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랑, 산유화로 지다 - 향랑 사건으로 본 17세기 서민층 가족사
정창권 지음 / 풀빛 / 2004년 5월
평점 :
절판


향랑사건으로 본 17세기 서민층 가족사에 관한 이야기다.
얼마전 조선의 뒷골목 풍경이라는 책을 읽었다가 도중에 다 끝마치지 못했다. 책 자체가 재미없지는
않았는데 다른 책들과 함께 읽다가 도서관 반납일 되어 반납했어야만 했기 때문이었다.
요즘 이런류의 쉽게 씌여 딱딱하지 않은 역사 이야기 책이 많이 나오는 듯 하다.

이 책은 향랑이라는 17세기의 여자에 관한 이야기이다. 재밌는 것은 향랑이라는 여자가 겪는
인생을 이야기처럼 서술하면서 동시에 그 시대의 여러가지 역사적 사실들을 중간중간에
섞어서 얘기해준다는 점이다. 약간 따분하지 않을까 했는데 술술 정말 잘 읽혔다.
줄거리는 대략 이러하다. 향랑이라는 서민 신분의 여자가 17세에 임칠복이라는 돈만 많은 남자와
결혼하나 순조롭지 못한 결혼생활때문에 구체적으로 말하면 개망나니 같은 성격에 바람까지 핀
남자때문에 이혼을 하지만 그녀를 받아줄 곳이 없어서 결국에는 자살을 한다는 내용이다.

향랑은 계모 밑에서 어렸을 때 학대받으며 자란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저자는 그 당시 계모의
위치나 사회적 평판으로 보았을 때 그랬을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하고 있다.
또 향랑의 혼례 장면을 묘사하면서 17세기의 결혼풍습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그 당시 이혼이나 재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어떠했는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사건들의
예를 들으면서 설명해주고 있다. 가부장적 인식이 강해져서 여자란 단지 남자의 내조자의
역할만을 하게된 시기는 17세기 이후부터였다. 17세기는 여성이 사회적으로 예술적으로
활동이 활발했던 시기와 그렇지 못했던 시기의 중간쯤 되는 시기라고 보면 된다.
결국 이혼한 여자 향랑이 본가에서도 버림받고 자기 몸하나 거두어 줄 곳을 찾지 못하자
자살을 선택하게 되는데 이런 그녀를 위해 열녀비를 세울 것인지 말지가 책의 마지막 부분에
논의의 핵심이다. 남편이 죽어서 절개를 지키다가 자살한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딴남자와
재혼을 한것도 아닌 향랑에게 결국에는 열녀비가 세워지긴 한다.
그 이후 18세기부터는 재혼은 거의 금지 되다 시피 하는데 그 자식에게 벼슬을 얻기 위한 시험의
응시 권한을 전혀 주지 않는 등 불이익이 컸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뒤로 우리들이 흔히 알고 있는
절개를 위한 한평생 수절하는 열녀들이 속출하게 되는 것이다.

비록 향랑은 산유화로 졌지만 오늘날의 우리 여자들은 어떠한 역경? 속에서도 신나게 잘 살아 가려고
노력한다. 정말 신나게 잘 사는 일이란 무엇일까. 평생 그것을 찾기 위해 노력하며 살아가는 것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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