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의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을 읽다가 포기한지 일년이 넘어 간다. 김연수가 변했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그의 소설은 나에게 이해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단편들을 읽으며 소설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대로인데 혹시 내가 변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간의 세월에 난 이 세상의 어떤 의미들을 거쳐 지금의 자리에 와 있는 것은 아닐까고. <내겐 휴가가 필요해>의 주인공처럼 남들보다 많은 것을 알아버린 자에겐 휴가가 필요하다. 10년간 300번대와 900번대의 책들을 섭렵해나가며 죽은 자가 살아나는 이야기를 찾아내려 했던 남자는 언젠가 김연수의 단편에서 나왔던 선풍기를 수집하는 남자를 떠오르게 했다. 이런 인물을 만나기위해 나는 김연수의 소설을 들여다 본것은 아닐까. 수전 손택과 단테의 신곡과 지각의 현상학을 만나기 위해 김연수의 소설을 읽는 것은 아닐까. 그런 것들을 알게 되면 내게 일어나는 삶의 의미가 밝혀질 것 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