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의 독서의 기술
헤르만 헤세 지음, 김지선 옮김 / 뜨인돌 / 200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이 독서의 기술이긴 한데 독서의 기술만을 다루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헤세가 책이나 문학, 작가론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엮었다는 것이 더욱 맞을 듯 하다. 책 자체에 대한 헤세의 사랑은 유난한 듯 보인다. 또 많은 작가들이 글을 생산해내는 사람이지만 동시에 누군가의 글을 열심히 읽는 사람이기도 하다. 노발리스의 <푸른꽃>을 극찬하는 부분이 여러번 나오는데 이 책역시 냉큼 찾아 읽어야겠다. 헤세가 주장하는 좋은 독서법이란 천천히 음미하며 그리고 가능한 책을 집에 구비하여 두고 읽는 것이다. 하루에 한권씩 뚝딱 읽어버리는 사람은 올바른 독자라기 보다는 독서를 소일거리로 생각하는 사람이다. 책을 천천히 읽고 또 시간을 두고 여러번 읽으라는 말은 다른 책에서도 많이 나왔던 것인데 이 책을 읽으니 더욱 천천히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밀려온다. 신문이 진정한 독서를 망친다는 헤세의 생각은 재밌는데 이 글을 요즘 시점으로 바꾸면 신문이 아니라 인터넷으로 바꿀 수 있을 것 같다.

 진정한 교양이란 완성을 추구하는 모든 노력이 그러하듯 어떤 목적을 갖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중략) '교양', 즉 정신적 영적 완성을 향한 노력도 이렇듯 어떤 특정 목표를 향한 고생스러운 노정이 아닌, 원기왕성한 의식의 확장이요 삶을 더욱 풍요롭고 신명나게 만들어주는 가능성이다.(p.117)  진정한 교양은 결코 멈추는 법이 없어야 한다. 독서의 목적이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 이외에 무슨 의미를 갖겠는가. 중요한 것은 독서 자체가 고생스러운 노정이 아니어야 한다는 것. 스스로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과거를 이해하며 준비된 자세로 두려움 없이 미래를 맞이하도록 도와주는 것이야 말로 독서의 진정한 목표이다. 또 하나 발견한 중요한 사실은 독서가 마음을 쉬게 하는 것이 아니어야 한다는 말이었다. 긴장된 마음을 놓으려 독서를 해서는 안된다고 헤세는 말한다. 독서로 정신을 '풀어놓기'보다는 오히려 집중해야 하며, 허탄한 삶에 마음을 빼앗기거나 거짓 위로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독서는 우리 삶에 더 높고 풍부한 의미를 부여하는데 일조할 수 있어야 한다. (p.118)  

 철저히 알아야 진정으로 소유하게 된다. (p.173) 이 문장 역시 천천히 시간을 두고 한 작가, 한 시대, 한 사조에 대해 깊이 탐구하라는 헤세의 조언이고 내가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으로 기억하는 문장이다. 진정으로 소유하고 싶으면 철저해야 한다. 이 말은 비단 독서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겠다. 사랑하는 사람일 수도 있고 사랑하는 대상일수도 있다. 그렇다.. 철저히 알아야만.. 한다. 철저한 사람에게 당해낼 그 무엇이 또 있겠는가.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0-04-07 2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07 21:0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