜냐하면 이렇게 살아야만, 매 순간을 따로 떼어놓고 앞뒤도 보지 않고 살아야만, 견딜 수 있고 좀더 나은 앞날을 바라보며 계속 그런 삶을 지켜나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4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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