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고통 이후 오퍼스 10
수잔 손택 지음, 이재원 옮김 / 이후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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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에 수잔 손택이 타계했다. 수잔 손택을 안지가 얼마 안되었는데.. 그녀의 책을 읽어보지도 못했는데. 위대한 인물이 타계를 하면 정말 큰 별이 진거 같은 느낌이 든다.
우연히도 그 주에 타인의 고통을 읽어보려고 도서관에서 대출을 했던 참이었다.

우리는 내가 아닌 사람의 통을 보면서 보통 무슨 생각을 하게 되는가.
나는 종종 병원24시나 희귀병을 가진 아이들을 보여주는 TV프로를 자주 시청한다.
사실 그런 방송을 보는 것은 유쾌한 것도 아닌데, 순간순간 그런 걸 꼭꼭 보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나는 아마도 대부분은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래, 나는 저런 희귀한 낫지도 못하는 병에 걸리지 않았어. 정말 얼마나 다행인가. 게다가 그런 아이들의 집이 그렇게 넉넉한 형편이 아니고,
가정도 대게 불우한 경우가 많다. 그런 현실에 처하지 않은 것에 나는 보통 감사한 마음을 가졌던 것 같다.

근래에는 동남아시아에 해일이라는 천재지변이 일어나 10만명도 더 되는 사람들이 죽었다. 방송에서는 성금을 모으고, 안타까운 모습을 방송해준다. 역시나 나는 생각했다. 그곳에 가지 않은 것이 다행이고, 그런곳에 살지 않은 것이 정말 다행이지 라고 말이다.

이렇게 우리는 대게 타인의 고통이 나와는 밀접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가끔은 이런 생각을 넘어서
그런 고통은 나에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나는 현재 아프지 않고, 나는 전쟁터에 있지 않다고 생각하게 된다. 손택은 사람들의 심리중에 엄청나게 잔인한 사건들과 범죄들의 현장을 담고 있는 사진을 보고 싶어하는 관음증적인 향락을 즐기고 싶어하는 심리가 있다고 한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 사건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건의 이미지를 포착한 사진을 기억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고통을 보여주는 자극적인 영상,인쇄매체 너무나 자주 노출되고 길들여져 있어서 그런 상황을 보게 되더라도 반사적인 반응만을 보일 뿐이라는 것이다. 반복적으로 노출된 고통을 담은 사진들은 점점 덜 현실적으로 보이고, 연민 자체를 사그라지게 만든다.

이 책이 던지는 마지막 질문 하나가 내 가슴팍으로 날아든다.
그래서, 타인의 고통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고 행동해야 하는가? 그래서, 그렇다면, 어떻게?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나도 그냥 그런것에 길들여진 현대인의 하나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행동하기를 주저하고 내 일이 아닌 그들의 고통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저 방관하는 일뿐이었다.
이 물음 하나를 던져준 것으로도 이 책은 그 값어치를 다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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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포토저널리즘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 시선 <타인의 고통>
    from 風林火山 : 승부사의 이야기 2007-08-07 03:55 
    타인의 고통수잔 손택 지음, 이재원 옮김/이후(시울)전반적인 리뷰2007년 8월 5일 읽은 책이다. 이 책의 리뷰를 적으면서 처음 안 사실이 지금 현재 내가 갖고 있는 책의 표지와 지금의 표지가 다르다는 것이다. 뭐 이 책의 발간일이 2004년 1월이긴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에는 이 책이 다루고 있는 것을 보면 기존의 책 표지 자체도 타인의 고통을 드러내는 그림이었기에 이 책에서 얘기하고 있는 바와 약간은 상충되는 부분도 없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