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떻게 바보가 되었나
마르탱 파즈 지음, 용경식 옮김 / 작가정신 / 200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전에 읽은 이 작가의 <완벽한 하루>라는 책이 좋아서 다시 읽게 되었다. 앙투안이 고민하는 문제 즉, 지식은 고통이요 질병이라는 생각은 나도 어느 정도 하고 있는 고민이다. 무언가를 보면 그것에 바로 빠지기 보다는 제삼자의 태도로 팔짱을 끼고 분석하기 시작한다. 성급히 자신의 의견을 말해버리기 보다는 최대한 고심한 후에 나의 의견을 피력한다... 라고 쓰려고 하니 사실은 이정도는 아닌데 라고 발을 빼고 싶어진다. 하하. 그렇다. 지성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내가 도달하려는 그 지성이라는 것은 나에게는 아직도 너무나 먼 아주 높은 곳에 있다. 앙투안은 그런 지성의 병으로부터 탈출하고자 알콜중독자가 되려고 한다. 하지만 알콜중독자가 되기 위해 술을 먹기 보다는 일단 알콜에 관한 모든 책을 섭렵하기에 이른다. 실패다. 하지만 그의 바보가 되기 위한 노력은 한 친구를 만나 증권분석가되면서 어느 정도 실현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를 가만히 놔두지 않는 네 친구들이 있었으니 그들은 앙투안이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오기를 원했던 것이다.  

 때로는 앙투안이 시도했던 것처럼 나도 집에 있는 모든 책을 없애고 서점이나 도서관에는 얼씬도 하지 않는 생활을 해보고 싶다. 읽던 책을 덮기만 하면 세상의 더 많은 지혜들이 나를 반길 것 같다. 책을 읽어 진리를 발견하는 통념과는 사뭇 반대되는 생각이다. 책 안은 아늑하고 안전하다. 엄청난 모험을 하더라도 책장만 덮으면 나의 몸은 상처하나 입지 않는다. 그런 모험들이 여기저기 널려있다. 그만큼 책은 많고 독서에 대한 유혹은 끊이지 않는다. 앙투안은 그래서 뇌가 피곤하고 한시라도 생각을 멈출 수 없다고 이것이 바로 지성의 병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세상속에 있어도 생각이 늘 끊이지 않는다. 어차피 내 뇌는 이미 그러한 방식으로 굳어져버렸다. 그래서 나는 이 책에서 말한 바보가 되지 않기위해 늘 노력한다. 스스로를 어떤 방식으로든 채찍질하려고 한다. 바보가 되기엔 아직 나의 지성은 너무나 짧다. 나의 지성이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을 때는 바보가 되고 싶어질 수 있겠지만 그런 날이 과연 올른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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