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 날 (양장)
로버트 뉴튼 펙 지음, 김옥수 옮김, 고성원 그림 / 사계절 / 2005년 6월
평점 :
절판


 당연히 소설이라고 생각하고 읽었는데 주인공과 저자의 이름이 로버트 펙으로 같고, 주인공의 아버지인 헤븐 펙에게 이 책을 바친다고 되어 있어 실화일까라는 생각을 했다. 아버지의 직업은 돼지를 잡는 일이다. 돼지를 죽이는 일을 하는 사람의 몸에선 항상 돼지냄새와 죽음의 냄새가 났다. 행여나 이런 일을 하는 아버지를 부끄럽게 여기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되어 다행이다. 노동의 신성함이 아버지의 몸에 배어있는 것이니까 말이다.  

 소설의 말미에 나오지만 아무래도 이 아이는 늦둥인것 같다. 누이들은 모두 시집을 갔고 형들은 어떤 이유로 죽고 이 아이만 농장에 남아 십삼년의 시간을 아버지와 보낸다. 글 조차 읽고 쓰지 못하는 아버지이지만 아이는 이러한 아버지 밑에서 자라 검소함, 예의, 농부로서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며 곧게 자란다. 특히 어렸을 때 부터 함께 자란 돼지 핑키가 새끼를 낳을 수 없는 암퇘지여서, 그리고 가난 때문에 먹을 것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죽여야 하는 장면은 이 소설 전반부의 밝고 따뜻함을 한없이 무겁고 어둡게 만든다. 아이는 비로소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다. 가난했지만 한번도 스스로를 가난하다고 여기지 않았던 아버지의 가르침, 차분한 말투가 소설 곳곳에 배어있어 숙연하게 만든다. 돼지가 왜 한마리도 죽지 않았는지는 이 소설을 직접 읽어 확인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밝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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