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 수집하는 노인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이현정 옮김 / 아고라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여기 실린 단편들은 어떤 원작들에서 착상을 하여 저자가 지어낸 얘기들이다. 실제로 그 원작들을 찾아읽고 싶은 마음들이 뭉글뭉글 피어오른다. 대문호들의 마지막 모습들은 어떠했을까. 젊은이에게 조차 고독이란, 어떻게 해결할 수 없이 늘 곁에 두고 살아가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물며 글을 쓰는, 노년에 이른 이들에게 고독은 어떤 숙명과도 같은 것이 아닐까 하는 짐작을 하게 된다. 그 고독의 모습은 사람마다 다르게 그려진다. 마크 트웨인은 열여섯미만의 해맑은 소녀들을 통해 인간의 추악함을 잊고자 했다. 헤밍웨이는 끊임없이 자살을 시도하고자 노력하고, 헨리 제임스는 병원에서의 자원봉사를 택한다. 에드거 앨런 포는 등대지기로 어떤 박사의 실험에 동참하며 고독에 잠식되어 가는 포유류의 변화를 일기로 기록한다. 에밀리 디킨슨은 좀 다른데 레플리럭스라는 인형으로 새로 태어나 자신의 은둔생활과는 대조되는 당황스런 처지에 놓인다. 살아생전 작가로서 성공의 반열에 오른 이들도 노년의 황량함에는 어쩔 줄을 몰라한다. 황량함을 그려내는데 뛰어난 재주가 있는 조이스 캐롤 오츠의 글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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