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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사신 - 20세기의 악몽과 온몸으로 싸운 화가들
서경식 지음, 김석희 옮김 / 창비 / 2002년 7월
평점 :
에곤 실레의 죽음과 소녀를 소개하는 부분에 씌여져 있는 글,
그 때 나는 이미 30대 중반을 넘어섰지만, 부모님이 두 분 다 세상을 뜨신 직후였고,
나 자신은 가족도 일정한 직업도 없었다. 나에게 있는 것이라고는 승리를 기약하기 어려운
지루한 투쟁, 이루지 못할 꿈, 도중에 끝나버린 사랑, 발버둥치면 칠수록 서로 상처밖에
주지 않는 인간관계, 구덩이 밑바닥 같은 고독과 우울, 그런 것 뿐이었다.
내가 너무 보잘 것 없다는 생각에 끊임없이 시달리면서도, 그대로 이 세상에서 무언가
의미있는 존재가 되고 싶다는 욕망을 떨쳐버리지 못했다. 어떻게 살면 좋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모든 것이 막연했다. 죽고 싶다고 절실하게 생각한 적은 없지만,
죽음이 항상 내 곁에서 숨쉬고 있는 듯이 느껴졌다.
그는 그림에서 인생을 더듬고, 의미를 찾고 있었다. 이 세상에 태어나 의미있는 존재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서 모든 문제는 발생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