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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김연수 지음 / 자음과모음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우울한 마음에 서점에서 사온 책을 어제 밤부터 읽기 시작해서 오늘 다 읽었다. 중간에 집밖을 나갔다 온 것을 빼면 손에서 놓는게 아쉬울 정도로 재밌었다. 입양아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이야기인가 했는가 하면 이야기는 영 딴 곳으로 치닿는다. 결국 이야기가 다다른 곳은 어디일까.. 소설을 읽을 때 복선이란 것이 본격적인 사건이 시작되기에 앞서 깔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나같은 무던한 독자는 작가가 소설에서 말했던 붕괴이전의 균열을 잘 찾아내지 못한다. 붕괴가 되고 나서야 균열이 어디서 부터였는지 생각해보곤 한다. 카밀라가 자신의 균열을 더듬어 가는 과정은 가슴 아프지만 그래도 이 소설은 결국은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카밀라는 용감했다. 마치 파도가 바다의 일이듯이 카밀라가 엄마를 생각하고 자신의 과거를 찾아가는 것은 카밀라의 일이었으니까. 우리가 우리 인생에서 겪는 어떤 붕괴라는 것이 파멸, 좌절, 절망을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자의적이든 타의에 의한 것이든. 인생의 궁극에서 전체를 조망해보면 결국 모든 순간은 순간대로 아름다울테니까. 끝이 아닌 과정에 서 있는 우리들에게 지금을 긍정할 수 있는 기회를 준 이 소설에게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