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와 벌 - 하 - 도스또예프스끼 전집 9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홍대화 옮김 / 열린책들 / 200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근 두달은 잡고 있었던 것 같다. 다 읽고 나서 역시나 고전은 그래서 고전이구나를 실감케 했던 책이다. 노파를 나름대로의 논리로 살해한 주인공인 라스꼴리니코프의 불안한 심리를 따라 하루하루 몇장 씩 읽었는데 후반부의 나머지 백여장 정도는 한번에 후루룩 읽었다. 이 소설의 백미는 아마도 치밀한 심리묘사가 아닐까 생각한다. 세상에 백해무익한 <이>같은 존재인 노파는 없어져도 될 존재이며 따라서 본인이 마치 나폴레옹처럼 역사의 비범인(다른 사람의 목숨을 좌우할 수 있는 특권)의 임무를 가지고 있다고 라스꼴리니꼬프는 생각한다. 그런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이성을 잃지 않고 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누가 생각해도 뻔한 결말을 초래한다. 범죄가 드러날까봐 주인공은 얼마나 고심하는지 식음을 전폐하거나 헛소리를 하고 때론 실신까지 한다. 살해의 동기에는 그 외에도 처참한 생활, 어머니와 누이로부터 아무런 희망적인 존재가 되지 못하는 주인공의 처지도 있다. 하지만 마지막에 자수하러 가기 까지 아니 감옥에 수감되고 나서도 주인공은 자신의 범죄 동기에 대한 죄책감을 갖지 못한다. 소냐에 의해 갱생의 삶이 시작되는 것 같지만 라스꼴리니꼬프가 진정으로 회개하였는지의 여부는 불분명하다. 이 소설을 읽을 때 도대체 무고한 타인을 어찌 죽였는가를 계속 질문해보았는데 만족스런 답을 할 수 없었던 것은 인간의 거의 모든 행위의 인과관계를 명쾌히 설명할 수 없음에 기인하는 듯하다. 그것이 설령 살인이라는 명백한 행동일지라도 말이다. 오히려 살인을 저지르는 과정은 어느 정도는 우연에 일어나기도 한다.   

 보통 살인자에게는 동정심을 느낄 수 없다. 하지만 이 소설의 주인공에게는 동정심은 아니지만 그와 비슷한 감정이 느껴진다. 그는 고등교육을 받고 철학적이며 생각이 많고 자의식이 강한 청년이다. 다른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는 도덕률을 배반하는 행위를 하였지만 그 이유는 사회, 역사에 대한 저항이라고도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부당함에 항거하지 않고 살아간다. 하지만 이 주인공은 달랐다. 방법은 크게 잘못되었을 지언정 잘못된 것을 알고 자신의 신념에 의해 일을 저지른다. 그것이 다른 살인자들과 주인공을 구분하게 해주는 요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또 하나 인간의 나약함, 죄의식 등을 보며 사람을 사람이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자백을 하였고 여러 정황이 참작되어 8년형이라는 아주 가벼운 형량을 받게 되는 주인공은 탈소후에 갱생의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그냥 읽기에는 다소 무거운 주제들, 많은 철학적 요인들을 소설속에 심어놓은 대가의 작품이다. 더불어 다양한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로 인해 이야기가 훨씬 풍부해진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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