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26
잭 케루악 지음, 이만식 옮김 / 민음사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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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즈, 술, 마약, 여자와 함께 미국을 횡단하는 이야기.라고 요약될 수 있는 이 긴 장편소설은 딘 모리아티라는 거의 미친 젊은이에 관한 이야기다. 휴, 이 책을 5월초쯤부터 읽었는데 도무지 진도가 안나가서 빨리 읽겠다는 욕심은 좀 버리고 쉬엄쉬엄 읽었다. 이상하게도 다 읽고나니 포스트잇은 많이 붙어있다. 표시해 놓은 곳을 다시 읽어보며 딘 모리아티의 광기에 다시 취해본다. 딘과 함께 미국일주에 나서는 이 소설을 서술하는 샐은 글을 쓰는 사람인데 뭐 어떻게 먹고 사는지는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는다. 오로지 중요한 것은 길 위에서 만나는 사람들이다. 정말 무수히도 많이 만난다. 히치하이크해서 차 얻어타고 또 태워주기도 하면서 엄청나게 만난다. ㅠㅠ 뜬금없이 나타났다가는 또 어이없는 이유로 사라지기도 하는 딘과 샐의 관계도 묘하기만 하다.  

딘이 삶 그자체로 본능에 살아가는 반면 샐은 좀 다르게 그려진다. 딘과 어울리기도 하지만 그에게는 이성이 살아있다.  

조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그저 나였다. 이 구슬픈 보랏빛 어둠, 이 견딜 수 없이 달콤한 밤에 어슬렁거리며, 행복하고 진실된 마음으로 희열에 찬 미국의 흑인들과 자신의 세상을 바꿀 수 있기를 바랐다.  

나는 한번도 밤에 불빛 아래 가족들과 여자 친구들과 동네 꼬마들 앞에서 운동선수로서 이런 식으로 능력을 발휘해본 적이 없다. 항상 대학, 일류, 냉정한 얼굴뿐이었지, 이처럼 소년답고 인간적인 기쁨은 없었다. (2권 p.13) 

대부분의 사람들은 신이 곰돌이 푸보다 멋진 어떤 것일꺼라 생각하며 산다. 엉뚱한 곳에서 자신의 허울이 만든 신을 찾다가 인생의 종착역에 다다른다. 딘과 샐이 굉장한 속도로 미국을 가로 지른 것과는 달리 나는 거북이처럼 이 책을 읽었다. 하지만 곳곳에서 샐이 말했던 인간적인 기쁨을 느꼈다. (제목은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에서 인용한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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