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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의 한 다스 -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문화인류학, 개정판 ㅣ 지식여행자 7
요네하라 마리 지음, 이현진 옮김, 이현우 감수 / 마음산책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요네하라 마리의 책들을 좋아한다. 이 저자의 글들을 보면 글을 잘 쓰려면 쉬운 문장으로 적절하며, 풍부한 예를 들고 적재적소에 유머를 삽입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구나를 생각하게 된다. 물론 실천은 아무나 되는 것은 아니지만.. 유머감각이 풍부한 사람은 세상을 보는 눈 또한 유쾌하며 열려있고 때론 거리를 두고 제삼자의 입장이 될 수도 있어야 한다. 이 책의 전반에서 펼쳐지는 유머는 읽는 이로 하여금 한시도 지루하지 않게 하는게 그 힘을 톡톡히 발휘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 다양한 예들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당연히도 그건 요네하라 마리의 직업에서 나온다. 동시통역사라는 직업은 한 나라와 한 나라의 언어를 매개하는 일이고 언어는 문화를 가정하지 않고는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읽다가 재밌는 구절이 있다. 동시통역할 때 저자가 느꼈던 것이리라.
미리 대본을 받은 연기자와 달리 통역사, 특히 동시통역사는 발언자 입에서 어떤 말이 튀어나올지 알 수 없다. 정말 암흑 속을 더듬어가는 느낌이다. 이런 경우 발언자의 입장에 자신을 겹쳐놓으면 발언자가 다음에 할 말을 예상하기 쉽다. 따라서 통역사는 발언자의 의식 세계 속으로 들어가려 노력하게 된다. 한편, 통역해서 들려줄 때는 청자의 입장에 자신을 두면 청자가 보다 이해하기 쉬워진다. (p.262)
이 책의 주제이기도 한 문화의 상대성을 이토록 쉽게 설명할 수 있었던 것은 통역이라는 일의 위와같은 특성때문이었던 것이다. 늘 상대의 처지를 상상해보는 일은 나, 우리라는 절대적인 위치란 존재하지 않음을 인정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볶음밥이란 자고로 고슬고슬해야한다고 생각하지만 중국의 볶음밥은 기름을 아끼지 말고 밥알이 기름에 푹 젖을 수 있게 만든 것이라야 맛있다고 생각한다. 인상적인 몇가지 일화들 중 오페라에 문외한 이었던 N씨가 오페라에 입문하는 과정이 사뭇 감동적이기까지할 정도로 재밌다. 오히려 멀수록 가까워지기 쉽다는 이치를 상기하며 역시 튕기는 여자가 그렇지 않은 여자보다 매력적인것인가 반문해본다. ㅋ 무궁한 이야깃거리로 읽는 내내 조금도 지루하지 않은 이 책을 요네하라 마리를 아직 모르는 독자들에게 강력 추천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