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의 박물학
다이앤 애커먼 지음, 백영미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책 제목대로 감각에 관한 여러가지 것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촉각, 시각, 청각, 후각, 미각, 공감각 에 대해서 그 감각에 관련된 우리몸의 특정 기관에 대한 설명, 과학적으로 그러한 감각을 느끼게 되는 원리, 예술속에서 발견되는 감각등에 대해 여러가지 예를 들면서 설명하고 있다. 각 장을 읽으면서 나는 그 감각에만 집중하게 되었다. 청각을 읽을 때는 내 귀에 귀 기울였고 후각을 읽을 때는 더 다양하고 미세한 냄새까지 맡아지는 것 같았다.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에는 다양한 감각들에 대한 묘사가 나오고 그런 것이 어떤 시간과 기억을 찾아가는 실마리가 된다. 사고로 후각을 잃은 사람이 후각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문득 아무런 고민없이도 냄새를 맡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맛이라는 것은 미각뿐 아니라 후각에 의존하는 부분이 상당히 크다고 한다. 향수를 선물하는 것은 기억의 액체를 주는 것이라고 한다. 나는 향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향수를 한번 뿌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누군가에게 그 냄새로 기억될 것이다. 들을 수도 말하지도 못한 헬렌켈러는 말과 사물의 개념사이에서 방황했다고 한다. 아이가 자연스럽게 어른의 말소리를 듣고 따라하고 사물의 개념에 대해서 배우고 자신이 아는 부분을 차츰 넓히는 과정들이 어느 한 감각에 의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양치질을 한뒤 오렌지주스를 마시면 쓴 이유는 미뢰를 덮고 있는 점막에 지방과 비슷한 인지질이 들어있는데 치약속의 세정제가 지방과 유지를 분리하기 때문이다. 음악은 한 사람의 정신세계를 편안하게 치유해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런 인용이 나오는데 좋아서 밑줄그어 보았다. "감정은 사적이다. 우리는 복숭아 잼 단지처럼 자신의 감정에 마개를 닫아 선반 맨위에 보관한다. 그리고 위기가 닥칠 때마다 그것을 끄집어내어 노래를 통해 감정을 덮고 있는 뚜껑을 열어젖히는 것이다."

 

살아가면서 감각을 느끼는 것은 아주 사소해서 어쩌면 그 자체를 인식하지 못할 때가 많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나의 모든 감각기관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 보고 말하고 듣고 냄새맡을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것들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나는 주말 아침 9시쯤 창으로 비춰지는 따스한 햇살을 피부에 느끼고 부스스 깨어난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놓고 커피를 마시고, 책을 읽는다. 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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