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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행 야간열차 1 ㅣ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2
파스칼 메르시어 지음, 전은경 옮김 / 들녘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읽은지 한 일주일이 흘렀더니 섬세하게 기억났던 문장들이 흐려지면서 이 소설에 대한 이미지도 흐려지려는 중이다. 아, 읽는 당시에는 굉장히 좋았었다. 엄청나게 포스트잇 붙여가면서 읽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내린 결론은 나는 이런류의 소설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이런류가 어떤 것이냐면... 철학적 사유가 녹아들어가서 생각하게 만드는 것, 스토리는 좀 그렇더라도 던지는 질문이 진지하다면 마음에 든다.
이 소설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고전문헌학을 가르치는 교사인 그레고리우스는 어느 출근길에 자살하려는 포르투칼 여자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또 우연히 손에 쥐게 되는 포르투갈 작가 아마데우의 책 <언어의 연금술사>라는 책을 읽으면서 아마데우의 삶의 자취를 따라가게 된다. 그의 완벽하리만큼 절제되고 규칙적인 일상을 벗어던지고서 말이다. 따라서 이 소설을 읽으면 그레고리우스의 삶과 아마데우의 삶 두명의 인생을 따라가게 되고 책속의 책인 <언어의 연금술사>라는 책도 읽게 된다. 이 <언어의 연금술사>라는 책이 정말 예술이다. 아마데우는 자기가 선택한 것이 아닌 아버지가 선택한 의사로서의 삶을 살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자신의 것이 아닌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시점으로 돌아가면 어떻게 될까를 생각한다. 내가 인식하는 자아와 타인의 눈에 드러난 자아사이의 괴리, 이 괴리의 어느 지점엔가 내가 존재한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러한 문제로 많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 아마데우가 이런 문제로 평생을 고뇌했다면 그레고리우스는 이런 아마데우의 인생을 추적하며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그레고리우스는 소설의 마지막에 자신의 모든 경험을 기록하려는 듯 사진을 찍는다. 이 장면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읽어야만 하는 소설이다.
인생의 어느 순간, 그 모든 것이 내 것인듯 딱맞아 안락하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있었던가. 안락하다는 것이 권태도 아니고 행복과도 좀 다른 그런 것이라면... 다른 삶 따위에는 곁눈질 하지 않고 내 것 자체로 완벽한 그런 상태가 올까 싶다. 자꾸 내가 있는 곳이 아닌 어디, 내가 가질 수 없는 무언가를 원하고 있는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