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렌디피티 수집광
앤 패디먼 지음, 김예리나 옮김 / 행복한상상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앤 페디먼의 <서재 결혼시키기>를 정말 재밌게 읽어서 고른 책이다. 이 책 역시 앤 페디먼 특유의 장난기 그리고 그 속에 녹아있는 삶의 소중함을 알아보는 시선이 느껴져 좋았다. 그런데 제목에 왜 세렌디피티가 들어갔는지는 모르겠고 수집광이란 단어도 앞부분에 동식물 채집(?)에 관련해서만 연관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어쨌거나 전작에서도 그랬듯 그녀의 소중한 기억들에는 늘 책이 관련되어있다. 다른 사람의 신변잡기에 내가 마음 설레는 이유는 무얼까. 그 사람의 기억을 통해 내가 잊고 지냈던 나의 삶의 어떤 부분을 반추해 볼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찰스 램이 자신의 어머니를 살해한 누이와 평생을 함께 지냈다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게다가 그는 평생 적성에도 맞지 않는 공무원일을 밥벌이를 위해 해야 했다. 아이스크림 이야기에서는 소소한 지식을 얻고 괜히 재밌어 한다. 아이스크림은 법적으로 유지방 함량이 적어도 10%이상이어야 하고, 아이스크림이 동결되는 동안 그 속에 섞여 들어가는 공기의 비율인 오버런이 낮을 수록 좋은 아이스크림이란다. 커피의 제왕 발자크의 얘기는 알고 있었는데 다시 읽으니 정말 대단.. 하루에 40잔의 커피를 마시고 18시간 소설을 썼다고 한다. 북극의 쾌락주의자 스테팬슨을 통해 인내하며 사는 삶보다 즐기며 사는 삶이 얼마나 월등히 우월한지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우편물이나 이사 얘기에선 여전히 아날로그적인 것에 마음이 끌리는 나와 같은 마음을 확인하게 된다. 911테러이후 상실된 마음을 성조기에서 찾아보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27년전 물에 빠져 죽은 친구를 회상하는 것으로 이 책은 끝이 난다. 그녀도 이제 나이가 들었는지 커브를 돌면 뭐가 있을지 궁금해하기 보다는 강의 한가운데를 맴돌며 정지해있고 싶다고 한다. 못된 말들, 어리석은 결정들, 무관심의 순간들, 강물처럼 밀려드는 후회들을 피해가고 싶은 심정은 모든 사람이 바라는 것 아니겠는가.

 아무생각이 없이 살면 인생의 소중한 순간들이 자꾸 사라지는 것 같다. 그래서 자주자주 생각을 하게 되지만 그 또한 부작용이 있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 같은 내 자신을 발견한다. 나는 천천히 곱씹으며 느리게 살고 싶다. 아직도 욕심이 많아 소중한 순간들을 영원히 내곁에 둘 수 있을 것만 같은 착각을 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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