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게 말걸기
대니얼 고틀립 지음, 노지양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참으로 외로웠나 보다. 사실 이 책의 끝자락까지 읽는 동안 몇 구절 가슴에 와 닿는 부분은 있었지만 내가 울게 될 줄은 몰랐다. 그 울게 된 문장이 무엇인가 하니 밝히기 쑥스러울 정도로.. 저자가 마지막에 이 책이 자신의 마지막 책이 될지도 모르고, 이 책을 읽어주어 감사하다고 말한 부분이었다. “당신을 향한 사랑을 느낍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라고 내가 알지 못하는, 그도 날 알지 못하는 이런 관계 속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에 눈물을 흘리다니 말이다. 내가 울었던 이유는 스스로에 대한 슬픔과 연민이었던 것 같다. 이 책에서 말하는 대로 그런 슬픔을 느끼고 나니 내가 강렬하게 살아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떤 순간에 이 책의 저자와 나는 서로 교감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인간이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대니얼 고틀립은 결국 당신 스스로 결정할 문제라고 말한다. 우리 모두의 인생은 다르다. 누군가의 인생의 날들에는 서른셋에 불의의 사고를 당해 전신이 마비되고, 아내와는 이혼을 했으며, 자폐아 손자를 갖게 되는 일정이 놓여있었다. 하지만 이런 불운한 객관적인 사실들이 그 사람을 규정짓는 것이 아니다. 그 인생에 놓여있는 인간은 그 상황에서 나름대로의 선택을 하게 된다. 그런 마음가짐들이 한 인간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이 책을 대하는 독자로서 내가 마음을 여는 만큼 이 책도 나에게로 와서 많은 의미가 되어 주었다.

 엄청한 시련 앞에서 대니얼 고틀립은 분노하게 된다. 그 분노를 치유하는 길은 단 하나 바로 ‘용서’였다. 용서는 화해와는 상관없다. 마음속에 그 사람을 향한 미움을 품어서도 안 된다. 용서는 다른 사람을 향한 분노와 화를 완전히 버리는 과정이다. (p.135) 이 밖에도 저자가 보여주는 삶의 태도는 스스로에게 일어난 시련, 상처, 욕망들을 있는 그대로 놔두고 지켜보라는 쪽으로 조언하고 있다. 배가 고파 45cm 아래의 높이에 있는 프레첼을 꺼내려다 내용물을 엎게 된다. 바닥에 떨어진 과자를 보며 망연자실히 지켜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먹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 먹을 수 있는 권리를 박탈 당했다고 생각하고 서서히 시간이 흐르자 붓다가 도를 터득한 것처럼 저자 스스로도 어떤 깨달음을 얻게 된다. 상실과 박탈로부터 욕망을 참는 법을 배우게 된 것이다. 두려움, 불안, 외로움에서 벗어나고자 발버둥칠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슬픔을 끌어안고 혼자만의 시간을 견뎌내보는 것, 그런 시간들을 갖고 나면 스스로에 대한 연민이 싹트고 폭풍과도 같은 마음에서 조금 벗어나볼 수 있지 않을까하는 것이 대니얼 고틀립의 생각이다. 이 가을은 아니 이 겨울의 초입은 스스로 견디어내보는 그런 시간들로 채울까한다. 어느 순간 내 마음 안에도 작은 코메디언이 나타나 이제는 툭툭 털고 일어나라며 재밌는 춤을 춰줄 때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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