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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가 달린다
마크 롤랜즈 지음, 강수희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이 책에서 언급한 달리기에 관한 세 권의 책을 모두 읽었다. 그만큼 나도 달리기에 대해 관심이 많다. 달리기의 좋은 점에 대한 많은 이야기중 나는 '중년의 위기'라는 말에 주목한다. 나보다 나이많은 어른이 아무리 젊은 사람에게 조언해보았자 때가 되어서야 이해가 되는 법인데 중년의 위기라는 말은 정말 그 나이가 되어 보아야 실감이 나는 것 같다. 물론 나역시 내가 중년이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 게다가 요즘 위기(??)인 것도 같지 않겠는가.
이 책의 전반부에서 다루고 있는 중년의 자유라는 말에 심히 공감을 하였다. 저자는 젊은이의 자유(스피노자가 말한..)가 정신과 육체가 혼연일체가 되는 자유라면 중년의 장거리 달리기의 자유는 데카르트의 자유에 비유한다. 정신이 노쇄해가는 육체와 화해해가는 방법이다. 장거리 달리기는 노년에서 도망가는 것이 아니라 노년을 향해 뛰는 것이다. 위기가 아니라 삶에서 마땅히 다다를 곳에 왔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무슨 목적이 있어서가 아니라 놀이처럼 굳이 피곤함을, 힘듦을 자처하여 받아들이는 고통, 이것이 중년의 달리기이며 장거리 달리기이다.
어떤 식으로든 삶의 단계단계에서 마주하는 위기를 헤쳐나가야 한다. 나에게도 저자처럼 이를 극복하는 지혜로움이 있기를 소망해본다. 중년이라면, 달리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기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슐리크는 '삶의 의미는 젊음'이라고 썼다. 그러나 여기에서 젊음은 시간적인 문제, 즉 생물학적 나이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얼굴에 주름이 생겼다고 해서 젊음의 정원에서 쫓겨나는 것이 아니다. 젊음은 행동이 놀이가 되는 곳마다 존재한다. 젊음은 다른 어떤 것을 위해서가 아닌 그 자체로 의미 있는 행동을 하는 곳마다 존재한다. 젊음은 목표가 아닌 행위 자체에 혼신을 다하는 곳마다 존재한다. p.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